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숲 속 고양이들..

다큐 "고양이의 숲"을 마무리하며..

by 강민현

다큐 "고양이의 숲"은 곧 온라인 배급을 시작하며 모든 제작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많은 곳에 배급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밥 주고 밥 먹는 영상으로 만든 다큐이고..

소규모 제작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마음먹은 만큼의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숲의 고양이들을 처음 만난 지 대략 7~8년 정도 된듯합니다.

숲 속 고양이 중 단연 제일 귀엽던 둥둥이가 살아있다면 그 정도 나이가 되었을 테죠.


둥둥이와 비슷한 시기에 구조한 마루, 체리는 아직 팔팔 날아다니며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보여주고 있는데..

또래였던 숲 속의 아이들은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넛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IMG_4371.JPG 둥둥이와 또래인 마루. 숲에서 구조하였다.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차이는 길에 사느냐 집에 사느냐 차이일 뿐이지만.. 수명은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바깥 생활이 고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겠죠.


아무튼 숲에서 구조한 아이들 중 아직 저희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첫 사진의 마루는 장모입니다. 길냥이 출신 주제에 털이 길고 아주 멋지게..(갈라졌네요.. 미안하다.. 아빠가 그루밍 해줄게..ㅠㅠ) 아무튼 형제들이 단모인 걸로 봐선.. 어딘가 윗대에 섞인 게 마루에게 나타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마루는 뒷다리가 하나 없습니다. 어미가 태어나자마자 약해 보이는 4마리를 집 밖에 버렸고 아이를 잘 나을 수 있게 돌봐주러 다니던 저희 부부가 발견하곤 놀라 구조했습니다. 4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은 탯줄에 돌돌 말려 있었고. 아주 비싼 24시간 동물메디컬센터에서 새벽에 겨우 탯줄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마루는 다리에 감겨있던 탯줄 때문에 다리가 괴사 되었고.. 그렇게 아깽이 시절 뒷다리 하나를 잃었습니다.



다리가 하나 없다고.. 큰 걱정을 하진 않습니다. 가끔 우다다를 하면... 다리 있는 아이들을 따라잡고 장난칠 때도 있습니다. 엄마에게 애교 부리러 올 땐.. 일부러 쩔뚝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꾀병도 부리는.. 똑똑한 녀석입니다. ㅎㅎ


IMG_4412.JPG 하는짓도 생긴것도 너무 이쁜 마루입니다.

마루와 함께 구조한 다른 아깽이들 중 둘은 먼저 떠나고 호두와 마루가 남았는데 장애가 있는 마루는 저희와 함께 지내기로 하고 호두는 좋은 엄마를 만나 입양을 갔습니다. 사실 호두마루가 태어나던 시기에 그 구역 대장이 다큐에 나오는 호두인데.. 호두가 아빠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름을 비슷비슷하게 지었답니다 ;)

IMG_4442.JPG 박스에 집착하는 집착남입니다. 상남자죠.
IMG_4508.JPG 코숏인데.. 털이 길어서.. 저희는 코숲이라 부릅니다 ㅎ

마루와 또래의 같은 구역에서 구조한 체리는 사실 남자입니다. 사진을 보여드리기 전에 미리 이 이야기를 드리는 건 "남자아이 같은데..?"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이를킬까봐 입니다.


IMG_4472.JPG 여자 아이 이름이지만...남자입니다.

저희가 아깽이를 구조해서 돌보면 대부분 성별을 구분해 내는데.. 체리는 구분에 실패해서 여자아이의 이름을 가지게 된 비운의 고양이죠.

사실 이름을 몇 번 바꿔보려 했지만 지가 그 이름에 익숙해져서 인지 "체리야~" 하고 부르면 후다닥 달려와서 그냥 체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체리는 구조 당시에는 뭔가 아파 보이고 불안해 보이는 정도라 간단한 치료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구조 후 2개월이 넘도록 뼈만 앙상하게 남아 불안한 목숨을 이어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가 작업하고 있으면 제게 찾아와 제 무릎에 올려달라고 보채고는 무릎 위에 올라오면 아빠 그루밍도 해주고 지 손에 쫍쫍이도 하면서 고로롱 고로롱 거렸습니다. 아내는 이런 체리에게 강씨 성을 붙여서 강체리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마루는 황마루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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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견을 좀 닮은 것 같은 외모에 빨간 강아지 목줄을 하고 다니는데 저 목줄이 너무 잘 어울리고 지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하고 있습니다 ㅎ

IMG_6007.JPG 표정은 요래도 엄청 애교쟁이입니다.


ㄴㅁㅅㅎ..<--오타들입니다..

글 쓰는 와중에 부비부비 한다고 절 방해하는 녀석들이 있네요. 두 녀석인데 사랑이와 훈이입니다. 이왕 이 녀석들이 눈에 띄었으니 사랑이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IMG_4172.JPG 이름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사랑이 입니다.

사랑이는 아기 때 사람에게 잡혀갔다가 다시 숲에 버려진 아이입니다. 아마도 귀여움에 반해 데려갔다가 발정 때문에 다시 버린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아기 때 분명 숲에 있던 녀석이 사라졌다가 몇 달후 다 커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사람 손에 자란 사랑이는 다시 숲에 버려졌을 때 숲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데리러 올 거라 믿었는지 버려진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는걸 밥과 물을 챙겨주다가 산책 나온 강아지에 쫓겨 도망치다가 상처가 생겨 구조를 하였죠.(사랑이의 자세한 이야기는 앞의 다른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어찌나 살랑살랑 애교를 부리는지 살랑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는데 동물 병원 선생님이 이름을 사랑이라고 하시는 바람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답게.. 사랑스러운 행동은 뭐든 다합니다. 무릎 냥이는 기본이고 엄마손에 쫍쫍이도 하고 아빠 엄마 팔을 베고 같은 베개에서 잠을 자는 사랑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아이입니다.


IMG_4040.JPG 귀여운 외모에 말캉말캉 부드러운 몸매의 사랑이

사랑이는 사람에겐 한없이 애교쟁이이지만 고양이들에게는 깡패입니다. 근처에 오는 아이들에게 서열 가지리 않고 솜방망이를 날리죠. 사랑이를 구조한 구역의 아이들이 대부분 손을 잘 썼는데 그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IMG_5054.JPG 짧은 다리와 펀치가 매력적입니다.

숲에서 구조한 아이는 고양이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고양이 개뿐만 아니라 키우던 동물은 가리지 않고 버렸습니다.

어느 날 밥 셔틀을 하고 숲을 나서는 길에 앞의 6차선 대로변에 하얀 비닐봉지로 보이는 게 있어서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차가 위로 지나가도 봉투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였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지나는 차들을 막아 새우고 보니 토끼였습니다.

숲에 버린 토끼가 숲을 벗어나 도로까지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IMG_4426.JPG 저 턱살을 보면 내공이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보낸다 하더라도 또다시 버릴게 분명한데 돌려보낼 수 없어서 입양처를 알아보며 함께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많은 집에 토끼가 잘 살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하였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탕이는 고양이들을 무서워 하기는 커녕 어울리고 싶어 하기도 하고 맘에 안 드는 아이에겐 돌격을 하는 상남자 토끼였습니다. 토끼가 성격이 무시무시 한 건 알았지만.. 고양이 세상에서 서열이 상위권에 랭크할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IMG_4425.JPG 셋중 대장은 팅이입니다.

낭창낭창 방탕 토끼라 이름을 탕이라고 지어줬습니다. 선을 물어서 사고를 치기도 하고 고양이들 사이에 숨어서 고양이 인척 하며 도망 다니기도 하고.. 심지어 아기 고양이에게 보호자를 자쳐하고 함께 생활하기도 하는 등 엽기토끼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IMG_4095.JPG 분위기 잡는 반장이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녀석은 반장이 입니다.

반장이 또한 숲에 버려진 녀석이죠. 앞에 다른 글에 반장이 이야기가 있으니.. 자세한 사정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IMG_4235.JPG 사고뭉치 훈이와 반장이

반장이는 철이 안 들려나 봅니다. 동네 바보 같은 행동도 여젼하고.. 동생들이랑 푸닥거리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다행히 애교도 변함없습니다.



숲에서 구조한 다른 아이들도 이야기는 곧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큐를 보신 분이라면 궁금해하실 본편에서 수술을 받았던 밤이 와 산이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자 마음먹고 꾸준히 길고양이와 소외된 동물들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이야기들로 곧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할게요.


"고양이의 숲"은 6월 중순 이후 검색 포털에서 검색을 통해 감상하실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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