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by. 드니 빌뇌브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2021년 버전으로 세상에 나타난다. 수많은 시도와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몇 번이고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듄은 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의 한축으로 사라졌다. 그만큼 거대한 스토리와 방대한 구조를 가지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가진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에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듄은 SF 역사상 위대한 대하 서사라고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2021년에 듄을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이것은 SF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서사와 주인공을 계승할 캐릭터들의 얽혀진 역사를 영상에 담아낸다. 만약 듄의 모든 것이 영상 속에 스며든다. 그리고 영화로서 발돋음 한다면 SF 장르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깊음 울림과 발전을 선보일 것이다. 다만 2021년 듄 파트 1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영화를 모두 보고나서 느끼는 웅장한 연출과 이미지와 다르게 듄이 가진 서사가 너무 미약했다. 총 8편의 소설이 이어진 방대한 과정을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힘들겠지만 영화는 그 시도가 무색할만큼 부족했다.
그 점에서 영화 반지의 역사과 비교가 된다. 호빗 그리고 모인 종족이 반지를 파괴해야하는 원정대를 꾸린다. 하나의 사념으로 모였고 원정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여정은 위험하고 거대하다. 그 점에서 원정대의 모험과 각자 캐릭터의 역할 그리고 마지막 전쟁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영화로 잇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피터 잭슨은 소설의 서사를 함축시켰다. 대신 영화로서 자신만의 연출을 사용하여 반지의 제왕을 관객들에게 매력있게 선보였다. 결국 소설을 넘어서 영화가 되었기에 관객은 원정대와 동행을 했고, 사우론의 마지막 전쟁까지 기나긴 지점을 통과하는 동료가 되었다.
그러나 듄은 소설을 읽은 독자들에게 충실한 안내자였다. 초반부의 듄은 거대한 서사의 캐릭터들의 이름과 직책마저 추리하듯이 알아야만 했다. 어떠한 갈등과 문제가 있고 빌런들이 주인공을 가로막는지 한정된 구조의 형식으로 관객은 영화에 빠져들지 못한다. 다만 영상적인 미학과 연출 그리고 거대한 서사를 점차 형상시키면서 구조가 만들어진다. 관객은 그 지점에서야 겨우 영화를 이해하고 주인공과 동화되어 빠져 들어간다. 하지만 그 지점이 너무 길고 동화되기까지 어렵기에 관객은 영화에 손을 떼버린다. 혹은 이미 끝나버린 영화에 씁쓸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나버린다.
다만 듄이라는 영화는 완벽한 연출과 소품 그리고 SF 장르로서의 영상미학은 완벽했다. 동시에 원작소설을 감독의 방식으로 계승한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상 속에 소설이 넣는 과정이 아니다. 영상 그 자체를 다루는 예술이다. 그렇기에 드니 빌뇌브의 듄은 소설을 풀어내는 역할은 완벽했다. 부족한 것이 없는 오로지 듄을 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로서 듄을 볼 수 없었다. 감독은 소설을 영상으로 불러왔을 뿐이다. 과연 관객은 듄을 영화로서 보고 있는 것인지 영상화된 소설을 읽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2021년의 듄은 파트 1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방대한 서사에 첫 페이지이기에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다음 파트는 소설에 기반을 두더라도 자신만의 영화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고 본다. 아니 오히려 믿고 싶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가 보여준 영화장르를 다루는 그의 능력이 거대한 서사를 재단해야 하기에 나타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파트 1에서 보여준 연출과 사운드는 이미 듄이라는 영화의 일부로 자리매김 했다.
그래서 나는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듄의 다음 시리즈를 기다려본다. 파트 1의 영화로서의 아쉬움을 뒤로했다. 대신에 파트 2, 3가 영화로서 충실한 장르로 표현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많은 시리즈가 극장에 상영되기를 원한다. 우주 전역을 다루는 서사와 거대한 힘 그리고 수많은 가문이 각자의 세대를 넘는다. 우주라는 거대한 세계를 활보하는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허무해지는 것이 슬프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 듄의 파트 1의 기대감과 별개로 아쉬운 점과 뛰어난 점 그리고 앞으로의 듄을 기대해본다.
점수 : 3.5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