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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Mar 01. 2023

언어의 한계, 인식의 경계

언어와 개인의 사고에 관하여

주위를 둘러보면 영어 교육 자료도, 강의도 넘쳐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에 대한 수요가 끊이질 않는 걸 보면, 그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는 듯하다.


사실 외국어에 대한 시대적 열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 시대 이전까지는 당대 중국의 패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몽골어, 한어, 만주어 등 여러 차례로 외국어 열풍이 있었을 테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가 대세였을 것이다. 지금은 미국이 전 세계의 패권을 갖고 공용어로 인정을 받고 있으니 영어가 우세할 뿐, 먼 미래에는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뀌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역학 관계를 배제하더라도, 언어를 배우는 일은 그 자체로 개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외국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적 내가 언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고, 영어를 잘하면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동기는 이처럼 1차원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는 별개로 영어 실력이 월등하게 좋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나에게 맞지 않는 공부 방법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 풀이가 아니라 지금처럼 리딩과 리스닝 같은 인풋에 집중했더라면 이렇게 오랜 기간 영어에 매달리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때때로 들지만,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해서 어쩌겠는가? (그래도 지난 명절에 만난 내 초등생 조카의 영어 실력이 내 수준을 웃도는 모습은 적잖이 충격이긴 했다, 잘 모르겠지만 요즈음에는 영어 학원 커리큘럼도 무척 잘 되어 있나 보다...)


우리말에 대한 감각도 나름 괜찮은 편이었는지, 수능을 준비할 당시 이과였음에도 희한하게 언어 영역의 점수가 가장 좋았던 걸 보면 조금은 타고난 언어적 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스스로가 전형적인 이공계 학생이라고 굳게 믿었고, 사회적 언어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컴퓨터 언어에 집중했다. 돌고 돌아 결국 본래의 관심사로 돌아오긴 했지만, IT에 대한 경험도 언젠가는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언젠가 이 두 이질적인 영역을 엮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런데 기실 외국어뿐만 아니라 언어를 익히는 행위는, 단순히 의미 전달의 수단을 익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어는 세상을 비추는 창이다.

내가 활용하는 언어의 범위만큼 세상을 비춰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도 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에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언어를 통해서만 인간은 정교히 사고할 수 있고, 언어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인간은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에 있어 명백한 한계성을 갖는다.

한 가지 예로, 나비(Butterfly)나방(Moth)을 우리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구분 없이 빠삐용(papillon)이라는 단일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프랑스인들에게 이러한 차이를 따로 일러주지 않으면 구분하여 생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듯 언뜻 생각하기에 생각이 먼저 있고 언어는 그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용하는 언어가 개인의 사고를 규정하듯, 언어와 생각은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언어는 의미 전달의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언어와 문화의 관계는 이후에 자세히 따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사고의 폭을 넓히려면 어휘력과 표현력을 길러야 한다.

언어적 한계가 사고의 틀을 의미하기에 더 넓고 깊은 사고를 하려면 이 사고의 틀을 넓히는 노력이 필수이다.

독서와 글쓰기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듯하다.

나는 거기에 더해 외국어 공부도 겸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러한 노력은 한 사람의 내적 성장에 밑바탕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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