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나가 케이코 <로컬 지향의 시대>를 읽고 by 유자까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만 지낸 나에게 여전히 먼 이야기였다. 로컬이라 불릴 동네로 내려와 지내는 요즘도 그렇다. 로컬로 온 우리 부부는 잘 지낸다.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삶을 택했다. 이 지역으로 이사 온 뒤, 아내는 루틴의 힘을 기르는 중이다. 9시면 퇴근하려 한다. 원래는 잠들기 전, 12시나 1시가 퇴근 시간이었는데.
어쩌면 첫 책으로 <로컬 지향의 시대>를 읽은 일이 우연은 아니다. 아마도 로컬이 우리 생활권이고, 로컬에 관심이 가고, 로컬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인구가 줄어들며 우리 부부의 관심이 높아졌다. 아니, 인구 감소는 코로나19로 가속이 붙었지만.
책의 저자는 마쓰나가 케이코, 일본인이다. 일본은 로컬 산업이 발전했고, 귀촌하려는 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물론 우리가 일본과 완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문화, 사회, 경제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도 우리 사회의 10년 후 모습을 이야기할 때 일본을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그런지 모르겠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무언가 이루기 좋은 시장은 아닌 듯하다. 도시에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일은 특히 어렵다. 2011년 관동 대지진을 기점으로 조사한 결과 도시에서 탈출하겠다는 응답을 한 사람이 4% 늘었다. 물론, 내려가려면 직종을 이동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나왔지만, 내려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뭐, 한국이라고 다를 바 없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속화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기는 하다. 실제 우리 부부는 프리랜서로 지내면서 내려왔다. 잘 찾아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부부처럼 내려와 지내는 사람이 생각보다 있겠지 싶다. 우리 동네만 해도 카페, 빵집을 차린 사람이 있다.
<로컬 지향의 시대>는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한다. 로컬에 정주하는 사람을 늘리기 위한 지방 정부의 노력, 시대적 배경도 잘 설명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아이 키우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 많이 눈에 띈다. 아이를 가졌던 시기, 많은 혜택을 알아봤는데 경기도만 해도 인구가 줄어들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가평군 같은 경우는 아이가 4명일 경우, 4억 원을 지원한다.)
일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일본을 예로 들면 IT시대를 맞아서 로컬에 필요한 회사들이 조금씩 차려진다. 뿐만 아니라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고용이 줄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본은 30년 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일본이 관광업 등으로 조금씩 일어날 기미를 보인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투자, 비행기 값을 내리면서 시작된 일본 관광업의 발전 등 여러 가지가 자리한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일본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고용을 넘어 자기 경영으로 변화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거기에 ‘연대’, ‘사귐의 마을’, ‘마을의 브랜드화’ 등이 함께한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점차 죽어 가는데 비해, 지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뭔가를 꿈꾸게 한다.
이 책은 <로컬 지향의 시대>이지만, 로컬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기술해 놓았다. 2017년 번역되어 나왔으니, 현재 상황과는 잘 맞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변화하도록 했으니.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한다면 도움이 된다. 일본 이야기 거기다 로컬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한국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많은 분석서가 나오고,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일이 있을까를 예상해도 우리 삶에 부딪히기 부족함을 느끼다. 우리 삶에 부딪히는 느낌이 적고, 어쩌면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피해를 덜 본 까닭이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시대를 지나고 나면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대를 ‘지나보내’는 입장에서 <로컬 지향의 시대>를 읽으면서 새로운 꿈을 꾸었다. 로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로컬이 풍성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일이 돈을 남기기보다는 사람을 남기는 사업이 될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의 투자, 여러 가지 꿈,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혹시 지금 시대 이후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이런 질문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코로나19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코로나19이후의 미래를 담고 있는 책이니 읽어도 좋다. 특히, 지방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요즘 아닌가? 무슨 상상을 하든, 지금이 기회다. 재미난 걸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