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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13. 2022

행동주의, 누구나 학습할 수 있다.

파블로프의 개와 스키너의 쥐처럼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나에게 건강한 유아 12명을 주시오. 그러면 잘 만들어진 나의 특별한 세계에서 그들을 키울 것이고, 그들의 재능, 기호, 버릇, 적성, 인종에 관계없이 의사나 변호사 혹은 예술가나 기업의 사장 등 어떠한 전문가로라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럼요! 거지나 도둑이 되게끔 훈련시키는 것도 물론 가능합니다." -J.B.Wahtson(1925)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훈련을 한다면 그 누구라도, 본인이 목표로 하는 인간이 되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는 믿음.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1920년대 행동주의 심리학자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어떤 인간이라도 자신에게 맡기면 원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다니, 어떻게 보면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행동주의가 뭐길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간단히 말해서 행동주의 학습이론이란


어떤 것들을 학습할 때, 인간의 머릿속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외부에서 관찰하기가 어렵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이처럼 내적인 부분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 영역이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변화'에 주목하는 것이 행동주의의 기본 관점이다. 인간을 자극에 반응하는 유기체로 보며, 인간 내적인 복잡한 과정보다는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효율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동주의는 환경적인 조건(자극)에서 관찰 가능한 행동(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학습으로 보았다. 아주 쉬운 예로, 물소리를 들었을 때 오줌이 마려운 현상을 행동주의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오줌을 쌀 때마다 비슷한 물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몸이 학습을 한 결과인 것이다. 같은 원리로 책만 펴면 자기도 모르게 잠들도록 몸이 학습할 수도 있다는, 그런 무서운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것의 강점은 곧 약점이 되기도 하는데, 인간의 내적 영역을 배제했다는 것이 바로 행동주의의 강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한 부분이다. 인간의 개별성과 복잡성에 주목하기보다는 단순한 존재로 봤다는 것, 내적인 영역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것이 비판받으며 추후에 인지주의 심리학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기에 주류 심리학 이론으로 통했다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인 흐름과 요구에 맞는 부분도 있었다는 것일 테다. 행동주의는 '마음'이나 '정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된 환경에서의 실험을 통한 행동 변화에 관심을 둠으로써, 심리학을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 실제로 행동주의에 기반한 행동치료가 개발되었고, ‘누구라도' 적절한 환경에서 훈련을 받으면 학습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나름 평등주의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처럼 행동주의는 비판점과 의의가 동시에 존재하는 학습이론이지만, 어차피 완벽한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에서도 행동주의 학습이론을 이해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다. 그것들을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



나는 어디에 침을 흘리나?


벨을 울린다. 먹이를 준다. 개가 먹이를 먹는다. 이 과정을 반복했더니, 이제 먹이가 없이 벨만 울려도 개가 침을 흘린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유명한 연구라 꽤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구의 원리를 쉽게 말하면, '종소리'처럼 원래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않는 '중립 자극'이, '먹이'처럼 무조건 침을 흘리게 만드는 무조건 자극과 합쳐져서 반복이 되면, 개에게 침을 흘리게 만드는 '조건 자극'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떠한 조건(먹이를 줄 때 벨을 울린다.)을 형성함으로써 반응을 유도해 내는 것이 고전적 조건화다.(임규혁 외, 교육심리학, 2011)


그러니까 이 원리에 의하면, 수학 선생님을 좋아할 때 수학까지 좋아지는 이유(그 반대로 어떤 선생님이 싫을 때 그 과목까지 싫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과목이 나에게 실패 경험을 계속 안겨줬다면, 그 과목을 떠올리기만 해도 불안해진다거나... 부정적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결과가 과정을 만들기도 한다.


위에서 살핀 고전적 조건화는 무의식적인 자극과 반응의 반복적 결합으로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서,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


고전적 조건화가 어떤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하는지 -무조건 자극(S)과 그에 따른 무조건 반응(R), 이를 어떤 중립 자극(N)과 연합하여 그것을 특정 반응(R')을 이끄는 조건 자극(S')으로 만들지.- 고민했다면, B.F. 스키너가 제안한 '조작적 조건화'는 어떤 행동의 '결과'에 관심을 둔다. 어떤 행동 이후에 결과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그 행동이 학습될 수도 있고 제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스키너 상자'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도록 만들어진 스키너의 상자에 쥐를 한 마리 넣는다. 쥐는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지렛대를 누르는데, 먹이가 나온다! 다른 행동을 하면 먹이가 나오지 않는다. 한번 더 지렛대를 눌러보니, 먹이가 나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먹이를 먹기 위해, 이제는 의도적으로 지렛대를 계속 누르게 된다.


쥐에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을 학습시키고 싶을 때,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의 결과'로 쥐가 좋아하는 '먹이'를 준 것이다.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과 이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먹이'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강화'이다. 강화란, 어떤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고, 이때 ‘먹이’처럼 행동의 발생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이 '강화물'이다.


사랑과 관심이 고픈 학생이 수업시간에 우연히 한번 헛소리를 했더니 교사와 친구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싸, 기쁘다. 그래서 헛소리를 더 하게 된다. 이것도 조작적 조건화의 결과로 헛소리가 학습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일 무서운 건 보고 배우는 것


마지막으로 소개할 행동주의 학습이론은 '사회학습이론'이다. 사실, 같은 상황과 조건에서도 어떤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있고, 아닌 학생이 있다. 자신은 강화를 받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강화물을 받는 모습을 관찰하고 자신의 행동이 변화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고전적 조건화나 조작적 조건화로 모든 행동과 학습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반두라는 기존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겉으로 표현된 행동만이 학습이라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반두라의 실험 중에 유명한 것은 '인형 실험'(1965)인데, 인형을 발로 차고 때린 다음 상을 받는 영화,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영화, 마지막으로 상도 벌도 받지 않는 영화를 보여줬을 때, 상을 받는 영화를 본 학생들이 가장 폭력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속 사람이 했던 행동을 따라 하면 상을 주겠다고 하자, 모든 그룹의 아이들이 다 그 행동을 따라 했다.


여기서 반두라는 '모델링'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강화작용 없이 단순히 모델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는 '대리학습'이라는 형태로 설명이 되는데,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난다는 원리이다. 누군가를 '본보기'로 칭찬을 한다거나 혼낸다거나 하는 일이, 이러한 학습을 의도하고 하는 행동인 것이다.


어른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학생은 행동을 믿는다. 학생들이 '보고 배운다'는 것이 사실 가장 무서운 게 아닐까.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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