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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Aug 30. 2020

기분 좋게 공부하는 법?

[4] #정서와 학습 #긍정 #공부법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 수행의 동기가 되는 ‘정서’


간단하다. 부정적인 정서와 연결된 경험은 하기가 싫어지고, 긍정적인 정서와 연결된 경험은 자꾸 하고 싶어진다. 이처럼 무엇과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강력한 동기가 되는 것이 바로 그것과 연결된 ‘정서/기분/감정’이다. 이것을 심리학적으로는 각각 구분하기도 하나, 이 글에서는 굳이 구분하지 않고 그냥 뭉뚱그려서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단어로 사용하려 한다. 즉, 이 글에서 ‘정서, 기분, 감정’등은 비슷한 의미로 쓰였으며, 즐거움, 만족, 기대, 안정감, 슬픔, 불안, 분노, 수치심 등등 ‘어떤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자극으로 인해 유발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많은 연구에서 정서는 자기결정성과 학습몰입에 영향을 미치며, 정서와 인지는 서로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정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정서는 학습을 촉진시킨다.


EBS 다큐 프라임 <공부의 왕도 - 정서가 학습을 지속시킨다.>편을 보면, 하버드대 교육학과 커트 피셔 교수가 이렇게 말한다. “기분이 약간만 바뀌어도 문제 해결의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볼 때 정서가 문제해결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정서는 학습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오늘은 정서와 학습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로, 자기주도학습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공부에 대한 나의 감정 - 자가 진단


그 전에 현재 내가 ‘학습’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서는 어떤지 나의 시작점을 점검해보자.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면 이 부분은 넘어가도 좋다. ‘공부’라고 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교과서, 문제집, 펜, 반복, 지루함, 지겨움, 머리 아픔, 우울, 분노, 경쟁, 힘듦... 혹은 협력, 재미, 감동, 즐거움?

빈 종이 한 가운데 ‘공부’라고 쓰고, 떠오르는 단어를 검열하지 말고 마구 써 보자. 3~5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최대한 많이 써 본다. 핵심은 ‘많이’에 있다. 그리고 그 단어 중에 내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에는 동그라미를,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에는 세모를 그리는 등 따로 표시해 보자. 마지막으로 ‘공부(학습)’와 연결된 나의 ‘정서’와 관련된 단어만 찾아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보자.


마음을 이렇게 종이에 적어보니, 좀더 선명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표시된 것들을 보며, 아 이게 지금 내가 현재 공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이구나, 하고 직시해 본다. 이처럼 선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 또한 정서지능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기분 좋게 공부하는 법, 그러니까 긍정적인 정서와 학습을 연결하여 학습을 지속하게 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긍정적인 정서와 학습을 연결하는 방법


1. ‘내가 좋아하는 것’과 ‘공부’를 연결짓자.

어떤 과목의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 저절로 그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기도 한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과목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안 하던 공부도 좀더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교과에 대한 지식을 잘 전달하려고 하는 것만큼이나 노력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교사에 대한 감정이 교과에 대한 감정, 더 나아가 ‘학교’에 대한 감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참 어려운 일이지만 나 자신이 학생들에게 신뢰할 만한 어른이 되고,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게 된다.


어쨌든 이처럼 나에게 이미 긍정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것들을 학습과 연결짓는 방법이 있다. 게다가 정서가 동반된 경험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좋아하는 음료수를 마시며 공부를 한다.

좋아하는 색을 골라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필기를 한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소리를 들으며 공부를 한다. 물론 음악을 안 들을 때보다 집중력은 살짝 저하될 수도 있으나, 학습 시간이 더 길어지고 공부 횟수가 늘어나는 등 학습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경험상 이때 음악은 이왕이면 가사가 없는 것이 집중력을 덜 해친다. 빗소리 등 좋아하는 백색소음을 틀어놓는 것도 좋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이해해 본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아이돌 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를 학습 내용과 연결지을 수도 있다.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문구를 포스트잇에 써서 공부할 때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다.

이외에도 자신만의 방법을 더 많이 찾아보자.


2. 편안한 몸과 표정이 편안한 감정을 만든다.

화가 나면 얼굴이 찌푸려지고, 즐거우면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감정이 원인이 되고 특정 몸의 모습이나 표정은 그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반대로 몸과 표정이 감정을 만들기도 한다.


공부를 할 때 나는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가? 나의 몸은 어떤 상태인가? 자각해 본 적이 있는가? 혹시 항상 굳은 표정에 굳은 몸을 하고 있진 않나. 의식을 하거나 알람을 맞춰 놓는 등 학습 중간 중간에 간간히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을 해주며, 일부로라도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어보자.


물론 공부하는 내내 웃을 수는 없고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공부를 할 때 내 몸과 표정이 계속 부정적이라면, 그것은 곧 부정적인 정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주의하라는 것이다.


3. 남과 비교하지 말고, ‘각자 자신의 수련’을 하자. 

요즘 홈요가를 하면서 한 유튜버의 동영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매우 뻣뻣한 내가 그래도 요가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각자 자신의 수련을 이어가세요’라는 말 때문이었다. 요가를 막 시작한 입장에서는 동작이 어설플 수도 있고, 다리가 안 찢어질 수도 있다. 사실 내 몸은 숙련자와 비교하면 눈물이 날 지경의 상태다.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어제보단 조금 더 허리가 숙여지고, 조금 더 무릎이 펴진다. 그러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한다.


학습도, ‘각자의 수련’을 하면 된다. 단 하나의 개념이라도 제대로 파고들어 이해해 보고, 단 하나의 영어 단어라도 감각을 연결하는 등 암기 전략을 활용해서 열번 스무번 안 된다면 백번 반복하여 외워 보고, 단 하나의 문제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풀고 답을 맞추고 오답을 정리해본다. 그리고 해냈다! 라는 기분 좋은 성취 감정을 마음 깊이 누리고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고,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며 ‘각자의 수련’을 이어가자. 나의 성취를 다른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고, 처음부터 많은 것을 할 필요도 없고, 빨리 할 필요도 없다. 괜찮다. 조금씩, 천천히 가더라도, 정말 제대로 해 보는 것. 나의 공부를 하는 것. 이것이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이며 이러한 과정이 하나 둘 반복되면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붙을 것이다.



# 학습의 어려움을 긍정하자.


글의 첫부분에서 부정적인 정서와 연결된 경험은 하기 싫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공부를 할 때 부정적인 정서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학습의 과정에서 항상 긍정적인 정서만 일어날 수는 없으며, ‘자율성’과 함께 할 때 적당히 부정적인 정서는 오히려 양념처럼 긍정적인 정서의 맛을 높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고통과 괴로움은 성취했을 때의 만족감과 기쁨을 더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게임이 ‘재밌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이 과연 ‘재밌기만’ 한가? 때론 어렵기도 하다! 잘 안 풀릴 때는 스트레스도 받고, 게임을 하는 동안에 오히려 괴롭거나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게임은 그래도 계속 하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힘들고 화가 나는 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누가 억지로 시켜서 시작한 일이 아니며, 스트레스 이후에 어떤 과제나 원하는 것을 달성했을 때의 쾌감과 즐거움 자체가 큰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게임들은 ‘좋은 스토리’, ‘적당히 도전적인 과제’ 그리고 지속적인 ‘성취/성장 요소’가 있다. 이를 학습에 적용해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나의 인생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학습 내용 또는 과제가 조금 어려운가? 너무 쉬우면 뒤따라 오는 성취감도 적고 재미도 없다. 학습을 하며 마주치는 어려움 자체를 긍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운동을 할 때,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어렵지 않은 동작만 하면 힘은 안 들지 몰라도 그만큼 근육도 잘 붙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려운 것, 그 다음엔 또 조금 더 어려운 것을 해야 실력이 늘고 근육이 붙는다. 학습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성장을 향하려면 변화의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을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태까지 못하던 행동을 하게 되거나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중략) 변화의 시도를 즐거운 해방으로 보느냐 괴로운 구속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행동변화가 우리를 성장으로 이끌기도 하고 일시적인 실험으로 그치기도 한다.

-홍숙기, 젊은이의 정신건강(2010), p.133


어려움을 만났다는 것은 성장할 기회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끼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없다.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고, 긍정적인 정서는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온다. 자기주도학습을 통한 성장의 즐거움을 부디 느껴보길 바란다.




#정서 #동기유발 #공부자극 #긍정적사고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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