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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쌤 Sep 22. 2022

Call me by???

내 이름을 불러 줘~

대체 어떻게 불러야 하지???
'xomikamonroe'



새로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과 연결되고 수업이 예약되면 간단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이름, 국적, 직업,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 등등...  첫 수업을 준비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을 그들의 반짝이는 색색의 눈동자를 상상하며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본다.

마이크, 루이자, 지나, 헤더, 데이브....

외국 이름이지만 그다지 낯설지 않고, 부르기 어렵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난이도 상'인 이름을 만났다.

'xomikamonroe'

"에고 고고고. 조미카몬로일까? 쏘미카몬로일까? 암튼 길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드디어, 첫 시간! 늘 하던 대로 자기소개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미카입니다. 저는 미국 사람이에요"

(휴~. 그럼 그렇지. 역시 애칭이 있었구나. 미카!)

"미카 씨, 만나서 반가워요. 제 이름은 백 oo이에요. 앞으로 저를 '백쌤'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러 주세요."


Don't Call Me by My Name!

이쯤에서 선생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고 한 마디.

"한국에서는 친하거나 자기보다 어린 사람은 OO 씨 하고 부르지만 그 외에는 이름을 잘 부르지 않아요."

"??????"

 이렇게 말을 한 후에는 혹시 'why not?이라는 질문이 이어질까 봐 얼른 설명을 마치고 다음 진도를 나가 버리곤 한다. 그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피소드 1
얼마 전에 전 부하직원이 자신을 전직 장관인 자신을 감히 OOO 씨라고 불렀다고 해서  '용기가 가상하다'며 일침을 가한 일이 있었다. 그 후에 그 전 부하직원이 장관이 되어 서로를 어떻게 칭해야 하는 지를 두고 누리꾼들이 갑론을박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에피소드 2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외국 여성이 물었다.
"저보다 한 살 아래인 손아래 시누이와 그 남편하고 친하게 지내는데, 그 두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돼요?"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른 한국의 관습적 호칭은,  손아래 시누이는 '아가씨', 남편은 '서방님'임을 알려준 주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덧붙였다.
1) 가능한 직접 부르지 말고 꼭 필요한 때는 눈짓 등으로 대신할 것
2) 서로 상의한 후 동의한다면 'oo 씨'라고 부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집안 어른들께도 양해를 구할 것.

아무리 관습이라지만 한국 사람인 나도 선뜻 나오지 않는 '아가씨'나 '서방님'을 옳은 호칭이라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 나만의 모범답안?을 만들어 버렸다.
에피소드 3
영국의 한 가족이 저녁식사에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그 자리에서 큰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폴~'하고 다정하게 부르는 것을 보고 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내 남편이 몹시 언짢아한 적이 있다.  
"아니, 시아버지 이름을 어떻게 그렇게 거침없이 불러?"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작 시아버지 폴은 젊은 며느리가 격의 없이 자기를 대하는 것이 귀여운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던데.




몇몇 회사에서는 요즘 팀장님, 부장님 대신에 철수님, 수지님처럼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그깟 호칭 좀 바꾼다고 뭐 달라지겠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직급과 서열에 갇혀  표현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사고가 좀 더 자유롭게 표출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후배들이 여전히 전 직급으로 자신을 부른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도록 해보자. 사회적 역할과 지위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모습과 정체성이 오히려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붙는 행위(naming)를 '짓다'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밥'을 짓고 '노래'를 짓고 '시'를 짓고 '미소'를 짓는 것처럼 좋은 의미와 바람을 담고 듣기 좋은 소리를 생각해 이름을 짓는다.  아이는 그 이름을 수만 번 듣고 자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남미의 작은 나라에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xomikamonroe'는 미국 시민이 되어도 나이가 들어도 평생 같은 이름으로 불리면서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이름은 너무 일찍부터 잊혀 가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제 나는 내 이름을 찾을 것이다.

내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나도 너를 네 이름으로 부를게.

 

Call Me by My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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