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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 일 하시네요 Feb 15. 2022

04 활동가 잡담회 1편:코로나 2년, 본질을 고민하다

이 시국 활동가; 코로나 시대, 국제개발 활동가의 일



‘코디네이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원격 모니터링만 가능한 상황에서 수준 높은 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했죠.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기획된 <이 시국 활동가> 시리즈는 오미크론 변이로 일일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서는 시점에 마무리하게 되었다. 아직은 과거형이 되지 못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놓지 않고 가져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지 중간급 이상 활동가 4명과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보았다. 



좋은 일 하시네요: 오늘 이렇게 네 분 함께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신유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국제개발협력본부 국제 기획&옹호팀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신유나입니다.  


김광훈: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부 사업2팀에서 팀 업무 총괄과 네팔 국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광훈이라고 합니다. 저희 팀은 네팔, 말라위, 케냐 3개 국가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장애 중점적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박희영: 컨선월드와이드 국제사업부의 박희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팀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 잔잔바리로 다 관여하고 있고요(웃음). 에티오피아, 케냐, 방글라데시 세 개 국가에서 농림수산 역량 사업, 기후변화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고, 부서의 전략 계획 같은 분야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진원: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에 서진원입니다. 지역개발팀에 소속되어 있고, 농촌개발 ODA 사업들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요. 작년 2월부터 현재까지, 각자의 업무나 사업에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광훈: 국제개발사업에서 사업 국가와 지역의 맥락적인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사업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가 터지고부터는 매일매일 코로나 관련 정부 방역지침이라든지 확진자 수 추이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사실 감염병 등 환경적 변화들을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사업의 여러 가지 요소에 반영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그 전에는 그렇게 못하지 않았었나 싶어서 좀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고요(웃음).  


신유나: 제가 작년 6월에 육아휴직에 들어갔었는데요. 그때만 해도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어서, 신규 사업이나 새로운 시도들은 잠깐 홀딩하고 우선 코로나19 대응에 무게 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인수인계를 했던 게 기억나요. 그런데 올해 7월에 복직을 했는데, 내가 인계했던 업무가 다시 나에게 돌아왔네? 마치 인터스텔라처럼?(웃음),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 속에서 살고 있는 거죠. 이제는 미룰 수 없다, 이 상황 속에서도 해야 할 일들을 하자 이런 분위기로 갔던 것 같아요.  



좋은 일 하시네요: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가 점차적으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변화됐던 것 같아요. 김광훈 님 말씀처럼, 저 역시도 사업 활동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학교는 열었는지, 모임은 몇 명이 할 수 있는지, 지역 이동제한 조치는 어떤지 등등 정책을 계속 모니터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분들은 좀 어떠셨어요?

 

서진원: 작년에 코로나 상황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올해에는 그 사업을 관리하는 실무자로서 느끼는 점들이 있었어요. 코로나로 현장에서의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한국에서 현장으로 사전조사를 갈 수 없었고, 현지에서도 예년에 비해 1차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사업이 선정되고 올해 착수를 했는데, 계획했던 사업 내용과 실제 현장 상황이 다른 것들이 있는 거예요. 세부적인 상황들을 파악하는데 부족했던 점이 있고, 환율이나 물가 변동의 폭도 너무 컸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 기획된 사업을 현장에서 수행할 때에 한계를 많이 느끼실 것 같아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더라고요. 


박희영: ‘코디네이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한 해였던 것 같아요. 현장에 가서 사업 이슈를 논의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또 현지에 있는 동료들과 교감하면서 동료애를 가지고 사업을 끌어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지난 2년 동안을 그런 부분들이 중단됐으니까요. 원격 모니터링만 가능한 상황에서 수준 높은 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했고요. 저희는 주로 코이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존 사업의 경우 사실 사업 진행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올해 착수한 신규 사업의 경우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현지는 코이카 사업 (지침 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착수 시점에서 서로 협의하고 서로의 이해를 맞추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데, 현장 스텝들이 재택근무를 하면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아) 논의도 어려웠고요. 현장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같이 이해하면서 발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어렵더라고요. 동시에 데스크 업무를 하고 있는 실무자로서는 가끔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요(웃음). 우리의 역할은 뭘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안전에 대한 거였는데요. 실제로 현장의 동료들이나 주민 분들이 코로나에 감염된다거나 지역 상황이 나빠져서 급변한다거나 하는 소식을 들으면, 회사원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그 와중에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하니 그 감정과 업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게 어렵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희영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됐고요(웃음). 저 역시도 작년에 사업을 기획해서 올해 착수한 사업 담당자로서, 진원님이 해주신 이야기들이 정말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아까 진원님 말씀 중에 잠시 나왔지만, 한국인이 지부를 운영하는 기관과 현지 파트너십(지부의 리더십을 현지로 이양한 것 포함)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 간에 코로나 상황에 대응하는 양상이 달랐을 것 같아요. 지부를 운영하는 기관의 경우, 팬데믹 초기 한국인 인력의 임시 귀국이 있었는지, 이로 인해 현지 사업과 사무소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서진원: 코로나 초기에 파견직 분들이 일시 귀국하셨다가 재파견되기까지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렸던 것 같아요. 사업 진행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부분들은 미리 변경하고 조정했었고, 사업의 목표도 하향 조정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활동이 지연되거나 활동 일부가 취소된 경우들도 조금씩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치명적으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하향 조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웠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파견직 채용이 어려워졌다는 거였어요. 지원자분들이 조금씩 있긴 했지만 적임자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같은 포지션을 여러 번 재공고를 할 정도로 채용이 어려웠는데 코로나만 그 유일한 원인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팬데믹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저도 여러 기관에서 채용공고가 같은 포지션으로 계속 올라오는 걸 봤었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자격 요건이 되는 분들이 파견을 꺼려하셔서 채용이 어려워진 걸까요? 아니면 기관에서 원하는 요구조건들이 더 높아져서 그런 걸까요?  


김광훈: 저도 사실 궁금한데요. (웃음) 저희도 지부 사업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파견 직원을 계속 채용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보다는 그 이전 어느 시점부터 해외 파견직 지원자가 확실히 줄어든 걸 체감하고 있어요. 2018년쯤으로 기억하는데요, 그즈음부터 적격자가 많이 없다는 걸 느꼈고, 코로나 터진 후로는 재공고를 몇 번 낼 정도로 해외 파견직 채용이 어려워졌어요. 


박희영: 조심스러운 가정이긴 하지만, 신입 급의 경우에는 개발협력 엔트리 단계에서 택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다양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NGO 봉사단이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더 다양한 포지션들이 있으니, NGO를 통한 해외 파견에 대한 관심이나 매력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좋은 일 하시네요: PM 같은 미드 커리어의 경우에는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어요. 중간급의 경력자들이 파견을 가야 한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김광훈: 한국에서는 신입을 뽑아서 연차에 맞는 업무를 주면서 사람을 키워나갈 수 있는데, 현장에서는 PO라 하더라도 (현장 관리자로서 바로 업무를 하기 위해) 최소한 갖춰야 하는 역량이 있잖아요. 이런 기준에 적합한 지원자를 찾으려고 하니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도 이런 부분을 해결하고자 본부에서 파견을 가고 파견 직원이 또 정규직으로 본부에 들어올 수 있도록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인사팀과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파견직과 관련한 이야기가 너무 재밌지만, 기회가 되면 좀 더 길게 나눠보도록 하고요(웃음). 이제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밀알 같은 경우는 현재 구조가 파트너십인가요 지부 체제인가요?  


김광훈: 저희 기관은 (파트너십과 지부 체제가) 혼재되어 있어요. 네팔은 완전히 파트너십으로 로컬 파트너 기관과 코이카 사업을 5년째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저는 지부 사업만 맡고 있다가 하필 작년부터 파트너십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지금 예산집행률 때문에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데요(웃음), 결국 해결은 잘 되었습니다. 물론 어렵긴 했지만, 파트너십으로 하는 국가와 지부 사업장 모두 올해 신규 사업이 아니라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했고, 장기근속하는 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해도 해야 될 일들은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구조였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지치고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사업 관리나 성과를 달성한다는 측면에서는 결과적으로 아주 큰 변화는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활동가 잡담회, 2편에서 계속됩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vol.2

이 시국 활동가; 코로나19 국제개발 활동가들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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