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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Mar 29. 2021

[Black & White]
오차즈케의 맛

오즈 야스지로

오차즈케의 맛 (1952)

오즈 야스지로 감독을 알게 되고서 보게 된 5번째 영화가 되었다. 오즈라는 감독을 알게 된 건 오래되었지만 영화를 보기 시작한 건 최근부터여서 아직도 그의 대표작도 모두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영화를 볼 수록 오즈의 매력에 빠져든다. 흑백과 다다미 쇼트라는 말에만 홀려서 보게 된 영화들은 하나같이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 오즈의 영화가 더 특별하다고 느낀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오차즈케의 맛은 시대상이 변해버린 일본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이 끝나고 변해버린 사회상은 어렵게 느껴진다. 파친코와 경륜은 그들에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이들은 각자만의 삶을 추구한다. 중매결혼은 거부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 떠난다. 그런 사회에서 중매로 결혼한 부부 사이의 관계는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서로 다른 사회에서 다른 모습으로 결혼을 했던 사타케 부부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각자만의 방식을 고수하고, 세상을 영위했던 이들에게 결혼생활은 까마득하다. 그러나 영화는 부부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신세대처럼 연애와 같은 방법으로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이 더 옳다고 표현되지 않는다. 어떻게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만남을 이어갈 것인가라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본다. 동시에 변해가는 세상에 나를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도 느껴진다.  


중매결혼으로 결혼을 하게 된 사타케 부부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비교적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남편과 돈이 있는 집안에서 자란 타에코는 서로 다른 삶을 겪어서 서로에게 애정을 두고 있지 않는다. 타에코는 그가 둔감하고 그의 행동이 모두 구식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런 타에코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거짓말을 하고 온천여행에 가는 등의 제멋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녀의 조카 세츠코가 중매결혼에 대한 반항심에 힘들어한다. 하지만 남편 모키치는 그런 중매결혼을 거부한 세츠코로 인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둘 사이는 냉전에 휩싸인다. 


서로 간의 갈등에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결국 타에코는 집을 떠나버린다. 남편 모키치도 회사 일로 해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내가 돌아오지 않음에 연락을 취한다. 하지만 타에코는 남편의 연락을 무시한 채 그가 떠나버리고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남편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자신이 해온 일에 대해 생각한다. 남편이 비행기 고장으로 돌아오면서 관계는 다시 회복하고 혼란스러웠던 부부싸움도 모두 끝이 난다. 


영화는 부부라는 관계를 통해 변해가는 세상과 나의 의미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매를 통해 만나던, 연애를 통해 엮이던 자신이 평생을 같이 가야 할 상대이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곁에 있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할 때도 있다. 혹은 이혼을 통해서 안타까운 이별을 겪을 때도 있다. 그러나 부부는 그 순간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삶의 곁을 지켜준다. 그러나 그 정도의 부부관계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다른 사회적 지위와 생활을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두 사람이 맺은 관계는 복합적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각자만의 존중을 표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된 자신의 위상과 현실이 원망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매번 부딪히는 사건사고에 그들은 지치기만 한다. 하지만 관계를 서서히 녹여 내리고 자신이 아닌 우리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결국 관계를 넘어서 하나의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부부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변화된 것에 서로를 의지하면서 자신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관계를 맞춰간다는 것은 말과 다르게 무척이나 어렵다. 누군가와의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의 일부를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과정이 이제는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동반자에게 맞춰야 할 것들도 수 백가지는 넘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마저도 변화될 때가 많아진다. 그러나 그것을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에 수많은 것들이 변하는 것처럼 바뀐 것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굉장히 싫을 때도 많을 것이다. 타에코에게도, 남편 모키치에게도 순간들은 여러 번 찾아온다. 


그래서 둘의 선택은 매번 실패라고 느껴질 정도로 어리숙하다. 하지만 점차의 자신들의 것들을 고백할 때마다 관계의 변화를 느껴간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관계라는 과정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했고 그것을 통해 그 두 사람은 성장한다. 그렇게 모든 것을 털어버린 그들이 선택한 것은 오차즈케였다. 밥에 차를 넣고 말아먹는 소박한 음식에 의미가 있을까 라고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단순한 음식이지만 집안일은 해보지 않았던 여자의 배려를 섞었다. 그리고 소박함을 고집하지만 그녀를 존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부의 오차즈케는 흑백 장면이지만 음식의 풍미가 느껴졌다.   


또한 영화는 부부라는 서사 속에 담겨진 의미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바로 부부관계를 비롯해서 변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한다. 동시에 나에 대한 의미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세상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변화하며 흘러간다. 그리고 변화는 나의 앞에 언제나 서있다. 결혼을 하거나 부부 생활을 고려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 변할 모든 것을 고민한다. 바뀌게 될지 모르는 나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변화와 적응할 것인가 되새겨야 한다. 


그래서 수 만 가지의 고민은 변할 세상이 골치 아프게만 느껴진다. 마치 부부의 관계처럼 정확하지 않는 구분법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믿는 소박하고 의미 있는 것을 찾으면서 선택하다 보면 세상의 변화에 따른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렇게 믿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언제가 확고한 형상으로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러한 형상은 자신이 변하지 않도록 나의 기준이 되어준 단순 소박한 것이 있다면 세상에 대한 복잡한 광경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즈 야스지로가 알려준 한 그릇의 오차즈케는 스토리의 해결 요소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만의 철학처럼 보인다. 단순히 차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즈케인데 말이다. 


점수 : 3.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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