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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24. 2020

상위인지 훈련(3) 모르는 것을 마주할 용기

[9] 메타인지, 백지대화, 백지 복습법, 공부법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상위인지(메타인지, 초인지) : 자신의 인지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학습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능력.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
- 공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는 이야기를 공자가 했다. 이게 참 말은 쉬운데, 어떻게 하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공부를 하고 나서, 자신이 학습 내용을 어느 정도로 이해하고 습득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 그러한 확인 방법 중 하나가,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는 ‘시험’이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지필고사나 수행평가도 있지만,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자습서나 문제집에서 문제를 풀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을 구분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문제를 푸는 것 그 자체보다는, 문제를 푼 뒤에 정답을 확인하고, 어떤 문제가 맞았고 무엇을 틀렸는지, 이 선택지가 왜 맞았고, 이것은 왜 틀렸는지, 틀린 답을 선택했을 때 나의 사고 과정은 어땠으며 어디에 오류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기존에 이미 저장된 지식은 강화하고, 잘못된 개념이나 모르는 부분을 더 보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이 얼마나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위한 학습 전략 중에 하나가, 바로 ‘백지대화(백지 복습법)’이다.



# 꺼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가 책상 서랍 정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서랍을 열어본다.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이 잔뜩 들어있다. 이 서랍을 더 효율적이고,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서랍 속을 계속 뒤적이며 물건을 정리할까? 아니다. 일단 서랍에 든 것을 모두 꺼내야 한다. 꺼내다 보면, 서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들어있지 않은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계속 보관할 것은 간직한다. 그리고 서랍에서 꺼냈던 물건을 다시 하나씩 집어넣으며 정리를 하는 것이다.


학습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방금 공부한 내용 중에 무엇이 머리에 저장되었는지. 즉, 무엇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고, 무엇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어떤 부분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오개념) 알기 위해서는, 꺼내봐야 한다. 무조건 마구 집어넣는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집어넣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면, 정작 무언가를 꺼내서 써야 할 때,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는, 그래서 그냥 물건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망각을 이기는 학습법?


정보처리이론이란, 인지주의 학습이론 중 하나로, 학습자의 인지과정을 마치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처럼 이해하고 분석하는 이론이다.


정보처리 이론 모형, Eggens&Kauchak(2004)


위의 그림을 보면, 단기 기억(작업 기억)에 머무른 지식은 곧 잊히고,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 지식은 머릿속에 저장이 된다. 그렇다면 우린 공부할 때, 공부 내용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그 방법이 '시연'과 '부호화'다.


즉, 학습 내용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려면, 쉽게 말해 더 오래 기억에 남으려면, 여러 번 반복(시연)하면서 심화해야 하며, 자료를 의미 있는 단위로 묶어 보고(표, 마인드맵, 목차 그리기, 자신만의 노트 정리 등), 자신이 갖고 있던 의문이나 기존 지식 및 경험과 연결하는 등 ‘의미 있는 부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인출’의 과정을 통해 무엇이/얼마나/어떻게 저장되었는지 확인하면서 상위인지(메타인지)를 발달시키고, 학습해야 하는 내용과 전략을 분명히 알고 선택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 백지대화(백지 복습법) 방법!


그렇다면 백지대화 방법이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백지에 어떤 공부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이해한 것, 배운 것을 목차, 표, 그림 또는 글로 꺼내보는 것이다. 이때, 서로 연결되는 내용은 화살표나 선으로 묶기도 하고, 자신만의 표시를 통해 내용을 요약해 보기도 할 수 있다.


단, 처음부터 정말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를 가지고 시작하려 들면 막막함이 먼저 찾아올 수도 있다.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머리가 새하얗게 되면서, 나는 고작 이것밖에 기억을 못 하는 건가, 불필요한 자괴감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엔 백지대화를 위한 정리본을 따로 만들면서(일부러 빈 부분을 만들며 정리하기) 공부를 하거나, 기본적인 질문 혹은 목차나 키워드 등을 준비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교과서로 공부할 때에는 단원명이나 학습목표를 살펴 보면 무엇이 중요한 학습 키워드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의 수준에 따라서 종이에 미리 적어두는 정보의 양을 점차 줄여갈 수 있다. 자신이 있다면 아예 백지를 두고 주제만 쓴 다음,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인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백지 대화 방법은 매우 간단하므로,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백지대화를 해보면 확실히 본인이 이해한 것과 기억에 남지 않은 것, 모르는 것 등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후에 모르는 것을 보충하면서 좀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 모르는 것을 마주할 용기


백지대화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우리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그것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며, 결국 그것을 알게 될 기회를 모두 놓치는 것과 다름없다. 공부를 할 때는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모르는 것을 발견했을 때 좌절감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주도학습은,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나, 우리의 태도는 습관이 될 수 있고, 습관은 다른 행동으로 전염된다. 작은 용기를 발휘하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실천하는 것. 이것이 나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지, 시도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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