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번역하는 베짱이>
부끄럽게도 얼마 전, 투미나스에서 <번역하다>라는 잡지에 내 이전 글 '번역하는 베짱이'를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는데, 그 결과물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내 첫 기고글을 얼떨결에 이렇게 출판물에 실으니, 그 기분이 왠지 모르게 쑥스러우면서도 '내가 감히?'라는 생각을 들게 하여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아 차마 주위에는 알리지 못한 채로 나만 간직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최초 번역 매거진인 <번역하다>는 프로 및 아마추어 번역가들의 일상의 생각과 철학을 엿보고 싶다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한다. 번역 일이라는 게 사실 공직적인 경로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닌 데다가 개개인의 번역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을 형성하는 끈이 조금 느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러한 잡지가 이미 일을 하고 계신 분들과 일을 하려고 준비 중이신 분들이 느낄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오아시스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번역은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는 메신저이다.
요즈음에는 각종 언어에 능숙해 굳이 번역이 필요 없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인공지능 번역의 발달로 웬만한 정보는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수많은 번역가의 덕분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비록 시대적 흐름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번역의 미래도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능적 인간의 의미를 넘어선,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인간의 본질에 접근하는 번역의 의미가 앞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계속되기를 희망해 보며, <번역하다>를 내 주신 투미나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