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대장고양이 "우깡이"

넓은 숲 속을 홀로 거닐어도 멋진 고양이 우깡이를 소개합니다.

by 강민현
숲을 찾을 때면 우깡이를 어디에서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디는 다니고 어디서든 밥을 먹습니다.
하지만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곳은 우깡이의 이름을 지어주신 이모님의 매점이 있던 숲의 왼쪽 끝 구역입니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듯한 어느 숲 속 공원.. 굳이 힘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면 산책하기에 좋은 완만한 길들로 이어진 숲.. 그곳에 대장은 우깡이 이다.


우깡이는 젖소무늬 점박이 고양이로 튼실한 몸매와 골격을 가진 남자아이다.

숲에 사는 다른 고양이들은 각자의 구역을 정하고 각 구역마다 대장 냥이들이 존재한다. 이쪽은 노랑둥이네 구역 저쪽은 고등어네 구역 위쪽은 깜둥이네 구역 등등.. 왠지 다들 한 가족인 것처럼 각 구역마다 특색이 있다.

우깡이는 이런 구역들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다니며 각 구역의 대장냥이들도 감히 덤비지 못하는 숲속 전국구 대장냥이 이다.


우깡이를 처음 만난 건 아직 숲 속에 어묵도 팔고 컵라면도 파는 매점들이 남아있던 2010년 봄 무렵이었다.

우깡이라는 이름도 매점을 운영하던 아주머니가 배고파 매점을 찾은 고양이에게 줄 게 없어서 새우깡 한 봉지를 뜯어 주었고 우깡이는 그 자리에서 새우깡 한 봉지를 다 먹어 버렸다. 그날부터 우깡이의 이름은 새우깡에서 앞글자를 뺀 우깡이가 되었다.


우깡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신 매점 이모님은 우깡이를 항상 보살펴 주셨었다. 매점 뒤편에는 우깡이가 배고플 땐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생선이나 닭고기가 놓여 있었다. 우리도 숲을 찾을 때면 매점에서 커피나 컵라면을 먹으며 우깡이를 만났고 매점 이모님은 우깡이가 밤에 매점에 몰래 들어와 몰래 먹을 것들을 꺼내 먹거나 그러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이모님 앞에서 그루밍을 하거나 발라당 애교를 부렸던 이야기 등을 해주셨다. 우깡이는 대장답게 근엄한 표정으로 항상 숲을 어슬렁 거리며 다녔지만 매점 이모님 앞에서는 우선 발라당부터 하고 애교를 부릴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우리도 우깡이와 친해지기 위해 간식도 챙겨주고 다정하게 이름도 불러보고 했지만 우깡이가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벼주거나 고로롱하며 발라당 배를 보여주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우깡이를 만나 매점 이모님께 우깡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미 우깡이는 3살은 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매점 이모님이 1년 넘게 우깡이를 돌봐주고 계셨었고 우깡이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보았다.


그 당시에 우깡이는 자신의 밥그릇이 매점 뒤편에 있다 보니 보통 매점 주위에서 항상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료그릇에는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들이 있는 경우도 많았고 자극적인 음식은 고양이에게 좋지 못하 다는 걸 알기에 매점 이모님께 설명을 잘 드리고는 우깡이를 위해 사료 한포씩 챙겨 드리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이 있는 공원을 관리하던 시설공단에서 매점들을 철거하기 시작했고 우깡이를 이뻐하고 아끼던 매점 이모님은 어쩔 수 없이 숲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점이 없어지게 되면 생업이 사라지시고 생계를 걱정해야 될 상황이셨지만 이모님은 우깡이를 먼저 걱정하셨다. 자식 같고 아들 같은 우깡이를 자주 볼 수 없고 끼니를 제때 챙겨주지 못함에 마음 아파 하셨다. 우리가 숲을 자주 찾으니 우리도 우깡이를 잘 챙겨 주겠다고 약속드렸지만 그래도 불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으셨을 것이다. 매점이 철거된 이후에도 이모님은 우깡이가 좋아하는 먹을 것들을 가지고 자주 숲을 찾으셨다. 가끔 추억이 담긴 새우깡 한 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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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깡이의 몸에는 항상 상처가 있었다. 아마도 숲의 대장 노릇을 하려면 끊임없이 도전을 받고 싸워야 하나보다.

우리가 숲의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위해 다닐 때면 우깡이는 가장 긴 거리를 강아지 마냥 졸졸 쫓아다녔다. 아마 배부르게 먹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지만 우린 보디가드 마냥 우깡이가 따라다녀 주는 게 고마웠다. 보디가드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밥을 주는 자리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 올 때 우깡이가 옆에 있으면 그 구역의 대장들은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걸 항상 볼 수 있어서였다. 혹여나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 구역 대장들이 있으면 하악질을 하며 위협을 하곤 했다.


우깡이에게 유일하게 덤비는 녀석이 있다면 우깡이의 아들로 보이는 우주. 물론 정확하게 우주가 우깡이 아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면 우깡이로 착각할 만큼 외모와 덩치, 걸음걸이 등 행동도 흡사했고 심지어 울음소리도 비슷해서 당연한듯 우리는 우깡이의 아들인 걸로 추측했다. 우주는 좀 크기 시작할 때부터 우깡이가 화를 내건 말건 지 할 일은 다하고 1~2살이 넘어서 부터는 우깡이가 화를 내며 하악질을 하거나 으르렁 거리면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이 하악질을 하며 대들곤 했다. 우깡이도 자기 아들이 맞는지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펀치를 날리거나 쫒아버리는 일이 허다했는데 우주에게만은 좀 관대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렇게 터프한 삶을 살고 있는 우깡이 이지만 어울리지 않게 애교도 많고 사람들을 굳이 피하지 않는 성격이라 숲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우깡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고양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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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깡이는 나름 식성이 까다롭고 성격도 까칠하다. 사료도 길고양이용 사료보다 아기 고양이용 사료를 좋아하고 간식도 생선을 주 재료로 만든 것은 좋아하지 않고 닭가슴살 간식을 좋아한다. 혼자서 열개를 넘게 먹고도 더 달라고 졸졸 따라다닐 정도이니까. 믿을만한 사람에게는 발라당 누워 애교도 부리고 손길도 허용하지만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솜방망이 앞다리를 휙휙 날리며 하악질도 한다. 나 또한 과하게 귀여워하다가 한방 맞아 소독까지 했던 적도 있었다. 역시.. 우깡이가 아무리 붙임성이 좋다고는 해도 다른 고양이들처럼 자기 기분에 따라 행동을 많이 했다.


평균적인 길고양이의 수명은 3년 남짓.. 이마저도 아기 고양이들은 몇 개월을 넘기기 힘들고 각종 바이러스성 전염병과 부족한 먹이와 물로 인해 짧은 생을 살다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슾속 고양이들을 마찬가지로 잠시 마주치다가 사라지는 아이들도 많았지만.. 우깡이는 평균적인 길고양이의 수명이 넘어서도록 오랫동안 우리를 반갑게 만나주었다. 며칠을 안 보이다가도 불쑥 나타나 닭가슴살 간식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자주 나타나던 구역이 아닌데도 어느 순간 보면 사료 카트를 따라 걸으며 "냐~" 울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우깡이를 불러보고 찾아보아도 우깡이는 숲에서 보이지 않았다. 2015년 겨울.. 추정나이 7살. 길고양이치곤 꾀 건강하게 오래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우깡이는 인사도 없이 고양이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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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게 터프한 모습의 대장 냥이이지만 어린 고양이와 암컷 고양이들에게는 신사답게 사료도 양보할 줄 알고 또 자기를 이뻐해 주는 좋은 사람에게는 쿨하게 부비부비도 해주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나쁜 사람을 잘도 구분해 멀지 감치 먼저 피할 줄 아는 현명한 고양이였다.


우깡이와 같이 붙임성 좋고 사람을 따르던 아이들이 몇몇 있었는데 일반적인 길 고양이들에 비해 숲 속 고양이들은 대부분이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자기들을 돌보아주는 사람들에겐 순식간에 우르르 모여 밥을 달라고 시끄럽게 울 어데 기도 했다.


아마도 숲에는 그 흔한 쓰레기통 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매점들마저 철거되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가져오는 먹을 것들 뿐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듯싶다.


숲 속 고양이들이 원래 살던 비좁은 골목이 대부분이던 낧은 주택가였다면 그래도 먹을 것을 찾는 게 더 쉽지 않았을까? 재개발로 인해 살던 곳에서 쫓겨나 숲 속 공원에 정착하게 된 이 아이들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 구걸하는 삶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였다.


다큐멘터리 - "고양이의 숲" 공식 미디어 채널 [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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