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Studio29 #30
오전부터 원단시장을 다녀왔다.
전철을 타고, 걷고, 다시 버스를 타는
한시간 거리의 캔버스 원단시장.
보통일이 아니다.
원단시장만 가면 이상하게 기운이 빠진다.
오늘은 예쁜 린넨 가게를 몇군데 발견해서
린넨천 몇미터를 더 사왔더니
짐도 몸도 너무 무거웠다.
택시가 우리를 살렸다.
작업실에 도착하자 두시가 다 되었다.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는 K와 J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녹으면서 괜히 투정을 부리고 싶어졌다.
너무 힘들고
너무 배고팠어.
언니 배고프지? 내가 점심해줄게
어제 남은 식재료가 있어. 여기 조금만 앉아있어봐봐.
너는 천사였을까.
수호신이나 도깨비.
아니면 마니또?
K의 요리솜씨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 스피드를 장착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게스트로 초대된 기분.
나는 그녀에게 매번 별을 달아주고 싶다.
간이 딱 잘밴 버섯볶음에 매운 고추를 넣었다.
내 주문이었다.
매운 고추를 더 넣어줘.
나는 더 행복해졌고, Y는 더 땀을 흘렸다.
Y가 빼놓은 고추를 내가 다 집어먹었다.
행복이 두배로 올랐고 콧구멍이 두배로 커졌다.
맛있는걸 먹을 때의 내 콧구멍의 변화를
최근에 J가 알려주었다.
K가 아쉽게도 먼저 떠난뒤,
린넨 원단을 늘어놓고 회의를 시작했다.
린넨은 블루 둘, 민트 하나
도톰한 스트라이프 캔버스 원단 하나
상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조합이다.
빨리 모두 완성해서 어깨에 걸고
봄볕을 맞고싶은 아이들이다.
Y가 직접 샘플링을 해보기로 했다.
요즘 Y의 손재주가 부쩍 늘었다.
기특한 파트너다.
요즘 작업실의 우렁각시,
J가 갑자기 상큼한 아이디어를 냈다.
발포비타민을 넣은 레몬 소다수.
스파클링 워터에 발포비타민과 레몬을 넣으면
아샤샤샤샤 소리를 내며 상큼함이 터진다.
한모금 마시는 순간
사춘기 소녀가 훈남 성당 오빠를 마주친것처럼
피부가 파르르 떨린다.
그리고 J는 상큼한 아이디어를 하나 더 냈다.
저녁에 만나기로한 내 친구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겠다는.
센스는 뛰어났고
꽃다발은 우아했고
그녀는 예뻤다.
그 어느날보다도.
그 밤에 꽃다발을 받은 내 친구는
너무 예쁘다!를 약 23번 내뱉고
집에가서 꽂꽂이 인증샷까지 보내왔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2월 21일.studio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