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엉뚱하고 매력있는 노랑둥이 지질이.
숲속 아이들 중 붙임성과 애교 모두 둥둥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둘째가라면 서운해할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지질이"
지질이라는 이름은 첫인상이 좀 "찌질"해 보여서 그렇게 지은것인데 보면 볼수록 매력있고 엉둥하고 애교가 넘치는 사랑스러운 녀석으로 남자아이였다.
지질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아직 지질이에게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던 2012년 무렵. 지질이는 특이할것 없는 밥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수많은 고양이들 중 한 녀석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많은 아이들이 모여 우리가 주는 사료며 간식을 맛있게 먹고 각자 흩어졌고 지질이는 햇볕이 잘드는 자리를 잡고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손부터 시작한 그루밍은 천천히 정성스럽게 계속되었고 뒷다리를 쭈욱 들고 뒷가랭이 사이를 그루밍을 할때였다. 코끝에 솔잎이 뭍었는지 고개를 이리지러 흔들며 때어내 보려고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는 우리를 바라 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솔잎을 콧가에 그대로 붙여 두고는 그냥 하던 그루밍을 계속 하였다.
이때 "아.. 이 녀석은 성격이 참 무던하고 순하구나.." 하고 생각하며 한참 바라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지질이의 특기는 안줘도 알아서 꺼내먹기.
다른 아이들처럼 와서 먹을걸 달라고 빨리달라고 조르지는 않지만 먹을것을 나눠주고 있으면 옆으로 스윽 다가와서는 얌전히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다. 여기저기 다른 아이들 먹을걸 챙겨주느라 바쁘면 기다리기 지겨웠는지 어느순간 스르륵 와서 간식통을 뒤지는 대범함을 가지고 있고 눈인사를 곧잘해주며 애교를 부리는 매력만점의 녀석이다.
요녀석의 특징을 보자면 둥둥이처럼 다리가 짧은편에 얼굴은 널찍하고 통통한 생겨선 언제나 행동은 꺼리낌이 없다. 우깡이가 옆에 있어도 주눅들지 않고 넉살좋게 우리가 가져온 가방이며 간식통을 뒤지며 원하는게 없을땐 눈인사를 마구 날리며 냥냥 울어덴다. 궁디팡팡도 몹시 좋아해서 먹을걸 열심히 먹다가도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면 먹으면서도 엉덩이를 높히 치켜들었다가 이내 발라당 드러누워 배를 드러내고 더 만저달라며 이리 뒹글 저리 뒹굴 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숲속 아이들중 사람의 손길을 가장 즐길줄 아는 아이는 지질이가 아닐까 싶다. 꾹 다물고 있는 입으로 엉덩이를 토닥여주면 발라당 누워 고롱고롱거리는건 기본이었고 특히 안마받는걸 좋아해서 목이며 등이며 주물러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어쩔줄 몰라했다.
지질이는 항상 눈꼽을 달고 살았는데 아무래도 고양이들이 흔하게 걸리는 "허피스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런듯 보였다. "허피스바이러스"는 사람의 감기바이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기에 걸리는것과 마찬가지로 몸속에 항상 숨어있다가 면역이 떨어지거나 환경이 안좋을때 발병해서 아이들을 괴롭힌다. 집에 사는 아이들보다 길에 사는 아이들이 이 병에 많이 걸리는 이유도 부족한 먹을거리와 살기 나쁜 환경탓일껏이다.
지질이의 경우 지속적으로 약을 먹이고 돌보아 주었지만 "허피스바이러스"는 완쾌되지 않았다. 그래도 더 심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숲에는 자기 구역과 상관없이 넉살좋게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둥둥이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고 지질이도 그랬다. 물론 우깡이처럼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대장노릇을 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넉살로 상당히 넓은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한 예를 들자면 지질이가 살던 구역을 벗어나 옆구역인 호두네 구역까지 밥을 먹으로 따라온적이 있었다. 호두네 구역의 대장인 호두도 나름 성격이 순해서 지질이가 와도 크게 경계를 하거나 화를 내진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사정이 달랏다. 옆 구역의 아이가 넘어오면 그만큼 자신들이 먹을것이 줄어들수밖에 없으니 경계를 하게 되기 마련이고 거기다 자기 몫의 밥을 누가 탐낸다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지질이한테도 마찬가지 였고 딴 애들이 밥을 먹고 있는 틈에 끼어 밥을 먹으려 하다가 하악질과 솜방망이질에 맞고도 지질이는 잠시 움찔하는 표정을 지을뿐 이내 그냥 밥을 먹었다.
지질이는 먹성이 좋은 편이고 좋아하는 음식을 가리거나 그러진 않았다. 보통 집에 사는 고양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눠지는 편인데 지질이는 캔 간식도 좋아하고 닭고기도 좋아했고 간식이 없으면 길냥이 사료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지질이는 우리가 처음 숲을 찾아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2011년 여름 무렵부터 몇년간 꾸준히 우리를 맞아주다가 2015년 봄 무렵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 - "고양이의 숲" 공식 미디어 채널 [카카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