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 다시 위례

또 좋은 것으로 채울 준비

by 수빈노

그전 내 삶의 리듬이 원래는 어떠했는지 기억할 수 없었으므로, 새로 쓰는 편이 차라리 가벼웠다. 헤매는 동안 나는 현명한 인간들이 세상에 꺼내 놓은 삶들을 관찰하고 그중 구미가 당기는 것을 하나씩 가져다 시험해 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내 일상이 된 것들 가운데 몇 가지. 그 효능에 대해 어떤 증명된 이론들이 있었겠지만 기억하는 것이라곤 '나에게 도움이 된다'라는 감각 정도가 전부이다. 분명한 것은 나라는 인간을 살피고 시험하며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조금 더 효율적으로 나를 움직이는 법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잘 살기 위해서, 그리고 잘 죽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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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기복을 극복하는 패턴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전화기 보지 않기. 특히나 그 어느 때보다 의무가 없는 나날이었기에 좀 더 수월한 일이었다. 내 연락을 기다리는 연인이 없고, 내 확인을 기다리는 업무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멍하니 잠깐 시간을 보낸다. 간밤의 잠자리와 지난 꿈에 대해, 오늘의 일정에 대해, 그냥 이런저런 마음을 가까이 멀리 어루 보며 가지런히 한다. 양치를 하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다. 가끔 힘이 없을 때는 기합도 넣는다. (진짜. 효과가 있다. 비웃던 과거의 나 반성) 따뜻한 물을 한 컵, 영양제를 또 한 컵 마신 뒤 집에 있는 모든 문을 활짝 열어젖혀 환기를 한다. 공기의 순환은 기운을 새롭게 하는 데에 정말 정말 도움이 된다. 커피를 들고 책상에 가서 20분 알람에 책을 읽는다. 집중을 못해 알람을 반복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어쨌든 머리를 깨우고 활성화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여겨질 때까지 시간을 쓴다. 그리고 매트에 자리를 잡고 삼십 분에서 한 시간쯤 요가를 한다. 여기까지 이 작고 소중한 과정이 매일 하루를 단정하고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내 의지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나를 구하는 세계

스스로 그저 헤매도록 두는 것이, 그렇게 헤매며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려 곤혹스러워하다가 어딘가로 향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한 발자국 가까이 가 손을 뻗어보는 것이 되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했다. 모르는 마음을 궁금해하고 부지런히 고민했다. 궁금한 세상을 만나고 직접 손에 넣어 굴려보았다. 나무를 깎고 사포질을 했다. 물레에 손을 올리고 페달을 밟았다. 자기 모양을 흉내 내고 물감을 튀겼다. 커피를 내리고 거품을 쳤다. 향기를 상상하고 맡고 부비고 태웠다. 호기심을 채우고 차곡차곡 기능을 습득해간다. 사소한 탐구는 새 감각을 깨웠다. 나는 궁금한 것을 쥐고 꼼지락 대며 즐거워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언제라도 도망칠 피난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친 자신을 돌보고 달래줄 나름의 방법을 늘 품고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 언제고 그 카드를 꺼내 들고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 타인을 위하듯, 아니 보다 더 절실하게 나를 위하는 데에는 유난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스스로 살피는 것이야 말로 모든 여정의 시작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가장 가까운 곳을 살피는 것으로부터 세상을 돌아볼 마음이 시작되었다.


한창 어찌할 바 몰라하던 어떤 날의 나는, 내가 자기 연민에 갇혀 삶에 부정적인 감각을 갖게 돼 버릴까 내내 두려워했다. 하지만 내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내 가족은 내가 그런 결말을 내도록 두지 않았다. 역시나 그랬다. 쏟아내고 비워가며 새로 알아간다. 다시 공백을 채워볼 힘을 내는 걸음걸음을 살핀다. 달아나고 돌아옴을 반복하며 떠도는 동안 비로소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새로 자리를 가꾼다. 다시 그 여정을 양분 삼아 타인의 삶을 살필 마음의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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