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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Aug 06. 2021

상위인지 훈련(6)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답 정리

얼마나 훌륭한 행위인가.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상위인지(메타인지, 초인지) : 자신의 인지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학습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능력.


공부를 하다 보면, ‘오답 정리’가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나 자주, 너무나 당연히 듣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오답 정리는 왜 하는 걸까?



# 진짜 오답 정리는 무엇인가


오답 정리를 왜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문제를 왜 푸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 지필고사나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서, 많은 학생들은 교과서 외에 자습서나 문제집을 추가로 사서 문제를 푼다. 문제를 왜 풀까? 그냥? 공부하면 다들 문제를 푸니까? 문제를 풀면 공부가 되니까? 공부가 왜 될까?


사실 문제를 푸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아는 것은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수정하고, 모르는 것은 더 공부하기 위한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나는 다 알고 있다’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이 착각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데 문제를 풀어보면 이 생각이 착각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분명 다 이해한 것 같은데, 문제를 풀려고 하면 기억이 안 난다거나, 자신 있게 답을 선택했지만 틀린다거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다시 한번 나의 공부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문제 푸는 요령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스스로 요령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바로 이런 과정, 문제를 푼 이후에 아는 것을 확인하고, 오개념을 수정하고, 모르는 것을 보충하는 행위, 문제를 풀 때 자신의 사고 과정을 돌아보고 오류를 발견하거나 문제 풀이의 요령을 익히는 것이 바로 진정한 오답 정리인 것이다.


다른 부분을 공부하거나 다른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들여서 굳이 오답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공부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오답 정리 과정이 없이 그냥 문제만 풀어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의 지식이 인출되면서 기억에 자리잡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생각 없이 그냥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춰보는 행위만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공부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정말 많이, 열심히, 공부한 것 같은데, 성적은 그만큼 오르지 않는 미스터리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학생들은 문제를 풀어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더 이상 실력의 발전이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어떤 학생들은 같은 양의 문제를 풂으로써 실력을 향상시킨다. 그 차이가 바로 의식 없이 단순하게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는 행위’만 반복하는가, 아니면 ‘문제를 푸는 행위’가 ‘아는 것을 확인하고, 오개념을 수정하고, 모르는 것을 보충하는’ 행위, 그리고 ‘문제 풀이의 요령을 익히는’ 행위로 잘 이어지는가에 있다.


이것이 진짜 오답정리이고,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 오답 정리의 기본적인 방법들


그렇다면 오답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서는 여러 과목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실제적이고 기본적인 방법들만 간단히 정리해보자.


 1. 틀린 원인 파악

문제를 틀린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문제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지 못함. (출제자의 의도 파악 X)

 -근거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 / 근거를 찾지 못함.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개념을 헷갈렸거나, 아예 몰랐음. (개념 오류, 부족)

 -문제를 잘못 읽음. / 어떤 부분을 잘못 봄. / 2번이 정답이라고 풀어놓고 번호를 3번으로 씀. (실수)


이 외에도, 자신이 왜 이 문제를 틀렸는지 파악하여 문제 위에 혹은 따로 마련한 오답 노트에 적어본다. 그러다 보면 반복되는 이유가 파악이 된다. 나는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구나, 나는 감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근거를 찾는 버릇을 들여야겠구나, 개념을 확실히 공부해야겠구나 등등 문제를 틀린 이유에서 앞으로 주의할 점들을 도출해야 한다.


특히, 실수해서 틀린 경우는 가볍게 넘어갈 확률이 높은데, 사실은 가장 안타까운 경우이기 때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정답 번호를 쓰기 전에 선택지에 직접 표기한다거나, 문제를 읽으며 ‘않은’과 같은 부정어가 나오거나 ‘정답 두 개’라는 부분이 있으면 동그라미를 한번 더 친다던지,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적인 내용에 밑줄을 치는 등 문제를 정확하게 읽기 위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한 번 실수할 수 있으나,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다.

 

 2. 필요한 개념 또는 어휘 정리

문제를 풀면서, 정답을 맞히기 위해 알고 있어야 했던 개념들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예를 들어 ‘ㄱ은 은유법을 사용하여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라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은유법’, ‘역설’과 같은 개념을 다시 찾아서 문제 옆이나 아래 여백에 정리해보는 것이다.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 대법원에서 심판한다.’라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탄핵 소추’라는 핵심 개념을 찾아볼 수 있고, ‘의결’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확실히 모르겠다면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해도, 문제에 출제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개념이라는 뜻이니 한번 더 정리하다 보면 확실히 기억에 남을 수 있다.


3. 지문에서 선택지의 근거를 찾아 표시

이 선택지가 정답 또는 오답인 근거를 찾아서 지문에 밑줄을 치거나 화살표로 연결하는 등 표시한다.


‘ㄱ은 직유법을 사용하여 /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라는 선택지는 사실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두 부분이 모두 맞아야 정답이다. 그런데 이 선택지가 오답이라면, 작품에서 ‘직유법이 사용’된 부분을 찾아 연결해보고, 이 표현이 ‘역설은 아닌’ 것을 확인하는 등 오답인 근거를 찾아 표시하고 이해해야 한다. 혹은 반대로 역설적인 표현이 드러나지만 직유법이 없을 수도 있다.


지문에서 선택지의 근거를 찾아 표시하는 것은 국어나 영어, 사회 등등 지문이 문제에 제시되는 과목의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해봐야 한다. 그냥 감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근거를 찾아 결론을 내리는 습관을 들일 수 있고, 개념을 더욱 튼튼히 할 수 있다.


4. 틀린 선택지의 경우 옳게 고쳐보기

기본적으로 선택지의 내용이 틀렸을 경우에는, 어디가 틀렸는지 표시하고 올바른 선택지로 고쳐보자.


‘ㄱ은 직유법을 사용하여 /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가 틀린 선택지라고 할 때,


 ㄱ: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직유법을 사용(X)하여

>  A=B (은유법)

 / 역설적으로 표현(O)하고 있다,’

처럼 표시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올바른 선택지의 경우는 한번 더 읽어보는 것이 좋다. 내가 알고 있는 올바른 개념을 다른 언어로 표현한 예시가 되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지려는 노력


문제집에 그려진 동그라미나 직선들 - 맞은 문제와 틀린 문제를 보면서 만족스러워하거나 기분이 나빠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러나, 맞춘 문항도 다시 한번 보고, 틀린 문항을 냉철히 분석해 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책임감용기가 필요하다. 오답 정리는 내게 그런 책임감과 용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얼마나 훌륭한가. 스스로를 마음껏 칭찬해도 괜찮다.


또한 오답 정리는 현재 나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 알고 있거나 모르는 부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시도이다. 즉, 오답 정리는 용기를 가지고 내 실력을 마주하며, 조금은 부족하고 조금은 실수할 수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이다.


정답을 맞힌 것에 자만하지 않고,

틀린 것에 좌절하지 않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보다

좀 더 성장하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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