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교육의 함정 #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자기주도학습이란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주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사교육은 자기주도학습의 반대말이 아니다. 필요한 사교육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학습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배움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교육을 잘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사교육에게 배움의 운전대를 맡기고 그저 끌려다니는 사람에게는 사교육이 자기주도학습의 반대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글에서 ‘사교육의 함정’이라고 할 때에는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사교육을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학원에 돈만 족족 갖다 바치려면,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을 드는게 훨씬 낫다. 그리고 낸 돈의 이상으로 학원에서 뭔가를 뽑아먹으려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사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면서도 왜 사교육의 함정에 빠질까. 개인의 입장에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의존하면,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되니까 편하다. 학원에 가면 커리큘럼에 따라 알아서 수업을 해 준다. 그 수업을 듣고 집에 와서는 오늘 공부를 했다고 안심 혹은 착각을 한다. 게다가 학원에서는 핵심 요약이나 정리본을 대신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숙제도 내준다.
학원 숙제를 하다 보면 ‘내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해지지만, 어쨌든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으니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가끔 학교 수업시간에도 학원 숙제를 하게 되는데, 국어 시간에 수학 학원 숙제를 하고 수학 시간에 영어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들 중 성적이 우수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도 이렇게 다니다 보면 공부의 절대량이 이전보다 늘어서라도 성적이 어느 정도 오른다. 아니, 최소한 학원을 다녀서 성적이 떨어지진 않는다고 생각하며 위안 삼는 학생 혹은 학부모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학생은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배움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우고, 무언가를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이 능력을 기를 훈련의 기회를 학원에 모조리 빼앗긴다. 그래서 학원을 끊는 것이 두려워진다. 사교육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온다고 말하는 학생들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부’에 대한 잘못된 개념 정의. 둘째,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부족. 셋째, 학교 수업엔 집중하지 않고 ‘학원’ 공부에만 의존하는 것. 이 세 번째 특징만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어떤 자습시간,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길래 가서 봤더니, 교과 학습지에다가 학원에서 수정테이프로 빈칸을 뚫어놓고 복사해서 다시 나눠준 것에 열심히 빈칸을 채우며 외우고 있었다. 그런데 슬쩍 보니까 학원에서 별 쓸데없는 자잘한 부분에다가도 모두 빈칸을 뚫어놓은 것이었다. 시험문제 관련해서 그 학생에게만 힌트를 줬다고 생각할까 봐, 안 외워도 되는 부분을 알려줄 수도 없었다. 그 학생이 안쓰러운 동시에 현 학교의 평가 체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 한 가지 사례로 모든 학원을 일반화할 의도는 없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잘 가르치는 학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원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 간에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부분과 완전히 일치해서 가르칠 수 없고, 혹은 그 이상을 가르치게 될 수밖에 없다. 안 가르친 부분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는 것보다, 한 500퍼센트를 가르쳐서 뭐라도 가르친 것이 시험에 나올 확률을 높이는 게 장사하는 데 좋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시험 문제는 학교 선생님이 낸다.
그러니 수업시간엔 집중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없이 사교육에만 의존하는 학생들은, 공부가 더 힘들다. 본인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스스로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하고,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도,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점검하지 않은 채 일단 학원에서 쏟아붓는 지식을 모두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본인 생각에는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성적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 현상도 경험하게 된다. 학원비가 아깝다.
다음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희삼 연구원의 <왜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가?>(2011)라는 연구 보고서 내용 요약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교육 시간 및 비용 투자의 성적 향상 효과는 더욱 줄어든다.
-사교육 시간과 성적은 비례적으로 상승하지 않고 향상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과도한 사교육은 효과성이 낮으며, 그 효과도 단기적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성적이 좋았을 학생이 사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 사교육의 효과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의 수능점수 향상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외에도 조금만 검색해보면,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과 효과성을 증명하는 다른 연구들이 많다. 그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만 한다면 사교육의 효과는 단기적이며(만약 사교육을 받고 싶다면 필요할 때 바싹 치고 빠져야 한다는 것),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의 ‘가성비’, 즉 시간이나 비용 투자 대비 효과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있는 경우엔 학교 성적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는다.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훈련에 의해 길러진다. 훈련은 필연적으로 반복을 수반하고, 반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누구나 다 좋다는 걸 안다면, 관심을 가지고 그 중요성을 아는 것에서 그치치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기주도학습을 조금씩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조금씩 제대로 꾸준히 하다보면 분명 성장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다.
이쯤에서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비록 개인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자기주도학습 능력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여섯 가지 핵심 역량을 ‘자기관리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지식정보 처리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 ‘자기관리역량’이라는 것이 메타인지,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닿아있는 부분이다. 이 역량은 정확히 말하자면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적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통해서 자기관리역량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즉, 자기주도학습 방법과 환경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자기주도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공교육의 수많은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내가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서 꾸준히 노력할 부분이다.
어쨌든, 그 노력의 일환으로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자기주도학습 능력에 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인 배리 짐머만(Barry Zimmerman)에 의하면, 자기조절학습(=자기주도학습)은 (메타)인지적, 동기적, 행동적으로 자신의 학습과정에 능동적/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우선 자기주도학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능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1. 정서 조절 능력
2. 상위 인지(메타 인지) 능력
=인지 조절 능력
3. 행동 조절 능력
1~3의 능력 중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정서 조절 능력’이다. 왜? 일단은 ‘기분’이 좋아야 뭔가를 하고 싶어지니까. 이제 정말 시작이다. 배움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 보자.
#공부법 #공부자극 #자기주도학습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