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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야 Dec 01. 2021

어느 실패한 30대뉴요커의 인생

틱틱붐 by. 린-마누엘 미란다

틱, 틱... 붐! (2021)


우리가 생각할 때 뮤지컬은 어떠한 공연일까? 화려한 노래와 춤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무대를 가득 채운다. 오케스트라 웅장하게 펼쳐진 음악은 우리의 이목을 이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편의 쇼를 우리는 뮤지컬이라고 부른다. 한 무대마다 똑같은 연기를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화해야만 한다. 티켓을 구매한 관객을 위한 무대를 위하여 말이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뮤지컬을 1년 내내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아마도 미국의 브로드웨이를 생각할 수 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도 있지만 그곳은 다음으로 미루도록 한다. 어쨌든 브로드웨이는 수많은 뮤지컬 스타를 남겼다. 이번에 영면하신 스티븐 손드하임을 비롯하여 수많은 스타들은 브로드웨이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꿈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한다. 

  

브로드웨이는 그런 스타들의 무대만은 아니다. 항상 스타가 있다면 그에 반해 실패한 이들의 무덤 또한 바로 브로드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한 남자도 브로드웨이 처참한 실패를 겪은 30대를 겪었고 실패한 뮤지컬을 반복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을 동경했다. 그리고 영원한 롤모델 스티븐 손드하임을 따라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찾아온다. 


다만 그의 일생은 뮤지컬과는 결이 달랐다. 화려한 스타의 길과는 다르게 그는 항상 실패했다. 초라한 뉴욕에서의 삶을 30살이 되는 순간까지 겪게 된다. 비참한 인생의 실패를 끌어안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인정했던 주변의 친구들과 다르게 버텼다. 삶의 여정을 뮤지컬로 채우겠다는 의지만으로 브로드웨이를 전전했다. 


그렇게 만들어낸 뮤지컬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끝까지 버틴다. 자기 삶은 부정하기도 했다. 돈을 좇아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간절했다. 하지만 끝내 그는 그 자리를 지켰다. 자신이 믿는 브로드웨이를 말이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몇 번이고 겪어도 포기하지 못했다. 뮤지컬이라는 자신의 평생의 의지를 꺾기에는 그의 실패는 부족해 보였다.

  

1996년 뮤지컬 ‘렌트’가 무대 위에 올라간다. 하지만 그는 뮤지컬 렌트를 감상할 수 없었다. 오프닝 공연이 있기 전날 삶이 끝났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 그는 성공을 맛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는 그를 영원히 기억했고, 그의 삶은 실패했지만, 그의 모든 것은 성공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나도 저런 실패한 인생이라도 좋으니 꿈을 위해 살고 싶다. 하지만 모두가 그 사람처럼 살 수는 없다. 실패의 여정 끝에 성공이 보장된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에 완전히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간다. 돈을 위해서, 삶의 풍족한 여유를 찾는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삶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부족한 삶을 대신할 길을 찾아 떠나버린다. 그곳은 이전보다는 나은 삶이 있다. 가난한 집과 부족한 삶을 대신할 현실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변해버린 삶에 만족한다. 그러다가 실패를 버텨온 이들의 소식을 듣는다. 자신을 돌이켜본다. 내가 그 길에 서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회의를 느낀다. 그들이 돌아간다 해도 위에 말한 뉴요커처럼 평생을 실패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삶에 괴로워할지도 모르기에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인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의 삶을 동경한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자신의 열정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 말이다. 영화관을 나와서까지 무모한 삶에 거부를 하면서도 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남은 인생을 그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마음 한구석에 박아두고 잊어버린다. 열정은 식지 않고 가슴에 새겨두며 나를 꿈꿔본다. 그리고 식지 않는 열정을 만들어준 뮤지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을 기억한다.  


점수 : 3.5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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