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믿음

대체 시간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by 유자까

by 유유히유영

최근 한 후배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과 사진을 보았다. 120kg을 넘던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20kg 가까이 빼서 100kg 조금 넘는다면서도 아직 두 자릿수 몸무게가 되려면 멀었다고 한탄한다.


아내 몰래 몸무게를 달아보았다. 글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다. 다행이다. 아직 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세 자리로 올라가려면 아직 5kg 정도 쪄야 한다. 결혼 전, 몸으로 가려면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난 몸무게가 135kg이 넘었던 적이 있다. 5년 전, 결혼하고 4년이 지나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내 몸무게가 그렇게 많이 나가리라 상상하지 않았다. 실제 몸무게를 달아본 적도 없었다. 결혼 전 입던 옷이 꽉 끼다 못해 터질 지경에 이르렀고, 배는 터지기 직전 풍선 같고, 가만히 있어도 턱이 2개가 되었어도 내 몸무게를 의심하지 않았다.


당시 내게는 몸무게도 믿음의 영역이었다. 어머니가 우려해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대응했다. 난 그대로니 어머니 건강이나 신경 쓰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거울도 보지 않는 똥 묻은 개가 바로 나였다. 나는 괜찮다는 아주 강력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믿음. 한국사회에서 믿음은 참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단어다. 사실(팩트)로 아무리 설명해도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현상만 봐도 우리가 믿음에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다. 물론 사실도 조작되었을 수 있지만, 내가 믿고 있는 믿음도 조작된 현실이거나 자기기만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나도 믿음에 심취했던 사람이다. 종교에 깊이 심취했던 내게서 종교색이 많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건 2012년 정도인 것 같다. 예전에는 강대상에서 이뤄지는 예배와 좋은 옷을 입고 웃는 표정으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교제가 믿음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다 교회에서 큰 분란이 일었다. 교회 분쟁은 폭력과 고소, 고발이 10년 넘게 이어진 지난한 싸움이었다.


이 일로 강대상과 현실을 가리던 커튼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튼 뒤에서는 교회 내 이권과 권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 이뤄졌다. 믿음 역시 현실 권력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배울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내 믿음을 한 번도 체중계에 달아보지 않았다. 그냥 건강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R800x0-2.jpeg 종교는, 보이는 예식을 준비하는 커튼 뒤를 봐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다.

나는 체중계에 올라선 후, 내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처음에는 그냥 넘기려고 했다. 그동안 지냈던 날처럼 아무 일 없이 무사하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체중계라는 현실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꾸 되물어 왔다. 주변에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돌아보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식사량은 아주 조금씩 줄이고, 활동량도 아주 조금씩 늘렸다. 그렇게 5년을 지내며, 매년 감량하면서 40kg 이상 몸무게를 줄였다.


그 기간 동안, 종교에 대한 내 믿음도 체중계에 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누군가 그렇다고 말해서 믿는 신앙은 줄어들었다. 많은 학자의 연구서를 읽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사람과 신앙에 대해 의심하며 토론하고, 고민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렸다. 알면 알수록 이전에 다짜고짜 믿었던 시간에 참으로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남이 그냥 그렇다고 해서 믿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스스로 괜찮을 것이라고 여기는 믿음은 더욱 쉽다. 진짜 어려운 일은 내 믿음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있어야 몸도 마음도, 심지어 신앙도 건강해진다. 이제라도 함께, 천천히 다이어트할 사람을 찾아보면 어떨까.


*notice

유유히유영은 유자까, 믹서, 멸종각 세 작가가 함께 글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세 작가는 한 주에 하루,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글쓰기를 합니다. 키워드 단편선에 이어, 함께 공감할 한 주제를 정해 에세이를 쓴다고 해야 할까요. 같은 주제가 주어지지만, 각자 다른 느낌으로 글을 쓰기에 다양한 글이 나옵니다. 첫 주제는 '시간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입니다. 이번 글은 유명 작가를 꿈꾸지만, 글쓰기 자체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속물, 유자까의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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