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향일기 #4
이번엔 제대로 작정을 했다.
제주도 맛집 먹투어.
내가 맛있는걸 먹어야 했다기 보단,
VIP 고객님들을 맛집으로 모셔야 했다.
멀더의 어머니와 동생 부부, 그리고 그들의 외동딸을.
며느리, 새언니, 외숙모인 내 모습보다
제주도민으로의 내가 더 어색한다는걸 그분들은 몰랐다.
20년 전에 섬을 떠나온 제주도(무식자) 며느리는,
가이드가 가족들의 기대에 못미칠까 두려워
헐레벌떡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마침 얼마전에 제주도에서 가족여행을 하고 온 Y의
디테일한 먹거리 정보도 입수했다. 준비는 완벽했다.
그리고 우리의 먹투어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feat.
제주시 [삼보식당] 전복뚝배기&고등어조림
제주시 동문시장 [진아떡집] 오메기떡
동문시장 [서경수산] 천혜향 수제 아이스크림&우도 땅콩 수제 아이스크림
표선 [백사장 횟집] 모듬회&고등어회&홍합탕&지리탕
표선 [고래라면] 해물라면&문어라면
제주시 [다미정] 흑돼지
제주시 [국수마당] 고기국수
제주시 [어머니와장독대] 묵은지 김치찜
서귀포 [네거리식당] 갈치조림
제주시 [상춘재] 꼬막비빔밥&문어비빔밥
제주시 동네마트 한라봉)
환갑여행 대장정은 이박삼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는데
왜 나의 먹투어는 현재까지 종영이 안되고 있는 것인가.
제주도 일주일째,
서서히 얼굴의 주름이 펴지고
눈이 더 작아지며
동시에 반지까지 작아지고
허벅지가 부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젠 제주도에 사는 고딩시절 친구와 많이 걷기도 했는데.
다행이다.
나는 제주 흑돼지 '건강한'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