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가벼운 무게추를 양 어깨에 맨 채로 인생이란 외길의 트랙을 걸어가기 시작하는 우리지만, 지나온 길의 거리가 길어질수록 추가되는 무게 추가 하나둘씩 더해지는데, 때로는 더해진 무게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추를 잠시 길 위에 내려놓을 수는 있을지언정, 결국은 완전히 벗지 못하고 마는데, 알고 보면 그 추는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스스로 짊어지길 선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즐거움도 주지만 동시에 괴로움도 낳는, 마치 불교에서 그토록 끊어내라 말하는 집착과도 같이 말이다...
허튼소리는 이쯤 하고, 다시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로 돌아와 최근에 내가 짊어지게 된 무게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머리로 무언가를 아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 사이에 크나큰 간극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사실 모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경험이 동반되지 않은 지식은 반쪽 짜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그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프리랜서로 전환하며 쉽지만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직장을 다닐 때와는 다른 결의 어려움이 이 정도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나도 그랬고 사람들 역시 자칫 프리랜서라 하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마음껏 쉴 수 있으니 자유롭고 좋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일이 없을 때는 너무 없어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일이 있을 때는 내 능력치를 넘어설 만큼 많은 일이 들어와 사람의 진을 빼놓는다. 거절하자니 애써 만들어 놓은 커넥션이 끊길 까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받자니 자기를 갈아 넣어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해 피폐해질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어째 갈수록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오래도록 성장할 수 있을 터인데, 회사 생활을 그리도 오래 했건만 이런 신선한 느낌의 어려움은 나를 다시 어리숙한 신입처럼 만들어 버린 것만 같다.
내공이 쌓이면 좀 나아질 거라 기대해 보며, 이렇게 삶의 균형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최근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틀대던 내 지난날을 떠오르게 한다.
늘 위태롭고 방황하던 나, 그렇게 수 없이 흔들리고 나서야 간신히 깨달은 인생의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이 균형의 중요성이었건만, 급변하는 환경은 이러한 나의 얄팍한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그 얕은 깊이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몸과 마음의 균형, 인식의 균형, 관계에서의 균형, 이상과 현실에서의 균형,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균형
오늘도 나는 양 어깨에 무게추를 짊어진 채 바람이 세차게 부는 외줄 위를 아슬아슬 걷는 곡예사처럼 휘청거리며 배우는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