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방인 Apr 09. 2023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feat. 내돈내산 듀오링고(Duolingo) 

꾸준하게 써야 하는데, 번역만 갖고는 쓸 말이 너무 한정적인 듯 하니 아무래도 주제를 잘못 정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정말 잘 쓰는 사람들은 사소한 주제로도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게 잘 쓰던데, 아직 그 정도 수준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흉내라도 내 려면 꾸준히 연습해 보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주제로 이번 글을 정리하면 좋을지 몰라. 그냥 평소 하는 취미와 관련해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나는 딱히 취미가 없다. 기껏해야 책을 종종 읽는다든지, 유튜브를 시청한다던가, 아니면 어디 이동할 때면 팟캐스트를 듣는다던가 하는 게 전부이다. 그나마 꾸준히 해 오는 게 있다면 언어 공부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것도 따로 시간 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듀오링고]라는 어플로 짬이 날 때마다 하루에 10분에서 15분 정도 게임처럼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게 전부이다. 게다가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 짧은 외국어 공부도 한 두 개 언어만 하는 게 아니라 심지어 여러 개를 동시에 하고 있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심지어 라틴어까지 그때그때마다 마음 가는 대로 조금씩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2년째 해오고 있으면서도 실력이 극초급 수준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건 자랑 아닌 자랑이다.


외국어 플랫폼 듀오링고(DuoLingo) - 무료 외국어 공부 학습 서비스



전에 내 이런 기 행동을 전해 들은 지인이 나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어디 여행 갈 때 써먹으려고?' 

합리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이유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하다 보니 나름 재미가 있어서요.'라고... 

적절한 대답이었는지 다행히 그에 대한 질문은 거기서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진짜로 하고 싶은 대답은 다른 것이었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에 그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의 이 궤변적인 이유를 들을 고역의 역할을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로 돌려보고자 한다.



듀오링고를 시작할 당시, 나는 자신에게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첫째는 짧은 주의력이었고, 둘째는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성과를 내는 일에만 몰입하는 삶의 습관이었다.

당시 스스로의 문제에 몰두해,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자 이런저런 서적들을 탐독하던 과정에서 이러한 결점이 더 나은 삶의 태도로 나아가는데 저해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러한 습관을 고쳐보고 싶었다. 

그렇게 개인적 배경에서 시작한 자신과의 도전이, 이제는 취미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고려했다.


1)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했다.

2)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성과가 분명하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할 수 있어야 했다.


어쩌면 요새 유행한 '중꺾마' 하고도 일맥 상통하다고 볼 수 있다.


듀오링고는 언어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더해, 내 이러한 도전을 보조해 줄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꾸준히 하는 거에 있어 이 어플은 지독하게 나를 쪼아준다.

원래도 핸드폰 알람을 잘 무시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듀오링고가 시도 때도 없이 띄우는 알림을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다. 게다가 점수, 스테이지, 등수와 같은 게임적인 요소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고작 몇 주, 몇 달 한다고 해서 눈에 확 드러나는 성과를 보여주지 않는 언어 공부라는 요소 또한,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보상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에서 위의 조건을 만족했다.


그렇게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지금은? 

다행히 내 이러한 의도가 어느 정도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호흡이 긴 책을 잃는 데도 도움이 되었으며,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끈기와 인내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히 도움은 되었다)

거기에 언어 공부의 성과는 덤이었다.


유일한 자랑 - 지난달에 듀오링고 연속 800일을 달성했다.




혹자는 AI가 발달해 머지않아 대부분의 통. 번역을 대체할 미래에, 언어를 공부하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비아냥댄다.

언어를 공부하는 목적을 언어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러한 논지는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공부의 목적이, 사회적 성공을 위해 좋은 성적을 얻는 것에서만 그 역할을 찾는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배우는 목적 역시 의사소통에만 있지는 않다.

무언가를 익히고 내 안에 쌓아가는 힘,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AI가 대세가 될 시대에 인간이 계속해서 일을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머지않을 미래의 인간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삶의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번역가의 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