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9번의 일> 리뷰 by 믹서
자신이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지, 그래서 마침내 닿게 되는 곳이 어디인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거기까지 이르러야만 이 기이한 집착과 이상한 오기를 모두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접이식 사다리를 한쪽 어깨에 멘 채 고개를 쳐들어 선을 살피고, 손에 익은 공구를 쥐고 장비를 다루는 동안 등줄기로 더운 땀이 흘러내렸다. 근육과 관절이 움직이고 낯익은 통증들이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그건 몸이 기억하는 자신의 일이었다.
오랫동안 그에게 회사는 시간을 나눠가지고 추억과 기억을 공유한 분명한 어떤 실체에 가까웠다. 그의 하루이자 일상이었고 삶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친구이자 동료였고 가족이었으며 또 다른 자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들 틈에서 너무나 쉽게 갈등을 만들고, 무엇이 미움과 불만을 부풀리는지 아는 영악하고 지능적인 회사의 실체를 비로소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