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통찰법> 서평
바야흐로 1+1은 귀요미인 시대이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말장난이냐고 하겠지만, 세상이 '1 더하기 1은 2'만을 외치는 건 지루해 함은 분명하다. 그래서 어디서건 다양한 분야에의 관심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환영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넓고 얕은 지식들의 전성시대다. 이를테면 미술시간에 한달여 걸쳐 나오는 정물화 한 장보다 콜라주 한장이 더 각광받는 시대라고나 할까. 이 책은 그런 현시대의 새롭게 펼쳐지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책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경영학과를 나왔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은 하지 않았다. 위의 비유대로라면 4년 내내 큰 풍경화 한장에 매달린 사람인거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신문이 아니면 경영서적을 따로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다. 학부 때 이따금씩 들던 눈 감고 코끼리 만지는 기분을 그리 좋아하진 않기 때문이다. 공부해봤거나, 경영학 서적을 자주읽는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자 했던 이유는, 오직 한가지였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그것도 경영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책 표지부터 명백하게 드러나는 책의 소재에 나는 이끌리듯 이 책을 집었다.
일단 이 책의 장점은 명백하다. 미술이나 경영 어느쪽도 깊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아 쉽게 읽힌다. 두 분야 모두 관심이 없다 해도 읽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화가들도 피카소와 고흐와 같은 우리가 어린시절 미술책에서 부터 쉽게 접한 화가들의 사례가 대다수다. 화가를 정말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한번쯤 눈으로 목격했을 작품들이 가득하니까. 경영학 사례 속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역대 CEO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기업이름은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펼친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을 정도의 잘 알려진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 꼭지마다 글의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미술사에서 중요한 한장면, 흥미로운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의를 환기 시킨 후, 그 이야기를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 분석에 맞는 기업의 이야기의 사례가 등장하고, 전체를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특히 저자는 표지, 서문으로 부터 알 수 있듯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라고 밝힌 '피카소'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서술했는데, 이 또한 이 책의 허들을 좀 더 낮춰주는 소재가 된다. 천재, 사교가, 백만장자, 또렷한 사회의식, 자유로운 영혼. 피카소는 기업 경영이 아닌 예술로 성공한 사람의 표본이다. 우리가 유난히도 '사기캐릭터'에 약한 것이 이 책에겐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수도 있다.
이 책은 경영학, 서양미술사를 아우르는 교양서적으로는 신선함을 준다. 완전히 다른 두 분야를 동시에 서술했고, 그것을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게 쓰여졌다는 것은 훌륭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1 더하기 1은 2라는 것으로만 끝난다는 점은 필자에겐 끝까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꼭지마다 중반까지를 차지하는 예술가의 비범한 모습과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견해들은 그들의 자서전들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필자가 책을 펴면서 기대했던 건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유명했던 화가의 경영자적인 측면, 두번째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기업들의 예술적개입 사례의 서술이다. 전공했던 경영학도 좋아하고, 서양미술사도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어 긴 호흡으로 공부하고 있는 분야이기에 둘을 합쳐 2 이상을 만들었던 역사적인 사례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접하고 싶었던 바람이 있었기에 아쉽기만 하다. 부디 작가의 다음 저서로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