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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Feb 27. 2017

sewing29_비오는 날의 '드드드'

The story of Studio29 #31

작업실로 들어서는 길이 유난히 반가웠다.

비오는 길을 이십분이나 걸었다.

엊그제 주말에는 봄이 살랑거렸는데

오늘은 비바람을 뿌리며 쌀쌀맞게 군다.


도무지 날의 기분을 짐작할 수 없는 도시,

상하이는 여전히 밀당의 고수다.

장화를 신고 걸어와 빗방울을 머금은 

노오란 꽃을 바라보고 있자니

짧은 순간 그 옛날의 어린이가 된다. 

요즘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 꽃은 겨울내내 노오란 봉오리였다.

조그만 입으로 짙은 향기를 뿜어내며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던.

너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늘 봄이었구나.


J가 클래스 준비를 하고

내가 밀린 페이퍼 워크를 하는 동안

Y가 미싱을 돌린다.


재봉틀이 움직이는 소리는 지금의 우리를 닮았다.

드드 드드드 능숙하게 이어지는 사운드가 아니다.

드드드. 조금 쉬고. 드드드. 조금 멈칫. 드드드. 드드드

어딘가 조심스럽고 어딘가 미숙한 소리.

지금의 우리가 그렇다.


누군가는 처음 하는 낯선 일들에

누군가는 처음 사는 낯선 도시에

어딘가 조심스럽고, 어딘가 미숙하지만

끊이지 않고 드드드 나아간다.


Y의 미싱질처럼.

조금씩 조금씩.


퇴근후 회의를 위해 달려오는 V가 

작업실에 도착하기 전에

샘플 가방이 완성되었다.


비오는 날의 드드드 소리를 품은

느낌 충만한 스트라이프 백이었다.




2월 22일.studi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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