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기준을 설정해 보자

전국 맛집 중개 플랫폼 #1

by Jay




"전국 맛집 중개 플랫폼"


가장 최근에 일했던 회사의 서비스이다. 입사 초기부터 막막했다. 제대로 된 기획 없이 앱만 덩그러니 있던 회사였다.


그나마 스마트 스토어에서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상위 2~3개 업체가 반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었다.


아직 시장진입 전이라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수술이 시급한 상태였기에 큰 틀부터 잡아보려고 했다.


"맛집"


맛집과 맛집이 아닌 집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이는 개인의 기호와 취향이 반영되는 주관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정성적인 부분을 전부 정량화하여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맛집의 기준이 없었다. 막막해하는 영업자를 위해 기획자인 내가 어떻게든 기준을 세워보려 했다.



1. 데이터로 검증된 맛집


백년가게, 블루리본, 미슐랭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한 백년가게, 국내 최초의 맛집 가이드인 블루리본서베이, 미슐랭 가이드를 뒤져봤다.


그런데 선정된 업체들의 리스트를 보니 단순히 백년가게, 블루리본에 선정된 음식점을 들여오면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미슐랭의 경우 배달을 하는 업체는 선정되지 않아서 고급화 전략은 배제해야 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메인 페이지

더 직관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서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제공한다.


시, 도 단위와 시기별로도 검색이 가능해서 매우 유용하다. 사용자가 목적지를 조회하고 100m & 1분 이상 이동한 행위에 대한 건수가 검색건수로 수집된다.


빅데이터 - 지역별 관광지 검색순위 - 대전광역시 2025년 - 음식

'이거다! 사람들이 네비를 찍고 가는 곳의 순위가 곧 맛집 순위 아니겠는가?!'


흥분은 금세 가라앉았다. 이 데이터에는 몇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내비게이션 검색 데이터 자체였다. 네비를 찍고 이동하는 행위 자체가 '길을 모르거나 멀리서 왔나?'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진짜 로컬들의 맛집은 위 데이터로는 확인조차 안 될 수 있다. 그래서 현지인과 외지인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 제주도로 설정하고, 2020~2024년 기준 데이터를 비교해 봤다.


지역별 분석 - 지역별 관광 현황 - 제주도 2020~2024 - 인기관광지 - 지역 맛집

현지인과 외지인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지만 '진짜 맛집은 현지인이든 외지인이든 찾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입점업체 수를 늘리는 것이 급한 상황이었기에 더 깊은 고민을 할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현지인+외지인 데이터를 합쳐서 나온 결괏값 순위를 맛집이라고 결정했다.


각 지역별로 이 과정을 반복하며 전국 TOP500 음식점 리스트를 만들어 영업자에게 전달했다.


자료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엑셀파일을 첨부했다. 음식점을 중개하는 서비스였기에 리스트에서 카페는 제외했다.


여기까지가 데이터로 검증된 맛집이었다. 이제 영업만 다니면 끝일까?


아니다. 위 리스트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꾸준히 찾는 업체들이지만 '저점 다지기' 느낌이 강했다. 맛집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안전 자산에 속하는 업체들인 셈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저점을 다졌으면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2. 트렌드 맛집


내가 생각한 답은 하나였다.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상품이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두쫀쿠를 파는 매장이 전국에 하나라고 가정해 보자. 그 매장은 찾아가기 어렵고, 가더라도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매장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면 대박이 날 것이다. 플랫폼에서 '딸깍'만 하면 집으로 보내준다는데 두쫀쿠를 먹고 싶은 고객에겐 선택지가 없다.


매력은 희소성에서 온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집중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가 트렌드의 고점에서 재미를 본다.


벌집 아이스크림과 허니버터칩부터 마라탕후루, 요아정, 두쫀쿠까지 트렌드는 계속 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흑백요리사 시즌2 역시 회사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기회들을 잡기 위해 나는 내가 속한 업계를 최대한 공부한다.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를 감지하기 위한 촉을 세워야 한다.



3. 지역 명물


마지막으로 지역 명물이다. 온라인에서 중개를 하는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검색으로 유입된다.


키워드는 (춘천+닭갈비), (수원+왕갈비), (천안+호두과자), (병천+순대), (부산+돼지국밥) 등으로 대표 지역+음식의 검색량이 높다. 지역 하나를 설정하여 집중하면 영업 효율성까지 챙길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원물 자체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영덕+대게), (영광+굴비) 등 원물을 판매하는 업체를 들여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철 과일 역시 수요가 높다. 실제로 이 회사는 여름철 복숭아 판매로 매출이 꽤 늘었다.




입점업체 영업을 위한 맛집의 기준을 설정했다. 데이터로 검증된 맛집 + 트렌드 맛집으로 방향성을 잡고 지역 명물을 보조로 설정했다. 업무 위계로 보면


[맛집 중개 플랫폼]

┗ [B2B]

┗ [영업]

┗ [대상 업체 기준 설정]


이라는 작은 일이다. 나는 작은 일에 목숨 거는 걸 좋아한다. 끝의 끝까지 파고든 결과물에만 스스로 만족한다.


F&B 쪽 일은 처음이라 고민이 깊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도움을 얻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썼다. 앞으로도 내가 했던 생각들을 자세하게 풀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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