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Nov 19. 2020

상위인지 훈련(4) 노트 정리, 나만의 세상

[10] 메타인지, 공부법, 노트정리법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점검하고 관리하며 학습 과정을 주도해 나가는 학습활동.

*상위인지(메타인지, 초인지) : 자신의 인지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능력.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학습 전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점검하며, 평가하는 능력.


노트 정리는 여러 공부법 그리고 상위인지 훈련에 좋은 활동 중의 하나이지, 유일하고 절대적인 공부법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유일하고 절대적인 공부법이란 건 없다. 이 점을 전제로 두고 다음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길 원한 적이 있다. 이것저것 모아서 내 것으로 이름 붙이는, 그것은 즐거운 과정이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세상은 자신에게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어릴 적, 재밌게 했던 놀이들을 떠올려 보자. 간단한 블록 쌓기부터 시작해서, 내 취향대로, 내 마음대로, 나 보기에 좋은 대로, 나의 세상을 만들며 즐거워했던 적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낭만적으로 생각하자면 노트 정리 또한 이와 비슷하다. 정리 노트는 배운 내용을 나만의 질서대로 배치한 하나의 세상이다.



#노트 정리, 그 이전에 필요한 것


일단, 노트 정리를 할 때,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그냥 무턱대고 ‘노트 정리’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 봤던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정보처리 이론 모형, Eggens&Kauchak(2004)


위의 그림을 보면, 자극이 와도 내가 주의를 집중하는 과정이 있어야 지각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잠시 딴생각을 하면, 아무리 앞에서 선생님이 말씀을 하고 계셔도 귀에 안 들리는 현상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청각적인 자극이 주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이 인지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인지한다.


그럼 기억하기 위해선 일단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건데, 많은 학생들에게 ‘주의 집중’이라는 말은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가? 평소보다 정신을 집중하면서 열~심히 듣고 보는 것? 이렇게 말해도 실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주의를 집중해!’라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한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능동적인 태도로 ‘필기하며 듣는 것’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필기할 수 없고, 필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에 일단 필기를 하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이 적으라고 하는 부분 이외에는 따로 필기를 하지 않는다. 무엇을 필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처음에는 그냥 최대한 다 적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스스로 요령이 쌓여서 문장을 줄이는 법, 나만의 기호를 사용하는 법, 무엇이 중요한지 구분하는 법을 알게 된다.


이렇게 수업 시간 필기를 한 내용은, 사실 질서가 있다기보다는 뒤죽박죽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필기의 고수가 아닌 이상, 수업 시간 필기가 어떤 체계를 갖추기는 힘들다. 따라서 배운 내용과 필기한 내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주의를 집중하여 자극을 받아들였어도, 그것을 기존의 지식 및 경험과 연결 짓거나 나 스스로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단기 기억 차원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공부 내용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드는 ‘부호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노트 정리이다.


즉, 노트 정리를 잘하기 위해선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해야 하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며 밑줄 치고 필기하며 교과서나 학습지 빈칸을 채우는 활동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노트 정리법만 찾아 보면 뭐하나... 다 처음 보는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하긴 힘들다. 결국 뭘 정리해야 하는지 알아야 노트 정리를 할 수 있다.



# 노트 정리 팁 = 중심은 나!


사실 노트 정리법은 검색만 하면 무궁무진하게 나온다. 유튜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노트 정리에 관한 책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서, 수많은 노트 정리법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 몇 가지만 정리해보려 한다.


일단, 노트 정리 과정에는 상위 인지 능력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부호화를 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이해되는 것과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교과서나 교재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는다면 노트 정리가 시간 낭비로 느껴질 확률이 크다. 그건 한번 더 주의 집중하는 과정일 뿐이다.


즉, 노트를 정리할 때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기억하기 쉽게, 가장 핵심을,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 위주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교과서나 학습지, 자습서, 문제집 등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단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도 좋다.


1.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가자.

노트에 정리하기 전에, 먼저 교재를 펴고 노트에 정리할 부분을 훑어본다. 대단원, 중단원, 소단원명, 학습목표, 교재에 필기되어있는 부분을 통해 큰 줄기를 먼저 잡는다. 특히 학습목표는 그 단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도와 같다. 시험문제 또한, 학습목표를 성취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노트를 정리할 때는, 항상 큰 줄기를 먼저 잡아야 한다.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여러 번 반복하고 심화하면서 추가하면 된다. 처음부터 세세하게 많은 것을 정리하려고 부담을 갖지 말자.


2. 중요한 것을 선별하자.

노트 정리의 핵심은 ‘간결성’이다. 방대한 지식의 내용을 압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학습목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강조한 부분, 밑줄을 치라고 하신 부분 등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잘 이해되지 않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것도 중요한 정리 대상이다. 따라서 노트를 정리할 때는 있는대로 다 옮겨 적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이해한 것, 잘 기억나지 않는 것, 중요한 것' 등을 생각해보고, 판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트에 정리할 때는 학습 내용 중에 키워드를 고르고, 색깔을 달리하여 적는다던지 색연필 혹은 형광펜을 사용하여 핵심적인 부분에 표시해 보자.


3. ‘내가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핵심!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트 정리는 ‘내가 보기 쉽게’, ‘내 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과서나 학습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것을 나만의 언어로 요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그림, 나만의 기호나 줄임말 등을 활용해서 내가 볼 때 최대한 한 번에 내용이 파악될 수 있도록 하자.


+정리할 때 색을 너무 다양하게 사용하면 보기 번잡하다. 볼펜 색깔은 세 가지 이하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4. 범주화(categorizing)하자.

정리할 때에는, 개념들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목차 그리기, 들여 쓰기나 번호 매기기(말머리 번호: 1-1)-(1)- .../ 말머리 기호:•,-...)를 통해 상위 항목과 하위 항목을 구분하고, 관련된 것끼리 묶거나 화살표로 연결하자.


(예시를 들고 싶어서 어딘가 있을 옛날 노트들을 며칠 뒤져봤으나 안 나와서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올리는) 임고 시절 노트 일부. 뼈대와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채색을 덧입히듯 정리함



# 노트 정리는 과정일


방법을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노트 정리법을 백번 봐도, 그건 참고사항일 뿐이다. 전교 1등의 노트 정리법을 따라 해도, 결국 나에게 맞게 수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결국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와 반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다. 사실 다른 사람이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알아낸 노하우를, 한번 보고 똑같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노트 정리 한번으로 공부를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욕심이다. 당연히도, 노트 정리를 한번 한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저절로 기억되진 않는다. 노트 정리는 공부의 시작이며 많은 과정 중에 하나지, 끝이 아니다. 노트 정리를 했다고 공부를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노트 정리라는 걸 해봤다. 노트 정리법을 찾아볼 생각도 못했고, 처음 하는 것이니 당연히 요령도 없고 익숙지도 않았으므로 노트 정리가 쉽지 않았다. 한 번에 끝나지도 않았다. 해놓고 보니 뭔가 ‘보기가 좋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번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정리했다. 반복할수록 더 깔끔하게, 더 핵심만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체계를 갖추고, 내 언어로 요약하고,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고... 점점 보기에 좋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정리 방법은 ‘정말 내 것’이 되었다.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세상을 한 번 만들어 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