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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Feb 21. 2023

거북이 반걸음 같더라도

꾸준함의 



번역을 주제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번역을 빙자한 내 생각을 쓰는 중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너무 힘을 주고 써서 글이 딱딱해지고 또 어떤 때는 너무 힘을 빼고 써 주제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되기도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번역에는 물론 내 삶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우리의 예상보다도 큰 힘을 발휘한다.


그것을 잘 하건, 못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매일 같이 빠뜨리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면야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마음 한편에 잘 모셔두었다가 전보다 여유가 생기거나, 어떠한 계기로 인해 잠시 접어두었던 그 일을 계속 해낼 수만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힘이 되어 어떻게든 밖으로도 드러나게 된다.



나에게는 영어가 그런 대상이었다.


언제부터 영어를 잘하고 싶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영어를 잘했으면 하고 생각했고, 실제로 잘하는 사람을 동경해 나도 언젠가는 그 사람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영어 실력이 월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기에 계속 공부 중이다;;;)


회사 일에 치이면서 예전처럼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도 못했고,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져 몇 년은 손을 놓다시피 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가느다랗게 이어진 끈마저 놓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쩌다 보니 어렸을 적에는 쳐다도 보지 않던 책에 조금씩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레 글쓰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영어를 공부했던 경험들이 결합되어 작은 계기로 인해 지금처럼 다시 번역이라는 새로운 길을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밑 바탕이 되어 주었다.



과거 내가 해왔던 모든 일들은 사실 헛되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전부 내 안에 켜켜이 쌓여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처마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찌나 여기저기서 흔히 인용된 표현인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그 고리타분한 격언이 알고 보니 사실은 고전이었다. 시간의 세례를 받은 선조의 지혜가 담긴 말이었던 것이다.



지금 보다 어렸던 시절 다양한 분야에 두루 관심이 많았지만, 끈기가 부족했기에 빠르게 결과를 보이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래서 깊이가 얕았다. 어떠한 일이든 초반에는 성취와 결과가 빠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초반에만 반짝 파고들다가, 결과가 더뎌지기 시작하는 중반 즈음 가면 금세 관심이 식어 다른 흥밋거리를 찾는 데에만 몰두하기 십상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이라 한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과거의 실수를 알아차리고 옆에 두고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번역을 내 인생에서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 처럼 무겁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으로서 나에게는 이정표에 비할 수 있을 듯하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찾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이제는 어떻게 이루어 갈지를 고민할 단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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