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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Jun 02. 2021

[극장에서 본 오늘의 영화]
빅 피쉬

BY. 팀버튼

빅 피쉬 (2003)

사람의 인생은 진실과 거짓으로 나눠져 있다. 특히나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해주시는 허무맹랑한 동화와 이야기를 듣는다. 모든 것이 환상이며, 재미난 사건들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동화 같은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평범한 사실에 치중하며 살아간다. 점차 모든 것이 거짓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흥분은 사라졌다. 결국 어른이 되었을 때 사실에만 치중한 삶이 다가온다. 그때마다 평범한 사실에 조금씩 거짓말을 덧붙이며 사실 같은 삶을 믿는다. 환상적인 세계보다 남들에게 보이는 사실만을 간직하려고 한다. 그래서 환상은 이미 흩어져 보이지도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에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 빅 피쉬는 그런 사실과 치장된 거짓된 삶보다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가르쳐준 영화다. 특히나 이야기꾼 팀 버튼이 생각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정의 내린 영화라고도 생각된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 그리고 이유로 구성되었다. 우리가 생겨난 사건의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겨난다. 이유는 결과에 대한 사실적인 해석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 딱딱한 풀이 방식이 아니라 서사에 의해 구성된 세계라면 달라진다. 


영화는 사실적인 세계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이유를 잘라버린다. 이유가 없는 사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은 허무맹랑해도 세상은 원인을 이야기에 넣어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그저 남과 달라야 하거나 물질적인 욕망으로 채워진 거짓된 세계는 거부한다. 오히려 솔직한 자기 세계를 향한 고백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우리를 어떠한 존재로 세상에 남기게 만들지 알려주는 삶의 이정표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빅 피쉬에서 주인공인 윌은 자신의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동화 같은 여정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어린 주인공은 이야기를 사실로 믿었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야기는 모두 허무맹랑하고, 아버지의 진짜 삶이 궁금해왔다. 언제나 그럴싸한 거짓말로 속이는 아버지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결국 그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난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한부 인생에 그는 다시 고향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어른이 된 그는 아버지의 세계를 궁금해한다. 


거인과 만나거나 거대한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인생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되풀이하며 갈등이 좁혀지지 않는다. 결국 윌은 아버지에 대한 사실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점차 진실과 증거품을 찾아내며 아버지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한다. 그리고 진실에 다가선 윌은 아버지의 삶을 알아가게 된다. 이야기로 평범함을 감추려고 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진실을 낭만적인 이야기로 덧붙여 솔직한 인생을 고백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평범한 것을 감추고자 물질적인 것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가끔은 거짓말을 통해 내 삶을 치장시키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식은 남 보다 더 잘 산다는 이야기를 꾸미거나 허세를 부린다. 명품과 화려한 장신구는 자신의 보호장비였다. 하지만 삶은 그런 허례 의식으로 치장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겪어온 조금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건이 이야기에 겹쳐지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이 찾아오거나 기억마저도 특별하지 않기에 혐오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평범한 인생에 대한 비극으로 여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초라한 이벤트는 나를 슬프게 한다. 주변 사람들만 알고 있는 인생의 포인트는 수치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조금은 더 특별하고자 있어 보이는 거짓말로 덧붙인 멘트는 허공을 떠돌아다녔다. 


그렇기에 에드워드 블룸의 삶이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징병되고, 결혼하고, 판매원으로 살다가 조금 특별한 경우에 빠진다.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에게 특별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화려한 거짓말보다 행복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대신에 이야기에는 자신의 삶이 허심탄회하게 고백한다. 그렇게 솔직한 표현은 남들이 하는 거짓말과 다르게 나 자신을 드러냈기에 당당하다. 그저 아들이 아버지의 삶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거짓말 없이 모두 들려주었다는 말에 삶의 의지가 담겨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과연 남들 앞에서 내 생애를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있을지를 생각했다. 거짓말 하나 붙이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삶에 대해서 말이다. 이건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된다. 평범한 인생이 남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부끄러움에 말도 못 할 수도 있다. 그냥 조금 사실적인 거짓말로 치장이나 해서 이야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에드워드 블룸은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삶이 어떠한 결과로 진행되었던 그는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인식시키게 만들었다. 특히나 인생이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진실에 덧붙인 거짓을 빼야 한다. 진실만으로 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내 삶이 세상에 정확하게 남겨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이 어리석을지 모른다. 하지만 거짓말로 덧붙이며 살아가는 삶보다 덜 피곤할 테니까 나은 인생일지도 모른다.   


점수 : 4.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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