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상위인지(메타인지, 초인지) : 자신의 인지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학습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능력.
고민이 있을 때, 생각이 복잡할 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충고나 조언을 듣는 것보다, 그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에 대해서 담담히 이야기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생각과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다 보면, 뿌연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머릿속이 맑아지고 정리가 된다. 그렇게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좀더 분명히 깨닫게 되면서 저절로 고민이 해결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방법, 내가 이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그러면 어떻게 이해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강력한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설명해보기’이다.
학생 상담을 하거나 수업을 할 때, 종종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렇게 물어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잘 이해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서 끄덕이기도 하고, 그냥 생각 없이 끄덕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끄덕이기도 한다.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럼 아까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방금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무엇을 배웠는지) 네가 이해한 대로 한 번 설명해 볼래?
이 말에 학생이 당황하면 조금 기다려준다. 그리고 이내 학생들이 어떻게 설명하는지 잘 듣다보면, ‘핵심 내용을 잘 이해했구나, 아 이런 부분을 놓쳤구나, 엥 이걸 이렇게 이해했다고?’ 등등 학생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스스로 공부할 때에도 이 방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해도를 점검할 수 있다. 옆에 인형이라도 마련해서 본인이 직접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해본다거나, 쪽지에 키워드나 질문을 써 놓고 무작위로 뽑아서 설명해보는 등, 학습한 내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지는 개인의 취향과 창의력에 따라 여러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운 것을 직접 설명해보는 것이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유명한 자료도 있다. 아래 그림은 미국 MIT대학 사회심리학자 레빈(Lewin)이 세운 응용행동과학연구소인 미국행동과학연구소(NTL : the 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에서 1950년대 발표했다는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이다.
위 연구에 의하면, 단순히 수업을 듣기만 한 것(청각적 자극만 제공)은 학습 효율성이 가장 낮다. 즉, 강의를 들은 시간에 대비하여, 내용을 금방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듣고 보기’, 즉 시각적 자극과 청각적 자극이 동시에 제공되면 좀 더 나아진다. ‘시연하기’란 ‘시범 보이기’와 같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어떤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등이 ‘시연하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만한 건 ‘서로 가르치기’라는 방법을 사용한 집단이 학습 내용을 가장 많이 기억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학습 내용을 내면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 표를 교사 연수 때도 본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도 여기저기 인용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정확히 어떤 집단으로 어떻게 실험을 했는지 원자료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에 위의 표를 인용하면서 내게 약간의 의문점이 남아있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교수법이나 자기주도학습법 관련 책들을 보면, 하나의 감각만 활용하는 것보다는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시청각 수업, 쓰면서 읽기, 읽으면서 청각이나 후각 등 다른 감각과 연결 짓기)하는 것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기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수행해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며 표현하는 것이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등은 크게 반박하기 힘들다.
또한 위의 표는 EBS 다큐 프라임, ‘왜 우리는 대학을 가는가 - 5부 말문을 터라’(2014)에도 인용된 적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위의 표를 제시함과 동시에, ‘조용한 공부방 vs 말하는 공부방’이라는 실험을 한다.
8명의 대학생들이 서양사의 한 부분을 세 시간 동안 공부하면서 한 집단은 도서실 같은 공간에서 밑줄을 치고 정리를 하며 각자 공부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모둠학습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질문을 던지고 이해한 부분을 설명하는 등 협력하고 말하면서 공부하게 한 뒤 같은 시험을 쳐서 점수를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물론 실험 의도대로, 말하는 공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왔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조금 더 많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용기 내어 한번 입을 열어보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좋은 요리가 있다 하더라도 먹어 보아야만 그 맛을 알 수 있고, 아무리 지극한 진리가 있다 해도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왜 좋은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배워본 이후에 자신의 부족함을 알 수 있으며, 가르친 이후에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敎學相長)한다.
- <예기(禮記)> ‘학기(學記)’편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저절로 내 공부가 되는 것을 느끼고, 특히 학생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때 자신이 발전하는 것을 느낀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나도 성장하는 것이다. 이것을 한 사람의 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자기 자신의 학생이자 스승이 될 수 있다.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어떤 공부 방법이든, 어느 정도의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머리가 아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몸의 근육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땀 흘리지 않고 힘들지 않길 바랄 수 없는 것처럼, 사실은 인지적 발달을 원하면서 머리가 아예 안 아프길 바랄 수도 없는 일이다.
내용을 이해했는가? 그러면 한 번 말해보자.
#짧은 사족 : ‘질문’과 ‘대화’가 있는 수업, 하브루타
이처럼 ‘말하는 공부법’과 관련하여, 유대인의 공부법으로 알려진 ‘하브루타’가 있다. 하브루타(Havruta)란, ‘친구(짝)’라는 히브리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둘 이상이 짝을 지어 학습 내용에 대해 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질문’과 ‘대화’이다. 질문함으로써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가 이어지면서 배움이 일어난다. 이처럼 ‘하브루타’는 학생이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대화를 나누며 배움을 구성하도록 한다.
하브루타는 학습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소통능력과 능동성,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꾸준히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