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고양이 사랑이

사랑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우리에게 사랑을 주는 고양이

by 강민현

"꼬마야 고양이랑 뭐 하는데~?"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젖소무늬 아이를 안고는 근처 음수대에 데려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물었다.

"고양이 물 먹이려고요."

숲의 아이를 저렇게고 물을 주려고 데려간다는 게 의아해서 우리는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젖소무늬 아이는 어딘가 낯이 익은 게 근처에 구역을 정하고 사는 젖소무늬 구역의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젖소무늬 구역에는 펀치라는 간식을 주면 손부터 때리는 녀석과 큰 얼룩이라는 우리만 보면 밥 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사람을 크게 경계하진 않지만 만지려고 하면 공격부터 하는 친근하면서도 호전적인 성격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다.


어린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안아서 물을 먹이려고 데려갈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은 아니었으니 우리가 보기에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물을 먹이려고 음수대에 데려갔지만 그 젖소무늬 아이는 이내 음수대에서 뛰어내려 근처 풀숲에 숨어 버렸다. 우린 다시 젖소무늬 아이를 안고 음수대로 왔던 어린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그 고양이 아는 고양이야?"

"아뇨 잘 몰라요. 목이 말라보여서 물 주려고 했어요."

그렇게 대답한 어린아이는 후다닥 뛰어서 갈길을 가버렸다.


낯익은 젖소무늬이긴 하지만 첨 보는 그 아이가 걱정돼서 우린 그 아이가 숨었던 풀숲으로 다가갔다.

그 아이는 깊숙이 숨질 못하고 눈에 쉽게 띄는 곳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도 않았으며 우리가 손을 내밀어 만지자 그 손길이 익숙한지 가만히 있었다.

그 아이가 웅크리고 있는 옆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작은 그릇에 먹다 남은 빵이 담근 그릇이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아까 그 어린아이가 고양이 먹으라고 주고 간 게 아닌가 생각하고 가지고 있던 다른 그릇을 꺼내 빵은 치운 뒤 사료와 간식 그리고 물을 담아 먹을 수 있게 놓아주었다. 배가 고팠는지 젖소무늬 아이는 허겁지겁 사료와 간식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다시 다른 아이들 밥을 챙겨주기 위해 자리를 떴다.


다음날 저녁 우리는 젖소무늬 아이가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일찌감치 숲을 찾았다. 역시나 그 젖소무늬 아이는 자리에 웅크리고 있다가 우리가 오자 밥을 달라는 듯 다가왔다. 밥을 달라고 다른 아이들이 다가오다가 그 아이와 마주치자 서로 경계를 하며 하악질을 했다. 산에서 계속 살았던 아이라면 이런 경우가 적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우린 조심스럽게 유기된 아이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주위 아이들과 젖소무늬 아이를 배불리 먹이고는 잠시 지켜보고 있었을 때였다. 산책 나온 행인이 우리 옆을 지나가다가 함께 온 강아지가 젖소 무늬 아이를 보더니 공격하려고 달려들었다. 젖소무늬 아이는 이런 경우를 겪어보지 못한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근처 나무로 올라가다가 한번 떨어지고는 다시 강아지를 피해 나무로 올라갔다.


숲의 아이들이라면 강아지를 피하는 법에 익숙해 있으니 이렇게 난리법석을 떠는 일이 없을 텐데 아무래도 유기된 아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행인과 강아지가 지나가고 좀 지나 겨우 나무에서 젖소무늬 아이를 내려서 안았다. 한쪽 발이 나무에 오르다 다쳤는지 발바닥에서 피가 났다. 길고양이라면 능숙하게 다치지 않고 나무에 올랐을 것이다.


이쯤 되자 우린 결정을 내려야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고양이들을 경계하고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이 아이를 숲에 둔다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날 함께 숲을 찾았던 지인들과 의논을 해보았지만 다들 우리와 같은 의견이었다. 우선 다친 발을 치료하고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근처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낯선 사람들의 품이었을 텐데 아이는 품에 쏙 안겨서 발버둥 한번 안치고 오히려 차에서는 사람들의 손길에 부비부비도 하고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함께 했던 일행들과 우린 "살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서 일행 중 한 명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가고 우린 다시 나머지 밥을 주러 숲을 향했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그 아이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숲의 아이들 밥을 챙겨준 후 그 아이와 병원에 함께 갔던 일행과 합류했다. 병원에 데려갔던 일행은 그 아이가 너무 애교 많고 귀여워서 이름을 새긴 목줄을 동물병원에서 사주었는데 병원에서 이름을 새길 때 실수로 살랑 이가 아니라 "사랑이"로 이름을 새겨 주었다. 우린 사랑이라는 이름이 더 이쁘고 어울려 그냥 사랑이로 부르기로 하였다.


사랑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사람의 손길을 즐길 줄 알고 커다랗게 고로롱 소리를 내는가 하면 사람의 무릎 위에서 편한 자세를 잘 알고 있는 전형적인 무릎 냥이 이기도 했다. 퇴근길엔 하루도 빠짐없이 현관 앞에서 잘 다녀왔냐고 수다를 떨며 맞이해 주었으며 우리가 자려고 누우면 겨드랑이 사이에 파고들어 팔베개를 하고 잠을 자는 등 사랑이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가지는 로망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더할 나위 없이 이름값을 하였다.


사랑이를 구조하고 몇 주 후쯤 숲의 아이들을 챙겨주고 있을 때 가끔 산책을 하며 마주친 적이 있던 남자분께서 사랑이와 닮은 아이를 본 적 있느냐고 물어왔다. 생각해 보니 그때 사랑이를 안고 물을 주려던 아이와 함께 숲에 산책을 온 적이 있던 분이었다. 우린 그분에게 우리가 구조를 했고 중성화 수술도 얼마 전에 했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분은 잘되었다며 요즘 안보이길래 걱정이 되어 물어보았다고 하시곤 가던 길을 가셨다.


우리는 사랑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좋은 부모를 찾아주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유기묘가 의심되다 보니 또다시 버림받는 일이 없기를 바랐고 정말 사랑해줄 사람을 찾아 주고 싶었다. 그렇게 사랑이의 입양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사랑이는 우리 곁에 남게 되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미리 마중 나와 잘 다녀왔냐며 "냐옹" 하곤 눈을 맞추는 아이. 항상 무릎 위에 올라와 편한 자세를 잡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로롱거리는 아이. 잠을 잘 때는 사람처럼 엄마 아빠 사이에서 베개를 베고 몰캉몰캉 부드러운 몸으로 만저달라며 잠투정을 부리는 아이.


우리와 함께 있어서 사랑이가 행복한지 확신할 수 없지만 사랑이는 함께하는 시간 동안 우리에 조금 더 행복한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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