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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29. 2017

recycling29_그냥 버려지면 안되는 것들

The story of Studio29 #37

전날 J에게 몇가지 제품을 부탁했다.

사실 J는 '이쁜 것들'계의 맥가이버라서

어떤 것이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이야기하면

무엇이든 나오고야 만다.


주문한 내용은 이랬다.

먹고 버리는 캔으로 이쁜 캔들을 만들어줘.

그 캔에다 선인장도 심어봐줘.

나는 꽃보다 나무가 더 좋으니

나뭇가지로도 캔들을 만들어줘.

'벌집 모양의' 천연 캔들도 만들어줘.


네. 해볼게요.

라고 무심히 대답하는 그녀가  대단한건

그것이 결코 무심하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떠난 작업실에서  

풀떼기, 나뭇가지, 먹다버린 캔, 천연 왁스와

밤새 씨름하고 있을 그녀이기 때문이다.


내가 늘,

이건 또 왜만들어? 라고 물으면

궁금해서요.라고 대답하는 그녀다.

'손으로 예쁘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평생 놓치않기 때문에,

그녀의 손에서 태어나는 것들은 

늘 사려깊다.

작업실에도착했을 때 그녀는 없었다.

밤새만든 작업물과 그녀의 메모 한장이

예쁜 한지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우리 나뭇가지 주으러 공원가요.했을때

나는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저렇게 따뜻한 캔들을 만들려고.


언니, 우리 먹다버린 캔에 다육이 심어요. 했을때

그게 과연 예쁠까. 생각했는데

저렇게 센스있는 화분을 만들려고.

예뻤다. 그녀가 꽃을 정리하고 남은 

잔나뭇가지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것들은 더 조화롭게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저녁 드시고 가실래요?' 했을때

나는 결코 이런 식탁을 상상하지 않았다.


닭도리탕이라니. 왕계란말이라니.

작아보여도 사실 저 웍은 6~7인용이다.


얻은게 많은 하루였다.

버려지는 것들로 예쁜 캔들과 화분을 얻었고

해외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매콤 닭도리탕까지 뱃속에 한가득.


세상에 그냥 버려지면 안되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우리 세명은 닭도리탕을 한 톨도 남김없이

깨끗이 해치웠다.


아름다운 날.

지구에게 유익한 날.

배부른 날.

오늘도.



3월 17일 @studi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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