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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28. 2022

공부의 동기를 찾기 힘든 당신에게

넷플릭스 시트콤 <굿 플레이스>에서 엿본 ‘변화’의 비밀



나는 몇 점 짜리 인간일까


<굿 플레이스>는 '사후 세계'를 소재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방영된 시트콤이다.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따르면, 생전 사람들의 언행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몇 점 등으로 점수화되어 모두 기록이 되고, 사람이 죽는 그 순간 최종 합산 점수가 나온다. 참고로 사무실 전자레인지에서 생선을 데우거나 비행기 안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는 행동은 마이너스니 조심하자. 어쨌든 이 최종 점수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에 따라 사후에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 또는 '배드 플레이스(The bad place)'에 가게 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총 4개의 시즌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즌 1에서는 원래 배드 플레이스로 가야 하는 인성 파탄 주인공 ‘엘리너 셀스트롭’이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동명이인 대신 굿 플레이스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굿 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곳에서 만난 소울메이트 '치디 아나곤예'라는 윤리학 교수에게 윤리를 배우는 등 고군분투하는 내용과 그로 인한 소동을 중심으로 초반 내용이 전개된다. 이 드라마는 시트콤이라는 틀 안에서 철학적인 담론을 재치 있게 풀어나가며, 독특한 아이디어와 매끄러운 전개로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그리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 등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흥미롭게 담아내었다.



변화의 가능성, 믿습니까?


어쨌든 이 글은 <굿 플레이스>의 전체적인 리뷰를 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는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가?’라는 질문들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어서, 이것을 조금 들여다보려고 한다.


시즌 3에서 엘리너 일행은 사후 세계 시스템의 근원적인 오류를 증명하기 위해, 원래 ‘배드 플레이스’에 가야 하는 나쁜 사람들을 '사후'에 좋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들이 실패하길 바라는 악마들에 의해서 아-주 끔찍한 인물들이 엘리너 일행에게 배정이 되는데, 그중에서 ‘브렌트’라는 인물은 성공길만 달려온 학벌 좋고 부유한 백인 남성으로, 자신이 얻은 사회적 지위는 오로지 본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합당하게 얻은 것이라 생각하며, 사회적 다수자로서 숨 쉬는 것처럼 누려온 특혜들에 익숙해져 있고, 오히려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매우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구제불능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여성혐오자, 인종차별주의자, 그야말로 빌런 완전체이다.


엘리너 일행은 이 브렌트라는 인물을 진정 ‘굿 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선한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온갖 시도들을 하지만, 매번 실패하며 어려움에 빠진다. 심지어 브렌트는 뻔뻔하게도 본인이 ‘굿 플레이스’가 아니라, 그보다 한층 더 높은 ‘베스트 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냐며, 뭔가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엘리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브렌트의 말이 옳다고 하자는 것. 아주 극비의 사실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지만, ‘베스트 플레이스’가 실제로 존재하며, 높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 극히 일부만 그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브렌트는, 순전히 베스트 플레이스로 가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하고,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게 일부러 문을 잡아주는 등 자잘한 선행들을 하기 시작한다.



행동이 먼저, 동기는 나중에


사실 브렌트의 이런 선행들은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굿 플레이스에 가기 위한 점수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엘리너는 본인도 처음엔 오로지 굿 플레이스에 가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일단 행동을 하다 보니, 무언가를 경험하게 되고, 느끼는 것이 생기고, 조금씩 의미를 찾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변화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꾸준히 행동하면서 결국 가치관이나 생각도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엘리너 일행은 우선 브렌트의 ‘행동’에 분명히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브렌트가 습관으로 착한 행동을 하길 바라야 해요.

일단 행동을 바꿔놓고
그다음 동기로 넘어가는 거죠.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기도 하지만, 반대로 행동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행동을 바꾸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들,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까 일단 좋은 행동 습관이 되고  다음에 동기로 넘어가도 된다는 발상이 놀랍고 새로웠다.



일단 한 번 해봐. JUST DO IT!


광고 카피 아니고… 그러니까, 이유를 못 찾겠다면 그냥 일단 한 번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그것이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자신을 믿는 동료들과 함께. 그러다 보면 행동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서서히 바뀔 수 있다. 좋은 행동이라면, 뭐, 한 번 해보는 게 밑져야 본전 아닌가.


본문과 아무 상관없는 사진. 그냥 귀여워서 넣었다.




<사족>


솔직히 말해서 요즘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한 동기가 떨어졌다.


글 쓰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한 편의 글을 쓰려고 들이는 노력에 비해서, 내 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내 글이 노출되는 것 같지도 않고, 내 글에 도움받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있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글 쓸 맛이 안 난다. 글은 누군가 읽을 때 생명을 얻는데 과연 내 글들은 잘 살아있는 건가... 저기요, 살아계신가요...? 굉장히 징징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맞고 그냥 글을 자주 업로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었다.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는 짓고 싶어서 이제 3편 이내로 브런치북 하나 발간하고 끝내야지! 스스로도 동기부여를 하며 나아가 보자. 참고로 앞에서 학습 정서나 동기, 인지에 대해 다뤘다면, 다음 글에서는 행동주의적 기법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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