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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17. 2022

당근과 채찍,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앞 글에 이어서

https://brunch.co.kr/@subeenist/118


지금까지 행동주의의 세 가지 대표적 학습 이론(고전적 조건화 이론, 조작적 조건화 이론, 사회학습이론)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 정도 읽는 것으로도 학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것이라고 믿지만, 어쨌든, 이러한 행동주의 학습이론을 어떻게 자기주도학습에 적용할 수 있을까?



나에게 주는 당근과 채찍


행동주의의 기본은 '눈에 보이는 행동의 관찰'이다. 따라서 행동주의에서 학습이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학습하고자 하는 행동의 빈도'가 늘어났는가, 줄어들었는가, 유지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때 어떤 행동의 빈도가 증가시키거나 유지하는 과정을 '강화', 강화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행동의 빈도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을 '소거', 의도적으로 어떤 행동의 빈도를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을 ''이라고 한다.



당근당근! 강화하기

강화는 내가 좋아하는 강화물을 주거나(정적 강화),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없애줌(부적 강화)으로써 의도한 행동을 유발하거나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하루 30분 이상 공부하면 스티커를 주고, 스티커 10개 모으면 치킨 사줄게!'라는 공약을 건다면 정적 강화이고, '하루 30분 이상 공부하면 그날은 설거지 당번 빼줄게!'는 부적 강화이다.


어떤 학생이 맡은 과제를 잘 해냈더니, 선생님 또는 부모님이 칭찬을 한다거나, 씨익 웃어준다거나, 엄지를 척하고 들어준다면, 이것도 학생에게는 강화물을 제공한 것이 된다. 따라서 이것이 반복되면 학생은 과제를 앞으로도 더욱 잘하거나 잘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는 혼자서 목표한 것을 지킬 때마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기로 정한다면, 뭔가 물질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강화물을 제공한 것이 된다. '동그라미'를 봄으로써, 목표를 지켰다는 '뿌듯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냥 목표를 이루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달력에 동그라미를 친다' 또는 '스케줄러에 공부한 것을 쓴다', '체크리스트에 적어둔 것을 지운다'처럼 목표를 이뤘음을 티내고,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을 자꾸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히 목표를 지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만들면, 그것을 보면서 더욱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고 의도한 목표(행동) 강화될  있다.


또한 '용돈'이나 '자유 시간' 같은 물질적인 강화물을 제공할 때, 그 중간 단계로 '스티커'나 '도장'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용돈 줄게', '일주일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누구랑 놀러 가게 해 줄게'라는 약속보다, '하루 O시간 이상 공부하면 스티커 하나, 일주일 동안 스티커 7개 다 모으면 용돈 줄게'라는 약속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스티커나 도장을 통해서 매일 자잘자잘하게 강화되는 효과가 있으며, 결국 더 큰 보상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도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 정말 습관으로 정착할 확률이 높아진다.



당근을 주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말 잘 듣는 토끼가 아니게 될 거야!

그런데 어떤 행동에 대해 강화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그 행동의 빈도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된다. 헛소리를 하는 학생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으면,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관심을 주지 않으면, 헛소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먹이를 주지 마시오'.


또한 소거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도 쓰일 수 있다. 발표를 할 때 비웃음을 당해서 발표에 두려움이 생긴 학생이 있다면, 일부러 발표 기회를 많이 줌으로써 아, 발표해도 괜찮구나, 비웃지 않네, 하는 생각을 갖게 해서 학습된 두려움을 소거시킬 수 있다. 이처럼 이미 '불안'이나 '두려움' 같은 반응이 학습된 행동이 있다면, 용감하게 그 행동을 일부러 자꾸 더 해보고, 그렇게 많이 해봄으로써 그 행동이 종종 좋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더 이상 '불안'하거나 '두려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경험할수록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시험 잘 보면 핸드폰 바꿔줄게'의 문제점

그러니까 흔히 부모님이 자녀에게 '시험 잘 보면 핸드폰 바꿔줄게'와 같은 약속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행동주의 비슷한 이론적 바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약속에서 강화하고자 하는 '시험 잘 보면'이라는 행동은, 너무나도 장기적이고 추상적인 일이며, 너무 결과 중심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은 일 년에 많아야 네 번이다. 반복을 통한 강화가 일어나기엔 굉장히 드물고 긴 시간인 것이다. 또한 '시험을 잘 보는 행동'이라는 건 굉장히 변수가 많은 일이다. 똑같은 시험은 없으며, 어떤 시험이 될지 미리 예측할 수도 없다. 게다가 더 이상 '핸드폰'이라는 강화물이 주어지지 않으면 행동이 소거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매번 핸드폰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매번 그 이상의 강화물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길러줘야 하는 것은 자기 관리 역량이라는 점이다. '시험 잘 보면'이라는 조건은 이 역량을 기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재미를 느끼고 공부 방법을 발견해서 또는 반대로 공부 방법을 찾고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재미를 느껴서 이것이 시험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엄청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을 그냥 확률 게임에 맡기는 일이다.


시험 잘 보면 핸드폰을 바꿔준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진짜로 시험에 잘 보는 걸 성공하는 경우는, 자신에게 있어 '핸드폰 바꾸는' 것이 너무나도 절실하여 강화물로서 아주 효과적인 경우였거나, 본인이 평소에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상태에서 마침 적절한 강화물이 제공되어 동기유발이 잘 된 경우였거나, 어쩌다 시험이 쉽게 나와서 이득을 봤다거나 하는 경우였을 것이다. 이를 제외하곤 이것이 통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통했더라도 결국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은 길러지기 힘들 수 있다.



채찍채찍! 벌주기

앞서 살펴본 것과는 반대로, 어떤 행동을 없애기 위해 불쾌한 것을 제공(수여성 벌)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빼앗아버릴(제거성 벌) 수도 있다. '강화'는 혼자서 자신을 훈련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지만, '벌'은 일반적으로 자기 손으로는 제공하기 힘드므로 누군가 조력자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내가 또 간식을 먹으면 네가 날 한대 쳐줘'같이 말하는 것은 수여성 벌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체벌'이 대표적인 수여성 벌이다. 반대로 공부할 때 스마트폰 보는 습관을 없애고 싶다면, 스마트폰 볼 때마다 '마이너스 도장'을 받고, '마이너스 도장'이 5개 이상 되면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 하나를 찢어야 한다(제거성 벌)는 무시무시한 약속을 할 수도 있다. 또한 교실에서 떠든 학생을 잠시 생각하는 의자에 앉혀둔다거나 말하지 못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거나 하는 '타임 아웃'기법도 제거성 벌의 대표적인 예이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많은 학자가 '벌'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아이돌 사진을 찢는다고 생각해보자. 약속이고 뭐고 공격적인 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벌을 받을 때는 아무래도 정신적인 또는 물리적인 스트레스가 클 수 있다. 벌은 비인간적일 수도 있다. 강아지가 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기충격 목줄을 생각해보라. 짖는다는 행동을 제거하기 위해 '전기충격'이라는 고통스러운 자극을 주는 것.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이다.


게다가 방해 요인이 없어진다고 해서 원하는 행동이 자동으로 증가하진 않는다. 스마트폰 아무리 안 본다고 해서 공부를 하나? 그냥 누워있고 말지. 정확히 필요한 곳에, 정말로 없어져야 하는 확실한 행동이 있을 경우에, 벌은 선택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 진짜로!


사람마다 효과적인 강화물은 다르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행동주의 학습법의 핵심이다. 나에게는 무엇이 효과적인 강화물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늘어나길 바라는 행동은 무엇이고, 줄어들기 바라는 행동은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해냈을 때, 해내지 못했을 때, 나의 마음은 어떤가? 이 질문들에 답해보자. 이것들을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공부와 학습은 를 마주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일이다. 결국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먼저다. 그것에서 진정한 공부가 시작된다. 우리 한 번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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