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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Oct 09. 2022

유튜브와 릴스와 도박의 상관 관계

행동주의 - 강화계획, 나의 미디어 사용 점검하기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최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쇼츠'나 '릴스' 등 짧은 영상들이 무작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숏폼 형식을 밀고 있다. 틱톡은 애초에 짧은 영상 위주의 플랫폼이었고. 조금만 기사를 검색해보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82582531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이트/앱 사용 시간을 늘릴까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이용자가 자신의 사이트/앱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본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다양한 광고에 많이 노출되어줄까, 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쇼츠나 릴스 같은 숏폼을 활성화하려고 하는 것도, 숏폼으로 사용자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그들의 공간에 머물도록 하려는 상술이다.


내가 무언가를 이용할 때 돈을 내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 곧 그들에게 재화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은 '사람을 낚는 어부'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낚아서 광고주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SNS 활동을 할 때, 우리는 그들이 친 그물에 걸려 팔딱팔딱 뛰는 신선한 물고기가 되어 주고 있는 셈이다.


자기주도학습을 말하다가 갑자기 웬 물고기 얘긴가 싶겠지만, 그들이 사용자들을 낚아서 자신의 콘텐츠들에 머물러 있게 하는 방법, 사용자들이 가만-히 있다가도 문득 주기적으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이용하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행동주의적인 원리도 숨어 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앞서 얘기했듯이, 행동주의에서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는 것을 '강화물'이라고 부른다. 이 강화물을 언제, 어떻게 줌으로써 학습을 형성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행동주의 이론이 바로 '강화계획(reinforcement schedule)'이다.


'시간'을 기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간격계획'이라고 하고, '횟수'를 기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비율계획'이라고 한다. '일정한' 시간이나 횟수를 기준으로 강화해서 언제 또는 몇 번째에 강화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예측이 가능한 것을 '고정계획'이라고 하고, 반대로 예측이 불가능하면 '변동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강화계획은 총 네 가지 형태가 가능하게 된다.


일정한 시간마다 강화물을 제시하는 '고정간격 강화계획'

일정한 횟수마다 강화물을 제시하는 '고정비율 강화계획'

시간을 예측할 수 없도록 불시에 강화물을 제시하는 '변동간격 강화계획'

몇 번 수행해야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없도록 강화물을 제시하는 '변동비율 강화계획'


하나하나 가볍게 살펴보자.



음식점 쿠폰 : 고정비율 강화계획


책을 하루 50쪽 읽으면 나가 놀아도 된다고 허락했다면 이것은 고정비율 강화계획이다. 걸린 시간에 관계없이, 50쪽을 읽자마자 나가서 노는 강화물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는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잘했어!'라고 칭찬하는 것도 고정비율 강화계획이다. 음식점 쿠폰에 도장 5개를 모으면 어떤 메뉴를 주고, 10개를 모으면 더 큰 메뉴를 주는 것도 고정비율 강화계획이다. 다만 강화를 제시하는 비율은 매번 제시하는 것에서 3번, 5번, 10번 할 때마다 제시하는 것처럼 점차 증가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이라고 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 고정간격 강화계획


일정한 시기에 시험을 보는 것은 고정간격 강화계획에 해당한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 길 경우에, 학생들은 그 시기에 임박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패턴을 보인다고 하니, 비교적 짧은 간격의 계획도 함께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가족들이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며 일주일 동안 서로의 모습을 칭찬하는 등 긍정적인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해 본다.



슬롯머신 당첨되기 : 변동비율 강화계획


강화물을 얻기 위해서 어떤 것을 몇 번 수행해야 하는지 예측하지 못하도록 강화물을 제시하는 것이 변동비율 강화계획이다. 슬롯머신을 할 때, 몇 번이나 손잡이를 당겨야 잭팟이 터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젠가 계속 손잡이를 당기다 보면 잭팟은 터지게 되어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러나 언젠가는 나온다는 것을 아는 상태. 도박은 항상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듯이, 변동비율 강화계획은 소거에 강하게 저항하는 특성이 있다. 즉, 변동비율 강화계획으로 학습이 된 것은 강화가 주어지지 않아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심 검문 : 변동간격 강화계획


변동간격 강화계획은 어떤 시점에서 강화물이 주어지는지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이다. 선생님이 예고 없이 불시에 학습지 검사를 하는 것, 부모님이 갑자기 들어와서 방청소를 하면서 자녀 방에 이상한 물건이 없는지 은근히 확인하는 것 등이 변동간격 강화계획의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강화의 시점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변동간격 강화계획도 변동비율 강화계획과 마찬가지로 행동의 강화와 유지에 효과적인 편이다. 그 옛날, 지금은 사라진 '불심 검문'이 대중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유튜브와 릴스는 도박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할 시간이다. 유튜브와 릴스는, '고정비율, 고정간격, 변동비율, 변동간격' 중에 어떤 강화계획에 해당할까? 글을 이해했다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변동비율 강화계획이다. 유튜브의 쇼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은 짧은 영상 이후에, 무작위의 다른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제시되는 형태이다. 그렇게 영상을 넘기고 넘기다보면, 언제 내 취향에 딱 맞는, 혹은 엄청 흥미롭거나 재밌는 영상을 만날지 모른다.


재밌네. 이다음엔? 아, 이건 재미없는데, 설마 이다음엔 뭐가 나올까? 그렇게 넘기다가 재밌고 신기한 영상을 또 만난다. 즐거움이라는 강화물이 제시된다. 그렇게 영상을 넘기는 행동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영상을 넘기고 또 넘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엔 내가 재미없는 걸 계속 보고 있어도 영상을 찾는 행위를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다른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또 유튜브나 릴스를 보고 싶게 된다. 이번엔 재밌는 영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처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의도적으로,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플랫폼에 머무르도록 학습시키고 있다. 그러니까 유튜브와 릴스는 도박장 슬롯머신이나 다름없다는 소리다. 중독이 쉽게 되는 이유도 이러한 원리에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이러한 도박적 속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주의하는 것과,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끌려다니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나의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나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소중한 자원은 바로 나의 시간이다. 나는 하루 중에 몇 시간을, 무엇에 사용하고 있는가? 내가 스마트폰에 매여 있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되며, 주로 무엇을 하는 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스마트폰 각 어플의 평균 사용시간을 얼마나 되는가? 늘어나고 있는가? 줄어들고 있는가?


본인의 스마트폰이 iOS(애플)라면 '설정 > 스크린 타임'에서 확인하고 앱 시간제한 등 타이머를 설정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삼성)라면 '설정 > 디지털 웰빙 및 자녀 보호 기능 > 디지털 웰빙'에서 동일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에 앞서, 나의 스마트폰 사용과 미디어 이용 습관도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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