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4~6회 리뷰 by 유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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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초자연적 재해로 죽음을 맞이할 때, 사회는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은 시청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드라마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 순간을 1~3회에 그렸고, 사건 이후 종교와 사회 이야기를 4~6회에 담았다. 본 리뷰는 지옥 4~6회를 대상으로 한다.
4~6회는 4년 후, 김정칠(이동희)이 새진리회 의장이 된 다음 이야기가 펼쳐진다. 새진리회의 고지받은 사람에게 죄가 있어서 그렇다는 혐의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신도가 될 정도로 잘 먹혔다. 고지받은 사람과 그 가족을 죄인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었다. '죄인'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힐 때, ‘소도’라는 모임이 그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려 노력한다. 소도 수장은 죽은 줄 알았던 민혜진이다.
배영재(박정민)와 송소현(원진아) 사이에서 태어난 갓난아기가 고지를 받는다. 아기가 고지받은 날, 배영재는 같은 방송국 PD로 일하는 강원준(한우열)을 찾아 나선다. 강원준은 고지를 받았으나, 그 사실을 숨기고 죽으려 한다. 새진리회가 만든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가족이 평생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배영재는 강원준이 죽는 모습을 보게 되고, 소도가 나타나 그 시신을 치우는 현장도 목격한다.
송소현은 고지받은 아기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자신이 죄인을 낳은 것이냐며 눈물도 흘린다. 배영재도 영상으로 찍힌 고지를 확인하고, 소도를 찾아 나선다. 새진리회도 소도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핵심 멤버 두 사람을 찾아 마치 고지 희생자들처럼 태워 죽인다. 다음 날, 송소현은 아기에게 내린 고지 문제로 새진리회를 찾게 되고, 새진리회는 자신들의 교리와 맞지 않는 아기를 죽이기로 한다. 결국, 소도의 도움으로 아기와 송소현은 탈출하고 숨게 된다.
4~6화는 1~3화와 좀 다른 주제가 펼쳐진다. 앞선 1~3회에서 정진수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통해 사람을 선하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면, 4~6회는 정진수가 만든 기회가 지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을 다룬다. 고지를 하늘의 뜻이라 믿는 새진리회와 이 해석에 반대하는 소도 사람들의 대립이 내용의 뼈대를 이룬다. 이 지옥과 같은 현실에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 논리는 무엇일까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1~3회가 ‘미디어가 만든 지옥’을 그렸다면, 4~6회는 ‘지옥이 된 세상에서의 종교권력’을 그린다. 새진리회는 여전히 미디어를 잘 사용한다. 이 부분은 고지를 받은 사람이 도망쳤다가 잡히는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고지를 받은 사람이 시연되는 장면을 새진리회 본부에서 ‘생중계’한다. 정진수가 아이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 앞에서, 김정칠이 무슨 종교의식을 치루 듯 마치 ‘시연’ 당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정진수 그림은 피로 물 든다. 마치 이곳이 지옥임을 연상시키 듯이 말이다.
드라마는, 미디어로 만든 권력이 생각보다 강력함을 잘 묘사한다. 예를 들어, 방송국에서 제작한 새진리회 다큐멘터리를 사제들에게 검사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강원준이 시연당한 어느 낚시터에서, 그를 찾는 경찰들이 사제 눈치를 보는 모습도 나온다. 정부도 시연당하는 자리를 성지화하는데 난감하다고 사제들에게 밝힌다. 다들 한 결 같이 새진리회 사제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굽신’ 거리는 모습이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지옥에서 종교권력이 제대로 먹히는 장면이다.
미디어로 잡은 권력은 언제고 무너질지 모르는 유리 성벽과 같다. 불리한 증거가 나오면 의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적어도 새진리회의 교리가 깨지는 고지가 내려온다면 그렇다는 의미다. 새진리회 고위 사제들이 모여 배영재·송소현의 아기에게 내린 고지를 해석하려 대화하는 모습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 아기에게 고지가 내린 장면을 확인하는 순간, 짧은 대화가 나온다.
원죄를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게 편하고 좋아요.
안돼요. 원죄를 주장하는 순간 기독교와 무엇이 다르냐는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새진리회는 세상을 정의롭게 만들자고 조직된 단체다. 적어도 이들의 등장은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2대 의장 자리에 앉은 김정칠은, 3회 마지막에서 ‘자신이 이 단체를 강력하게 끌고 갈 것’이라 이야기한다. 주어진 종교권력과 막강한 힘을 누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종교권력인 된 김정칠이 유지 사제(류경수)에게 무슨 일을 하든지 죄를 사한다고 외치는 장면에서 확인 가능하다. 무척 어색한 장면인데, 김정칠도 새로 만들어 보라고 다른 고위 사제들에게 말한다. 원래 종교의식이 없던 이들이 의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모습이다. 그리고 종교권력으로 재탄생했지만, 아무런 힘이 없음을 인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죄를 사하여 줄 능력이 없는데, 이를 억지로 해야 하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볼 수 있다.
김정칠 의장에게 축복을 받은 유지 사제는 소도도 소탕해야 하고, 송소현과 배영재의 아이도 처리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 화살촉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들을 이용한다. 사제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지만, 김정칠이 준 면죄부가 그런 생각을 배제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유지 사제와 화살촉은 소도의 핵심 멤버 두 사람을 죽인다. 마치 ‘신벌’을 내리듯 고지받은 이들처럼 산 채로 태워 죽인다. 사람들은 화살촉의 이런 행위에 경악한다.
송소현·배영재의 아기를 처리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이 아기의 시연이 송출되면 모든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송소현·배영재는 민혜진과 함께 숨기로 한다. 여기서 다시 미디어가 움직인다. 개인방송이기 하지만, 화살촉의 수장이었던 이동욱(김도윤)이 나선다. 이동욱도 몇 년 전, 고지를 받았다. 방송을 마친 순간 천사가 나타나 고지를 내린다. 몇 년 후에 죽게 되리라는 고지였다. 그 고지 후, 그는 방송에서 도망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만큼 큰 죄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동욱은 처음에 아기를 구원자, 자신의 죄 없음을 나타내 주는 희망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고백은 얼마 가지 않는다. 그도 고지의 요점을 헛갈려하데, 자신의 시연 시간과 단 5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김정칠에게 전화를 거는데, 김정칠은 그를 신의 실수를 덮을 메시아로 칭송한다. 아기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김정칠의 술수였다. 확신에 찬 이동욱은 아기를 죽이기 위해 달려간다. 이런 행위도 고지를 해석하는 종교권력의 모습이다.
결국, 모두가 이 지옥 속에서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다. 고지를 받은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해야 한다. 최고 정점에 서 있다고 생각했던 새진리회 역시 고지받은 사람 때문에 휘둘린다. 결국 아기의 시연 장면은 방송되지 못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동네 주민들이 본다. 자리에 있던 유지 사제는 새진리회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폭행하게 되고, 함께 온 경찰에게 체포되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미디어가 만든 지옥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 보겠다. 배영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배영재는 그저 소도와 아기가 연결되도록 하는 역할에만 그친다. 이야기에 영향력이 미미한 주연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오히려 비중이 작은 조연의 역할이 더 빛난다. 이야기는 배영재를 따라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배영재를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실 배영재는 조연으로 역할을 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배영재·송소현은 소도의 말에 따라 아기의 시연 장면을 중계하기로 한다. 오히려 여기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동욱이다. 이동욱은 아기를 죽이기 위해 다시 화살촉으로 움직인다. 중계를 위해 이동하려고 할 때,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온 소도 사람들을 죽인다. 배영재는 여기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생각해 보라. 주연 배영재의 무엇이 떠오르는지. 주연에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았다.
지난 리뷰에서 언급한 설정 붕괴는 이 부분에서도 보이는 느낌이다. 우선 아기가 아니라, 그 부모가 죽는다. 고릴라 3인방이 등장해 아이를 태워 죽이려 하는데, 송소현·배영재가 아이 대신 죽는다. 그리고 3인방은 아기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심지어 드라마 마지막에 3화에서 죽은 박정자가 부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옥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냥 시즌2를 만들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이것도 요즘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