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내게 무슨 짓을 했는가 by 멸종각
2020년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8,590원이다. 최저시급으로 산다면, 누구나 생각하듯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수도권에서 평균 전세 보증금을 목표로 독하게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 해도, 20년이 걸려야 마련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해 이야기하지만, 20년은 내 집 마련을 상정한 시간이 아니다.
2011년 최저시급은 2020년의 절반 정도였다. 당시, 같은 기준으로 전세보증금 평균을 목표로 했을 때, 서울 안에서 11년 10개월이 걸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매년 기준이 바뀐다. 우려를 넘어 공포라 말할 개념이다. 내년, 내후년 결과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020년의 계산 결과 역시 단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했기 때문이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천정부지 집값의 시대라 그런지, 집값 정상화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과연 어느 정도를 정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세가 지금의 50% 밑으로 폭락하면, 정상 가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대도 누군가는 내 집은커녕, 전세방 하나 마련하기도 버거울 터인데. 그 누군가의 사정은 반값 주택이라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변하기 어렵기 매한가지다.
내가 태어난 1978년은 수많은 대외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15% 이상이었다. 2020년인 지금 만약 이런 금융상품이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대기업 기준, 한해 수익률이 6%에 그치는 상황에서 어떤 광기가 일어날지 익히 상상이 된다. 금융상품이 아니어도 만약 수익이 15%가량 보장된 사업이라면 전재산을 묻겠다는 사람들이 넘쳐날 거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자원이라고들 말한다. 24시간은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아주 뻔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24시간조차 누군가에겐 완전히 다른 효율로 돌아간다. 다른 효율이란 말로 달라지는 시간 활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매섭고 혹독하게 결과에 차이를 드러낸다. 금융만 해도 시간은 평등한 자원이 될 수 없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았단 말인가?
굳이 최저시급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젠 시간 자체가 어떻게 삶·노동·재산을 규정하는지 모두가 아는 시대다. 하지만 정직한 시간 계산법으로는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디자인하기 어려워만 보이는 시간들이 흐르고 있다. 개인의 시간도 돈으로 환원되는 시대다. 그렇기에 우리는 묻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그 시간이라는 자원을 정말 헛되게 흘려보내고 있나?
앞으로 10년 정도가(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지속된다면) 지났을 때, 시간은 내게 어떤 의미로,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태어나 고작 4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토록 시간과 삶, 소유의 개념이 뒤틀렸고, 뒤틀린 개념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비정상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두렵다. 나는 그 시간에 적응하고 그 시간에 감사할 수 있을까? 그런 재량이 있을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더불어 균형 잡힌 자원도, 정직한 자원도 아니다. 그저 이겨낼 수 없는 절망의 단위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notice
유유히유영은 유자까, 믹서, 멸종각 세 작가가 함께 글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세 작가는 한 주에 하루,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글쓰기를 합니다. 키워드 단편선에 이어, 함께 공감할 한 주제를 정해 에세이를 쓴다고 해야 할까요. 같은 주제가 주어지지만, 각자 다른 느낌으로 글을 쓰기에 다양한 글이 나옵니다. 첫 주제는 '시간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입니다. 두 번째 글은 시대에서 희망을 꿈꾸다 좌절한 멸종각의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