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고양이 둥둥이.

다큐 "고양이의숲" - 비하인드 스토리 : 1. 둥둥이 이야기

by 강민현

숲 속 아이들은 대부분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둥둥이는 그중에서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애교도 많고 귀여운 외모로 졸졸 쫓아오는 사랑스러운 아이.


아내와 내가 몇 년 전 어느 날부터인가 숲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을 때 눈이 한쪽이 안 보이는 나비라는 아이가 있었다.


둥둥이는 그 나비라는 고양이의 아들.

나비는 아기를 가져 배가 불러 있었는데 아내와 난 나비가 언제나 아기를 낳을까 걱정하며 살폈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 또 하필이면 나비는 낙엽을 잔뜩 쌓아둔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애기를 놓았다. 아내와 난 갓 태어난 애기들이 비를 맞을까 걱정되어 커다란 비닐을 낙엽더미에 덮어주고 누가 눈치챌까 걱정되어 다시 낙엽을 끌어다가 비닐이 안 보이도록 더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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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애기들은 비가 세지 않는 집에서 엄마 나비와 지냈고. 아내는 그마저도 누가 아기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걱정되어 매일 숲을 올라가서 나비네 집 옆을 지켜주었다.


나비는 원래부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건 아니었다.

숲에 사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 주위를 맴돌았고 나비는 그 아이들 중 유독 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 었다.

아기들을 잘 키 워던 나비의 성격으로 봐선 아마도 계속되는 출산으로 뱃속의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그러한 생활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숲에는 아직 매점이 철거되지 않았었고 낮이면 매점 주위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장기, 바둑을 두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는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 있는 분들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숲의 골칫거리였다. 소리를 지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아무 곳에서나 소변을 보는 등.. 사람이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비는 그런 사람들.. 특히 나이 든 노인들의 맹목적인 미움 때문에 한쪽 눈을 잃었다. 빠르게 날아온 돌조각에 눈을 맞았고 그 돌은 어떤 노인이 막걸리를 거나하게 먹고 굳이 새총까지 만들어 가져와 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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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좋은 엄마였고 강한 아이 었다. 한쪽 눈이 안 보여도 꿋꿋이 이겨내고 둥둥이를 비롯한 아기들을 잘 키웠다. 나비를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나비를 잘 보살펴 주었고 그렇게 둥둥이도.. 나머지 노랑둥이 아기들도 잘 커서 독립을 하였다.


나비는 다른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보다 더 오래 살았다. 그나마 돌보아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비의 마지막은 비참했다고 한다. 숲에서 떠돌던 유기견이 있었고 이 유기견은 숲의 아이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다. 숲의 아이들도 야생에 적응된 고양이들이다 보니 웬만해선 유기견이 공격한다고 해도 도망을 가면 그만이었지만.. 나비는 경우가 달랐다. 한쪽 눈이 안보이니 운동능력도 떨어졌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오래 살았고 그래서 나이도 많았다.

나비를 마지막에 본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이 유기견이 나비를 물고 갔다고 한다. 나비의 시체를 본 어떤 사람은 머리밖에 남아 있지 않고 차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결국은 모든 것이.. 사람 때문이었다.

사람에게 버려진 개가 먹을 것이 없으니 주위 고양이를 공격했을 것이고.. 하필이면 사람에게 한쪽 눈을 잃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나비가 잡혔던 것이고 결국엔 사람이 동물들에게 모든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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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외모의 둥둥이는 엄마 나비가 그랬듯이 사람들을 잘 따랐고 우리가 숲을 찾으면 항상 반갑게 맞아주었다. 가끔 둥둥이가 안 보이면 혹시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고 또 어떤 날은 배부른 둥둥이가 기분이 좋아 골골거리며 발라당 하기라도 하면 우리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둥둥이는 까만 옷을 입고 노란 눈을 가졌으며 다리는 짧은 편에 통통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아기 때부터 우리를 보고 자라서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발라당 누워서 배에 반달곰 같은 흰 무늬를 보여주며 남자아이 같지 않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냐~~" 하며 애교를 부렸다.


웬만한 집고양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숲의 마스코트 같은 아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 무뚝뚝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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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은 밤에 빛이 약해지면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특유의 세로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한다. 고양이들의 귀여움은 역시 동그란 눈동자일 때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둥둥이도 밤 눈동자가 너무 매력적이고 귀여웠다.


둥둥이는 붙임성이 좋아 숲의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잘 지낼 수 있는 장점이 많았다. 우선 둥둥이의 애교를 보고 있으면 그 귀여움에 먹을 것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일부러 둥둥이를 챙겨주러 숲을 찾는 경우도 있었고 애교 부리며 다리에 부비부비를 해줄 때는 우리도 모르게 아껴둔 간식을 꺼내 주곤 했다. 뒤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둥둥이가 다쳤을 때 쉽게 구조해서 치료할 수 있었던 것도 둥둥이의 성격이 온순해서였을 것이다.


둥둥이는 그렇게 숲의 고양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하나의 통로 같은 존재였다. 우리 부부가 아무리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게 부지런히 밥셔틀을 다닐 수 있었던 건 둥둥이와 같이 우릴 반겨주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큐멘터리 - "고양이의 숲" 공식 미디어 채널 [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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