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 조성과 과제 분석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지난 글에서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개념과, 이를 실제 자기주도학습에 적용하는 예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복잡한 행동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을까?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동주의를 공부하면, 흔히 나오는 사례가 '힙합 비둘기'이다. 아주 작은 단계별로 행동을 나누어서 강화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고 확장해 나가면 결국 비둘기가 힙합 춤을 추도록 학습시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최종적인 어떤 복잡한 행동(Z)이 있을 때, 결과적으로 그 행동(Z)으로 가기까지의 단계(a-b-c-..)를 나누어 최종 행동(Z)을 만들어내는 것을 '행동의 조성'이라고 한다.
사실 이 비슷한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참고: 상위인지 훈련(1) 실패하는 목표, 성공하는 목표) 이 글에서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와 비슷하게 최종 학습에 이르기 위한 하위 단계들을 분석하고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서 <시를 읽고 감상하는 법>을 익히고 싶다면, 이전의 하위 단계들이 있을 것이다.
-시와 관련된 개념 이해하기 ('시'란 무엇인가, 시 속의 말하는 이=화자, 함축성, 음악성=운율 등등)
-다양한 문학적 표현법 알기 (비유, 상징, 심상, 기타 수사법 등등)
-시 속의 구체적인 단어들로 시의 분위기, 시어의 의미 파악하기
-문학사적 지식 갖추기
-나의 삶에 연관 짓기 (인상 깊은 구절과 그 이유, 나의 느낌, 나의 경험, 사회 현실과의 연결 지점 찾기 등등)
...
또 다른 예로 <글을 잘 쓰는 법>을 익히고 싶다면, '좋은 글'의 요소 알기, 다양한 유형의 글 분석하기, 글의 구조 이해하기, 글쓰기 단계별 전략 알기, 문장의 호응 고려하기, 표현력 기르기, 어휘력 기르기 등등 다양한 하위 과제들이 있다.
이처럼 무엇이든 어떤 최종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하위 목표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학습 과정을 세부 단위로 나누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과제 분석(task analysis)이라 한다(Miller, 1962). 이때 하위 목표를 설명하는 일을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면, 주변의 선생님이나 동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충분히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자기주도학습이란 고립되어서 혼자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고, 점검하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거니까.
이렇게 하위 단계를 나누게 되면, 완벽한 과제 수행 이전에 그것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강화를 성취감을 느끼며 하나씩 하나씩 발전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즉, 조성의 개념은 완벽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완벽에 이르는 과정에 개입하는 적극적인 과정을 의미한다.(임규혁.임웅 공저 <교육심리학>(2011), 175쪽)
노트나 A4용지 등 아무 백지를 하나 가져와보자. 반을 나눠서 왼쪽에는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목표), 오른쪽엔 이것을 성취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적어본다. 달성하고 싶은 것 아래에는 다시 세부적인 하위 과제를 잘게 분석해서 적어본다. 오른쪽에는 방해되는 요소의 원인과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들을 적어본다. 이 과정을 혼자 분석하고 적어보는 것이 어렵다면 앞서 말했듯이 선생님이나 부모님, 공부 잘하는 주변 친구 등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행동주의 기법을 적용하여 하루에 자기 전 30분 독서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왼쪽에는 '구체적으로 읽고 싶은 책 목록 만들기, 국어 선생님께 추천 도서나 독서 방법 질문해보기, 언제 도서관이나 서점 가서 책 구하기, 언제부터 달력에 표시하며 읽기, 30분 독서 연속 5번 성공하면 ~하기, 연속 10번 성공하면 ~하기' 등등을 적으면서 강화 계획을 세워볼 수 있겠다.
반대로 오른쪽에 이를 달성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를 적어본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마트폰', '독서할 장소의 부족' 등등 나의 개인적인 요소나 환경적인 요소를 분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 > 그렇다면 왜 보게 되는가? > SNS, 스마트폰 게임 > 그렇다면 이것에서 잠시 벗어나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독서하는 동안 유튜브로 배경음악 틀어두기 / 부모님께 맡겨두기 / 타이머 맞춰두고 참아보기 / 스마트폰 감옥 아이템 사서 사용해보기 / 독서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만지면 다음 날 30분 일찍 일어나기' 등등 다양하게 정할 수 있겠다.
이처럼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해보고 한번 실천해보자!
결국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최종 학습),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하위 목표) 구체적인 분석이 있어야 하고, 하위 과제를 달성하는 과정에 강화를 한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을 알고도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그리고는 바위 위에 빈 깡통을 놓고 50미터 정도 떨어져서는 단 한 발로 깡통을 명중시켰다.
"전 이 지역에서 제일가는 명사수입니다. 이제 저처럼 총을 잘 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그는 바위 위에 빈 깡통을 다시 세워 놓고 50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는 붕대로 눈을 가린 채 총을 어깨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제가 맞추었나요?"
그가 붕대를 풀며 물었다,
"물론 빗나갔죠! 총알이 많이 비껴갔어요. 당신한텐 배울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군요."
잘난척하던 스승 꼴이 우습게 된 것을 보고 고소해하며 초보 사냥꾼이 대답했다.
"전 방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교훈을 가르쳐드렸습니다."
베르타의 남편이 말했다.
"성공하고자 할 때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하여 당신이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도록 하십시오. 어느 누구도 눈을 감고 표적을 맞출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또 다른 사냥꾼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함께 나갔다. 그가 빈 깡통을 다시 올려놓으러 가자, 그 사냥꾼은 이제 자기가 총을 쏠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베르타의 남편이 자기 곁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깡통은 못 맞췄지만 스승의 머리를 맞추고 말았다. 그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목표에 집중하라는 훌륭한 가르침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파울로 코엘료, <악마와 미스 프랭> 중에서
내가 가고 싶은 지점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계단을 놓는 것. 결국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무엇인지 아는 것. 내가 지금 이 순간 무엇에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는지 깨닫고,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성찰해보는 것. 자기주도학습은 단순히 더 높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 속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니 용기 내어서 질문을 던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