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는 지지리 궁상 병
10월 정선: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는 지지리 궁상 병
민둥산에 올랐다. 민둥산이 왜 민둥산이게. 나무가 없어서 민둥산이다 몰랐지. 이름이 귀여워서 높이도 귀여운 줄 알았는데 웬걸, 잘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자꾸 의심하게 되었다. 우리는 힘들 때마다 포기할 이유를 찾는다. 한창 오르는 길에 난데없이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이 있는데 너무 탁월해서 먹고 싶은 생각보다 팔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는 어떻게 살 수 있나요? 잠깐 앉아서 막걸리를 딱 한잔만 했는데 잊었던 웃음이 나왔다. 이건 찐이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언니가 이렇게 다람쥐처럼 산을 잘 오르는 것을 처음 알아버린 나는 너무나 놀라워하며 헥헥댔다.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영원히 모르는 것이 많다. 매일매일이 새롭다. 내가 이렇게 산을 못 타는지 언니도 처음 알았겠지... 이 고개를 넘으면 민둥이 보일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개가 시작된다. 그 고개를 넘었더니 또 새로운 고개가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한 마디가 이 순간만큼은 가장 큰 힘이 된다. 놀라운 일이다.
결국 그 길의 끝엔 처음 보는 광경이 있었다. 가을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은 이런 게 아닐까? 숲과 산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거라는데… 자연에 대한 새 사랑을 통 숨길 수가 없네… 가슴이 벅차올랐다. 멋진 것을 보면 거기서 거기인 사진을 연사 수준으로 많이 찍게 된다. 똑같은 사진들로 뒤덮인 사진첩을 보면서 틀린 그림 찾기를 하다 보면 풍경의 감동은 고사하고 벌써 지치는 마음이 된다. 다음엔 이러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또 반복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상에서 아빠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 그러게 편한 등산화 신으라니까. 굳이 발이 꽉 끼는 (내가 사준) 신발을 고르더니, 초입부터 포기하고 내려가 혼자 쉬고 있는 사람. 좋은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 사는 게 뭐라고. 아빠는 힘든 산행보다 산아래 휴식 시간이 더 즐거웠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