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Studio29 #29
K는 몸살에 걸렸다.
3주간의 빡센 서울 /교토 일정이었는데다
두 도시 모두 상하이 보다 10도 이상 추운 도시였다.
그러나 내가 작업실에 도착했을때
정원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감기의 그늘없이 매우 환했다.
우리는 3주 만에 만났으니까.
마침내 그녀가 돌아왔다.
K가 교토에서 Y의 그라인더와 드리퍼를 사왔다.
커피 빈을 넣어 직접 돌리는 손맛이 좋다.
보기도 좋다. 이런 그라인더는 널리고 널렸는데
한끗 차이로 남들과 다르게 예쁘다.
가만히 앉아 원두를 갈고
조심스럽게 드립을 하는
일본인 여자를 떠올리게 한다.
카모메 식당에서 쓸것만 같은.
내 선물은 조그맣다.고 했다.
크지 않은 봉투에 귀여운 편지를 써붙였다.
그 안에 내가 좋아할만한 아이템을 총총총 담았다.
그녀답다. 조그만한것 하나에도 큰 센스를 발휘했다.
봉투 안에 들어있던 것 중에서
완전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고양이 다이어리.
얇고 핸디해서 좋기도 한데 무엇보다도 종이의 퀄리티.
J의 선물은 아오야먀 꽃집의 꽃가위였다.
그녀의 편지처럼 '꽃다발같은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하나 하나도 예쁜 꽃이지만
다발로 뭉쳐서 더 아름답기를,
우리 모두에게 꽃다발 선물같은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와 함께 교토로부터 예쁘고 가벼운 머그잔도 왔다.
뭐랄까. 도톰하고 부드러운 잔의 끝부분 때문인지
입술의 그립감이 좋달까.
머그잔에 괜히 His.Hers.가 쓰여진게 아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녀가 솜씨를 발휘했다.
콩나물밥과 버섯고추 볶음.
이건 정말 밥해준 고마움 때문이 아니다.
어찌 볶음 하나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건가.
심지어 양념장 하나가 어찌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가.
정말 그녀가 돌아왔다.
오랜만의 점심만찬 후 K는 새 드리퍼로 커피를 내렸다.
심쿵한 커피향이 그라인더 밖으로 새어나왔고
곱게 갈린 원두를 꺼내자 이내 향이 폭발했다.
그라인더에 코를 박고싶었다.
K가 커피를 드립하는 동안
J는 모카포트로 아포가토를 만들었다.
요즘 J의 핫 아이템이자 홀릭 아이템인데,
그녀 덕분에 우리는
원데이 원아포카토를 실천하고 있다.
아침부터 꽃시장에사온 귀여운 꽃의 이름은
'퐁퐁'이라고 했다.
퐁퐁이의 흰 마스크를 벗기자
앙큼하고 탱탱한 것들이 튀어올랐다.
맛있게 보이는건 배 싸개같은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올려질 센터피스였다.
꽃다발에 샐러리와 레몬을 믹스하는건
왠지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올려진다고 상상하니
아름다우면서 식욕까지 돋워주는
똑똑한 아이디어였다.
레스토랑의 사장님이 무척 좋아했다는 말을 들었다.
돈 많고 여러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인 여자라고 했다.
너무 바빠서 미팅 시간도 너무 짧았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이쁜 꽃을 알아보는 감각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