영화 범죄의 재구성 by. 최동훈
11명의 범죄 전문가들이 카지노를 털기 위해 방문한다. 그들의 목적은 범죄를 성공시켜 각자의 지분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지 않다. 매번 벌어지는 장애물과 긴박한 사건의 연속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시선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누구 하나 쉽게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배신과 복수는 여전히 긴박한 관점에서 사건을 풍부하게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시리즈가 영화 오션스 시리즈였다. 그 뒤로도 영화는 새로운 장르로서 자리매김한다. 바로 ‘케이퍼 무비’로 말이다.
한국에서 장르 케이퍼 무비의 시초를 꼽는다면 어떤 영화를 꼽아야 할까? 모두가 동의할 만한 영화는 없다. 누군가는 내가 말하는 영화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항상 한국의 케이퍼 무비의 시작을 알린 작품을 이야기 한다면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을 꺼낸다. 시작은 차량을 이용한 추격전을 시작한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추격전의 결말은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의 결말을 끝낸다면 영화는 케이퍼 무비라고 할 수 없다. 사고가 일어난 직후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를 보여준다. 동시에 만들어내는 두 긴장된 곡선의 연속에 의해 범죄의 세계가 구성된다.
5명의 사기꾼과 한국은행이라는 기묘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최창혁 선수를 필두로 팀이 만들어진다. 그들은 한국은행을 털겠다는 간 큰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케이퍼 무비라는 장르적인 특색을 보여준다. 바로 팀이지만 팀워크는 안중에도 없다. 이미 서로를 향해 속고 속이는 전략과 기술만로만 살아남는 세상에서 누가 판을 주도하고 이길 것인지를 판단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주인공에게 특별한 서사를 담아 반전을 준비시킨다. 바로 복수를 위해 범죄자들에게 범죄를 뒤집어 씌운다.
이렇게 완성된 영화의 새로운 구성법은 영화감독 최동훈이라는 인물이 지금까지 보여준 연출적인 특색의 가장 큰 상징이었다. 매 순간 빠른 템포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연출 스타일은 감독의 완벽한 전략 구조였다. 하지만 감독이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만들 때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보다 더 중요시한 것이 배치였다. 영화의 이야기가 여러 구조로 재배치되어 그냥 흘러갈 것 같은 서사를 뒤집는 과정으로 영화의 미학을 나타낸다. 누구는 이것이 너무 반복적으로 만들어져서 클리셰 같은 서사에 얽매여서 지루하다. 혹은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보는 편이다. 영화에서 혹은 어떠한 서사 예술에서 복수와 반전을 위해 서사를 재배치하는 것은 재미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용되는 주체와 서사가 알맞게 녹아들어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 사용하거나 과도한 표현으로 이야기를 볼품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동훈 감독 특유의 기법은 ‘케이퍼 무비’의 새로운 시도를 한국에 입성시킨 점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특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영화의 흥행과 의미를 이어왔다. 물론 지금은 과도한 사용 혹은 구성의 다각도가 없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그 첫 번째 반전과 구성된 피카레스크 서사의 조합은 가히 완벽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한국에서의 케이퍼 무비의 새로운 변화는 그 뒤로도 일어날 수 있었다. 최동훈의 범죄 3부작 타짜, 도둑들도 있다. 조선시대 판 케이퍼 무비의 탈을 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시원하고, 유쾌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와 조건이 맞아떨어졌으며, 그렇기에 범죄의 재구성을 좀 더 크게 칭찬한다면 한국에서도 할리우드만의 분위기를 카피한 영화가 아니라 한국의 분위기를 내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에 영화감독 최동훈의 실수와 아쉬운 영화가 마음을 아프게만 한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번 그가 새로운 장르의 기법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단지 지금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다시 관람한다. 분명히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나름의 완벽한 구도를 가진 영화. 그러면서도 최동훈만이 만들어내는 치밀한 세계를 바라보며 영화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