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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06. 2020

스스로 의미를 찾고, 용기 있게 나아가기

[5] #학습동기 #동기유발 #외재적 동기/ 내재적 동기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자, 눈을 감고 딱 30초 동안 수를 세 보자. 1,2,3,... 얼마나 많이 셌는가? 이제 다시 눈을 감고 같은 시간 동안 수를 세 보자. 하지만 이번에 다른 것은, ‘지금 세는 수만큼 앞으로 나에게 행운이 들어온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셌는가? 처음보다 더 많이 세진 않았는가?


만약 기계라면 두 번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계는 외부에서 숫자를 세라는 명령만 내리면 의문 없이 그대로 수행할 것이며 그 속도도 외부에서 조절하는 그대로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수를 세라고 할 때보다, ‘나에게 들어오는 행운’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뒤 수를 세라고 할 때 사람들은 더 열심히 수를 세게 된다. 사람은 ‘의미’가 생길 때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말하자면, 사람인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은 열심히 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기 주도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내용이나 공부 방법을 아는 것만큼이나,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무엇이 자신을 공부하게 만드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즉 ‘공부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이야기한 자존감, 정서에 이어, 오늘 이야기해볼 것은 바로 ‘학습 동기’이다.



#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


‘동기(motivation)’란 움직인다는 의미의 ‘Movere’에서 유래하였다. 즉, 쉽게 말하면 동기란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행동하게(=움직이게) 하거나 그 행동을 유지하게 하는(=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그 힘이 학습자 외부에 있다면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학습자 안에 있다면 ‘내재적 동기(instrinsic motivation)’라고 한다.

아이패드로 직접 그림

조금 더 학술적인 개념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 부분은 관심 있는 사람만 읽고, 그렇지 않으면 뛰어넘어도 괜찮다.

*동기 : 인간 행동 과정에서 행동의 활성을 증감시키고 행동의 방향을 정해 주는 심리적 요인. 개체의 행동을 특정한 목표로 이끄는 내적 충동 상태.
> 외재적 동기 : 학습자가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강화자로서의 동기. 외재적 주로 타인에 의해서 통제됨.
> 내재적 동기 : 학습자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기. 흥미, 호기심 같은 요인에서 유래하는 스스로의 욕구에 대한 반응. 외부의 보상과는 상관없이 능동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때 형성됨.

-임규혁 임웅, 교육심리학(학지사, 2010), 226~228쪽 참고


예를 들어, 기말고사 평균 90점이 넘으면 누군가 칭찬을 해주니까, 아니면 부모님이 최신 아이폰을 사주신다고 해서, 혹은 반대로 평균 90점이 안 되면 스마트폰을 압수하겠다고 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면, 공부를 하는 이유가 외부(타인의 칭찬/아이폰/스마트폰을 빼앗는 부모님)에 있으므로 이때 공부를 하는 것은 외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공부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나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으로 인해 공부를 하고 있다면, 혹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면, 이때 ‘즐거움’, ‘성취감’, ‘자아실현 욕구’ 등은 내 안에 있는 것이므로, 이때 공부를 하는 것은 내재적 동기에 의한 것이다. 학습자의 욕구, 호기심, 흥미, 즐거움, 가치, 신념, 성취감 등은 대표적인 내재적 동기다.


외재적 동기는 상황에 따라 강력한 학습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이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쨌든 외재적 동기는 그 보상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내가 통제할 수 없으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때 행동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고, 내재적 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항상 내재적 동기를 기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꾸준히 해야 한다.



# 학습 동기를 높이는 방법


이 글은 학부모나 학습자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동기 이론을 모두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학습 동기 높이는 방법’ 중에서, 학습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선별하여 제시해보려 한다.


1) 행동주의 : 적절한 외재적 보상을 사용하자.

만약 지금 당장 내재적 동기를 찾기 어려운 과제가 있다면, 일단 행동을 조절하고 습관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외재적 보상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부모님과 함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행동 목표(하루 30분 독서하기, 일주일마다 일별 공부 계획 등)를 정하고, 달성할 때마다 도장 혹은 스티커를 모아서 그것이 일정 개수 이상 모이면 미리 정해둔 보상을 받는다.

일주일에 한 번 등 주기를 정해놓고, 이전보다 성장한 점, 노력한 점, 잘한 점 등을 간단히 평가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가진다. 평가 내용에 따라 보너스 도장 혹은 스티커를 받는다.

여기서 ‘보상’이란 일종의 강화물로, 평소 본인이 가지고 싶었던 물건 혹은 좋아하는 음식, 하고 싶었던 행동(콘서트 가기, 친구와 놀러 가기) 등등을 부모님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스스로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면 혼자 정해도 괜찮다. 무엇이 보상이 되면 자신이 그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하게 될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상을 위의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얻는다면, ‘성취감’ 등 내재적 보상과 이어짐으로써 내재적 동기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목표를 계획하고 실행한 후 스스로 결과를 평가하는 상위인지 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2) 인본주의 : 내 안의 욕구 발견하기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신체적인 안전 욕구를 넘어서, 어딘가 소속받고 사랑받고 싶은 사회적 욕구, 자아존중감, 성취감, 존경받고 싶은 자존 욕구, 배우고자 하는 지적인 욕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미적 욕구, 내 안의 잠재성을 실현하고 삶의 보람을 느끼려는 자아실현 욕구 등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아직 밖으로 표현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욕구들이 우리들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내 안에는 어떤 욕구가 있는가? 나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3) 귀인이론(Weiner) : 성공/실패의 원인을 현명하게 찾자.

학업 성취의 결과를 평가할 때, 성공한 경우엔 그 원인을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실패한 경우엔 그 원인을 자신의 노력과 학습 전략 부족에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고(난 원래 이 부분이 약해./ 내가 멍청해서 그래. 등등...) 이 실패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에 빠지면 당연히 학습 동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해봤자 안 될 것이 뻔하니까 안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풀이나 학교 시험 이후에, 맞았네 틀렸네 동그라미 치고 선을 긋는 것보다, 왜 맞았는지, 왜 틀렸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답의 근거는 어디에 있으며 오답의 이유는 무엇인지 오답 정리를 꼼꼼히 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인 학습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고, 학습 전략에서 부족했던 부분과 잘 맞았던 부분을 점검하며 자신만의 학습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 수많은 책에 나와 있는 전교 1등의 공부 방법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그냥 ‘참고’용이다. 그건 그 학생의 방법일 뿐인 것이다. 구체적인 노력을 근거로 ‘다음은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 나만의 학습 방법을 찾는 것, 그러면서 자신의 노력을 자기 자신이 알아주고, 하나둘 성공 경험을 늘려가는 것. 자아효능감을 높이면서 학습 동기를 높이고, 조금씩 성장하는 길이다.


4) 자기결정이론(Deci&Ryan, 1987) : 통제하는 언어는 No.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고 협력하는 소수의 스터디 그룹을 만들자.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유능감, 자율성, 관계성의 세 가지 심리적 욕구가 충족될 때 학습 동기가 높아진다. 유능감의 욕구는 자아효능감, 자존감과 관련이 있다. 이미 여러 번 반복한 이야기와 겹치므로, 여기에서는 자율성과 관계성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율성의 욕구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행동과 운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충족된다. 과제가 강제적으로 주어지거나, 감시받고 통제받는 상황에서는 내적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공부하려고 막 책상 앞에 앉았는데 부모님이 “공부 좀 해라!”하고 잔소리하면 갑자기 공부하기 싫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계성 욕구는 다른 사람들과 의미 있고 좋은 관계를 맺을 때 충족된다. 자기주도학습은, ‘고립되어서 혼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학습 자원을 스스로 찾고 활용하는 것도 자기주도학습이다. 만약 혼자 학습하기 힘들다면 여럿이서 함께 해 보는 건 어떤가? 뜻이 맞는 한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학습 동기가 높아질 것이다.


다만 스터디 그룹이라고, 항상 도서실에 몰려가서 함께 공부하라는 말이 아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친한 친구와 공부하는 것은 오히려 집중력을 해치고 공부 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다. 주로 각자 공부하되 며칠에 한 번씩 한두 시간 동안 모이는 것이 좋으며, 모였을 때에는 서로 자신 있는 과목을 가르쳐 주거나 대화를 통해 어려운 내용을 함께 이해해 볼 수 있다. 또 평소에는 단톡방이나 밴드 등을 이용해서 목표 인증이나 점검을 하는 것도 좋다.


스터디 그룹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가지각색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격려와 응원의 긍정적인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성장한 부분, 노력한 부분을 인정해주는 말을 해야 한다. 사실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함을 지적하고 충고해줄 친구가 필요해서라기보다, 학업적인 면에서 정서적 지지를 해줄 친구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스터디 그룹에서 학습 동기를 자극한답시고 상처 받는 말을 주고받거나, 그룹원 내의 친구 관계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 자기충족적 예언 : 말하는 대로!


동기 이론에 따르면 학생의 학업 성취는 주변인의 ‘기대’ 혹은 내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고 한다. ‘OO는 ~할 것이다. OO는 ~한 사람이다’라는 기대와 믿음이 학습 동기와 성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 자신 혹은 주변인들이, 나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기대만 가지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그것은 기대가 아니라 망상이다.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긍정적인 기대’인가?

‘너는 항상 시험에서 100점 맞잖아!’

‘너는 항상 문제없이 잘 지내잖아.’

‘너는 항상 내 말이라면 다 들어주잖아!’

...이러한 것은 ‘비합리적인’ 기대일 뿐이다.


긍정적인 기대라는 것은 ‘적절한 믿음’,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괜찮아, 더 나아질 거야.’

‘노력하면 잘해낼 수 있을 거야.’

‘너는 ~하는 장점이 있잖아./전에 보니, ~을 참 잘하더라.’

이러한 말이 더 바람직하다.


긍정적인 기대는 학습 동기를 높인다.


또한 ‘기대’라는 것은 ‘언어적’으로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눈빛, 표정, 어깨를 살짝 토닥이는 것, 이 모든 것이 긍정적인 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험을 망칠 게 분명해.’, ‘나는 국어를 못해.’처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실제로 낮은 학업 성취로 이어지고, 이러한 성취가 다시 고정관념과 편견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으로 빠질 수 있다. 나에게 도움되지 않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고, 이러한 부정적인 기대는 용기 있게 고개를 저어 거절하자.



자기주도학습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다. 스스로 의미를 찾고, 믿음을 가지고, 용기 있게 나아가자.




#짧은 사족 : 원격 수업과 학생들의 ‘동기’

사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업적인 면에서 내재적인 동기를 끊임없이 찾아주고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 자체로 학생들에게 공부해야 한다는 외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등교하는 것,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제시간에 하교하는 것, 이 모든 것이 통제되며 각종 외재적 보상과 처벌이 주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원격 수업을 하면서 ‘학교’라는 강력한 외재적 동기가 이전보다 약해진 지금, 아마도 지금 집에서 원격 수업을 제대로 듣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내재적 동기가 높은 학생들일 것이다.
또한 이번 글을 쓰면서, 앞으로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자극할지 더욱 고민하며 수업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동기유발 #공부하기싫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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