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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Feb 27. 2023

일의 취향

자신의 전문성에 관한 고찰

요새는 일이 없어 제법 한가하다.

바쁘면 바쁜 대로 좋고, 한가하면 한가한 대로 글과 독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눈치만 잘 견뎌 낼 수 있다면 말이다... 

오늘은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현재 번역으로서의 내 주력은 영한 번역이다.

많은 분들이 영한, 한영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상당 수가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오신 분 들이거나 아니면 영어를 전공해 정말 오랜 시간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분들인 듯하다.

번역에는 흔히 말하는 출발어와 도착어가 있다.

출발어는 번역할 대상이 되는 언어이고, 도착어는 번역하는 언어를 말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출발어는 영어이고 도착어는 한글이 된다.

번역을 하려면 출발어보다는 도착어의 실력이 월등히 좋아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번역을 할 때는 문법은 기본이거니와 사전적인 의미 외에도 각 주제별 어울리는 문체와 뉘앙스 등의 차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부로서의 외국어뿐만 아니라 문화로서의 외국어를 우리말 수준으로 익힌 분들이어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 역시 어느 정도 수준의 영작도 가능은 하지만 어색한 문법(전치사 또는 관사 등)도 그렇고 어휘 표현이 어색한 경우가 많아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당연하겠지만 그런 내가 정통 영어 능력자와 경쟁하려면 나만의 차별화된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 그 주특기는 아마도 오랜 시간 몸담아 왔던 IT가 될 것이다. 영어와 한글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IT 경험까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남는 요즈음,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나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난하지만 동시에 재미있는 작업이 될 듯하다. 



세상에는 나처럼 여러 분야에 발을 담그는 제너럴리스트와 자신만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스페셜리스트의 인재형으로 구분된다. 만일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평소 내가 경쟁심이 강한지를 한번 생각해 보라. 만일 자신이 경쟁을 좋아하고 실력에 자부심을 갖는 유형의 인물이라면 한 분야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가 어울릴 것이지만, 나처럼 경쟁을 싫어하고 흥미를 좇는 유형의 인물이라면 여러 분야를 어우르는 제너럴리스트가 어울릴 수 있다. 단, 경쟁을 피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고유한 전문 영역을 개척해야 하니 제너럴리스트라 해서 상대적으로 더 쉽다는 뜻은 아니다. 스페셜리스트라 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넓히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어찌 보면 두 부류는 시작점이 서로 다를 뿐, 추구하는 목표는 같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나는 과거 스페셜리스트를 꿈꿨으나, 제너럴리스트가 더 어울린다는 걸 알고 이후에 방향을 선회했다. 만일 누군가 나와 같은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길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지않아 마주하게 될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을 대비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많은 분야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은 어느 하나 정통하지 못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일 누군가 그런 특성을 지녔다면 어디로 눈을 돌리든 간에 자신보다 뛰어난 타인의 존재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는 IT 분야만 해도 나보다 경험 많고 감각 뛰어난 개발자가 셀 수 없이 많고, 언어에 눈을 돌려도 실력자가 무수히 많으며, 독서 경력도 남들에 비해 짧고, 글 쓰는 능력도 더욱 발전시킬 부분이 많다. 한 마디로 객관적인 위치에서 보면 능력치가 어중간하다는 의미이다. 

아마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관심 분야가 넓어 깊이가 어중간하면 남들을 비교해 자신을 깎아내리기 쉬워진다. 그러니 만일 당신이 나와 같은 유형의 인물이라면, 부디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부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실 두 부류로 나누긴 했지만, 세상에 어디 자로 잰 듯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일이 있을까?

좌와 우가 그렇고, 젠더로서 남과 여가, 어른과 아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세상에 극명히 대립을 이루는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은 사실 그라데이션적인 층위를 이루고 있다.

나와 상대의 차이가 커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크지 않고,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차이가 분명해 보이지만 개념일 뿐이지 세상을 사는 모두는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해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니 너무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형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정체성 역시 일시적인 것이며, 때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파고를 넘나들며 서사를 써 나아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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