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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유영 Apr 11. 2021

속초, 그 이름 참 달다

그곳에서 한 번 살아 볼까요? by 유자까

2017년 3월부터 다섯 번째 속초 방문이다. 1년에 1회씩, 5년 연속으로 방문하지는 않았어도, 앞선 방문이 무척 만족스러웠나 보다. 우리처럼 처음 가본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도시를 다섯 번이나 들렀다니.


생각해 보니, 봄에 방문한 경험은 처음이다. 주로 겨울에 속초를 찾았다. 초겨울, 늦겨울 가리지 않고 추운 날에만 방문했다. 주로 우리 부부의 여행이 바쁘지 않은 계절에 이뤄지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문에서는 도시의 모습이 신선하게 비추었다.


오랜만에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저 멀리에 있는 설악산이 다 보일 정도로 날이 맑았다. 우리는 기분 좋게, 손을 잡고 걸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주차를 하고 칠성조선소를 찾았다. 아내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오빠는 지금 충분한 재정이 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
“난 돈이 충분히 있으면 여기에 아파트 사겠어. 그 후에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테야. 강원도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


나는 그 질문에 술술 답했지만, 답하면서 놀랐다. 살고 싶은 지역과 일하고 싶은 영역이 확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전까지 그 질문을 들으면,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싶은 지역이 바로 이곳이라고 바로 확답했다.


아마 날이 맑고, 좋아서 그랬나 보다. 그날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날을 정말 화창했다. 앞서 말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설악산조차 선명해 보였다. 아마 흐린 날 방문했거나, 앞선 4번의 방문처럼 추운 날 찾았다면 답은 달랐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점심으로 먹은 ‘아바이순대’가 너무 맛있어서 그랬을 수 있다. 먹거리에 마음도, 생각도 잠시 빼앗겨서 내가 미쳤나 보다. 속초, 왠지 이름도 달달한 도시 아닌가. 아마도, 아니, 확실한 듯 확실하지 않다.

속초, 바로 옆에 있는 낙산사.

그동안 우리 부부는 여려 동네를 떠돌았다. 일산이 우리가 선택한 가장 먼 장소였다. 아니, 지금 여주에서 살고 있으니, 이제 여주로 바뀌었다. 하여튼, 우리가 선택한 장소는 모두 경기도였다. 강원도는 그다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어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영상 제작자로 지내고, 나는 기자이자 방송작가로 일했으니 별 수 없다. 프리랜서 겸 사업자로 지내는 요즘도 일을 위해서 서울에서 더 가깝게 지냈어야 했나 고민한다.


그런 우리가 속초에서 지낸다면 어떨까. 지금의 모습을 던져 버릴 수 있을까. 우리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영상 제작을 가르친다는 일이 가능할까. 뉴스와 많은 책을 통해 지금 지방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들은 지금.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이 진짜 안 움직일 때가 있다. 아내의 질문도 ‘충분한 돈이 있다면 어떡하게나’가 아니었는가. 어쩌면 나를 둘러쌓아 묶고 있는 다양한 현실 중, 돈만큼 무섭고 현실적인 실체는 없다.


그래도 올해 다시 이사하게 된다면, 난 무조건 속초로 떠날 것이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전세 가격을 확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서울까지(강동까지) 2시간 거리다.(차가 안 막힌다면.) 속초에 가면 굶어 죽을 일은 없겠지. 아바이순대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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