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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an 27. 2023

번역이 삶과 같아서...

세상을 살아가는 연습


번역, 그중에서도 출판 번역을 공부하다 보면 어떤 점에서는 우리 삶과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 일이란 게 우리의 인생과 별도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특히나 번역 일은 내 안의 생각이 많아질 때면 비슷한 특징이 더욱 잘 드러나는 듯하다.





번역은 작가의 말과 의도를 잘 이해하고 해석해서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잘 읽는 과정

둘째, 잘 이해하는 과정

셋째, 잘 표현하는 과정


잘 읽는다는 것은 평상시 우리가 말하는 사람의 말에 온전히 집중해서 듣는다는 것과 같다.

화자의 말에서 핵심을 놓치거나, 대충 띄엄띄엄 들으면 본래 의미를 왜곡하기 십상이다.


그러한 점은 잘 이해하는 과정으로도 이어진다. 인풋이 정확하지 않으면 잘 이해하는 과정도 어려워진다.


앞의 블로그에 기재한 글인 '책, 안 읽으면 바보 된다?'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독서를 통해 기저에 쌓아온 충분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인풋이 아무리 정확해도 문장의 본래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역시나 본래의 뜻이 왜곡된다.


잘 표현하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아무리 같은 말이라도 어떠한 끝말 어미와 말투 그리고 단어를 선택해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전달되는 뜻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나는 번역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위의 3가지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생각해서, 잘 표현하기 이 3가지만 잘해도 인간관계는 물론 직장 생활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본을 번역과 삶 양 측 모두 잘 해내기가 너무나 어렵다.


번역을 하면서 해석하기 복잡한 문장이나 익숙지 않은 표현들을 만나거나, 도대체 이 말이 왜 들어간 건지 맥락상 이해가 안 되는 글귀가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에는 잘 읽기도, 의미를 잘 이해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우리말 표현은 쉬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계속 의식하고 교정하려 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스며드는 번역투가 늘 발목을 잡는다.


비슷하다 해도 삶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한 번역조차 이렇게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데 삶 자체는 얼마나 제대로 살기 더욱 어려운가.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일도 너무나 어려워졌고, 고찰 없이 내질러진 섣부른 생각들이 SNS를 타고 여기저기 확산되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혐오와 갈등만을 낳는다. 말이라도 예쁘게 하거나 차라리 입이라도 닫으면 좀 덜하려 건만, 얕은 생각에서 정제된 말이 나올 리가 만무해 보인다.


나를 구성하는 무형의 가치는 언어를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는 언어로 세상을 살아간다. 즉 언어는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기본인 것이다.

나는 번역과 글을 통해 세상을 잘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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