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상위인지, 메타인지, 인지 조절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지금까지는 자기주도학습의 의미, 중요성,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고 지속하기 위한 정서 조절 능력(자존감, 학습 정서, 학습 동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실 스트레스 관리나 감정 조절 등 정서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지만, 이번 글에서는 ‘인지 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면서 가장 방해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십중팔구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참 많고, 스마트폰 속에는 특히 더 많다.
예를 들어 유튜브. 아무나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영상들이 무궁무진하게 올라온다. 수많은 영상 중에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관심 있는 영상 하나를 눌러보기만 하면 된다. 그 이후로는 유튜브가 내 취향을 알고 추천해준다. 어떤 영상을 눌러서 보거나 어떤 것을 한번 검색하면, 이후로도 비슷한 영상이 계속 메인 화면에 뜨면서 자신을 보라고 유혹한다.
유튜브에는 친절하게 ‘자동재생’ 기능도 있는데,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영상이 끊이지 않고 바로 다음 영상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다음, 다음, 다음 영상을 보다 보면, 결국 유튜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다. 게다가 이제는 앱을 닫아도 영상이 계속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무료 체험하라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척이고 있다.
그리고 페북, 인스타, 페메, DM, 카톡... 그 속에서는 끊임없이 ‘챌린지’나 유행이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친구 관계에 민감하고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수많은 SNS와 메신저들 틈에서 더욱 중심을 잡기 힘들 것이다. 요즘은 ‘언택트’ 시대라고 하나, 사실 우리는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것이 아니게 된지가 오래며, 언제 어디서나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의 우리는 끊임없는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고, 자기 전에도 스마트폰을 보다가 잠이 드니, 시간에 여백이 생기면 잘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 ‘시간에 존재하는 여백’이다. 이 여백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고, 돌아보고, 가끔은 앞을 내다보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요즘 어떻게 살고 있나, 내 마음은 어떤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혼자 있는 시간 속의 여백은 오롯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채워진다.
특히 글읽기, 글쓰기, 예술 감상, 명상, 산책 등과 같은 활동은 이러한 시간을 만들어 준다. 이외에도 잠깐 멍 때리는 것,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돌아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사색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과도한 사교육은 이러한 사색의 시간을 빼앗는다.
그리고 이 사색의 시간에서, 오늘 이야기할 주제인 ‘상위인지(=메타인지)’ 능력이 길러진다.
상위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평범한 학교 자습 시간의 풍경을 한 번 둘러보자. 학교에서는 시험 기간에 진도를 다 나갔다면 자습 시간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 시간이야말로, 수업 들은 내용을 스스로 공부하며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반드시 두 시간 정도는 학생들이 시험 전에 자습을 할 수 있도록 진도를 나가는 편이다.
이때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나 관찰해 보면, 졸거나, 교과서를 눈으로 읽고 있거나, 문제지를 풀거나, 노트를 정리하거나, 학원 숙제를 한다. 이 학생들 중에 주어진 자습 시간을 100% 이상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나는 시험 전날 이외에는 국어 시간엔 국어 자습만 하자고 미리 얘기하는데, 국어라는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그 시간이 바로 나, 즉 국어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학교 선생님이고,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 잘 모르는 부분 등을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물론, 이거 공부해야 돼요? 시험에 나와요? 같은 질문은 답할 수 없으니 제외하고)하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이 시간에 국어 자습을 줄 것이라고 예고하고,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친절히 말해두어도, 그 시간에 집중해서 국어를 공부하며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왔을 때 손을 들어 도움을 청하거나, 본인이 미리 공부한 부분에 질문할 내용을 표시해서 가지고 와 물어보는 학생은 많아야 두세 명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두세 명이 꼭 시험을 보면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는다.
반면에, 그 시간에 다른 과목 문제를 펴놓고 학원 숙제라고 열심히 풀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때 지나가면서 넌지시 OO아, 지금은 국어 공부하는 게 좋을 텐데~? 라고 말하면 그제야 허둥지둥 국어 문제집을 꺼낸다. 그런데 그 말에 주말에 국어 공부했어요. 라고 대답하며 계속 다른 문제를 푸는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에겐 딱히 그 이상으로 국어 공부를 하라면서 억지로 강제하진 않는다. 주말에 공부했다니. 기특하긴 하지만, 사실 그 학생이 시간 관리를 잘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월요일 3교시는 국어 시간이고, 이 시간에 국어 공부할 시간을 주신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이 효율적이겠구나- 와 같은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자습 시간을 어색해하는 학생과, 물 만난 고기처럼 자습 시간 안에서 마음껏 공부하는 학생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앞서 말한 상위인지(=메타인지) 능력이다.
‘인지’ 능력이 무언가를 분별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상위인지’ 능력이란 인지 그 위에서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 즉 나의 인지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 내가 무언가를 인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아는 것
- 무언가를 학습하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 그것을 실제로 실행한 뒤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잘했는지 점검 및 평가하는 능력을 말한다.
정말 혼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인지 능력이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나게 높다기보다, 바로 이 상위인지 능력이 발달한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부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수능 만점자의 공통점 중에 (2)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파악하고, (3) 스스로 전략을 잘 세우는 것, (4) ‘필요한 만큼’의 사교육만 이용하는 것 모두 바로 상위인지 능력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필요한 만큼’의 사교육‘만’ 이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그래서 내가 무엇을 보충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주도학습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 바로 상위인지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상위인지 능력을 기를 수 있는가. 위에서 글읽기, 글쓰기, 예술 감상, 명상, 산책 등 생활과 밀접한 활동을 이야기했지만, 아래에는 좀 더 학습과 직접적으로 이어진 일곱 가지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1.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계획하고, 달성 여부 점검 및 평가하기
2. 시간 관리하기 (달력 혹은 스케쥴러 활용)
3. 백지 대화
4. 나만의 정리 방법 찾기 (노트 정리, 마인드맵, 비주얼씽킹 등)
5. 수업 자료 만들고 자기 자신 혹은 친구에게 설명해보기
>> 2~6. 본인의 수준 점검. 잘하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 파악, 다음 목표 계획할 때 반영하기.
다음 글에서는 이 방법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짧은 사족 : 개념을 삶과 연결 짓기
‘상위인지’는 그냥 있어 보이는 단어가 아니라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이다.
나를 점검하고, 앞으로 다시 나아가는 것.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생각하는 것.
정신없이 눈 앞에 주어진 것에만 빠져서 살아왔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