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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Mar 29. 2017

commune29_교감하는 시간들

The story of Studio29 #38

상하이의 마켓들은 흥미롭다.

(물론 나로 말하자면) 살 건 없다.

정적 흥미로운 이유는 따로있는데,

세계인들의 취향들이 제각기 널려있기 때문이다.


유럽 셀러들의 상품과 미국 셀러, 동남아 셀러,

중국인 셀러들의 상품들이 각자 취향대로다.

상하이에 사는 외국인들은 유럽의 수제 식품들을

이런 마켓에서 구하고,

상하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한쪽에선 스페셜티 커피와 수입 맥주를 팔고

다른 한쪽에선 중국 전통 조명을 판다.


동서양에서 온 낯선 것들이,

상하이 어느 하늘 아래서

'commune'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코뮨마켓'은 상하이에서는 나름 이름있는 마켓으로

이곳의 외국인들은 코뮨마켓이 열릴때마다

'그 옛날 시골에서 10일장 보름장이 열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모여든다.


이번에는 '안녕, 봄!' 테마의 코뮨마켓이

내가 좋아하는 프랑스 조계지의 어느 길에서 열렸다.


함께한 이는 작업실 멤버 J.         

봄비가 내리는 촉촉한 날이었다.

['Hello Spring' Commune Market]

비오는 일요일에도 마켓은 붐볐다.

동양인지 서양인지 알 수 없는 

모든 것이 묘하게 혼재된 분위기가

영락없이 '상하이 스타일'이다.

프랑스식 쿠키, 독일식 파이, 이태리식 가죽제품,

중국식 다기세트가 늘어선 매대위로 흐르는

상하이스타일의 에너제틱한 공기와 음악.


우리는 어쩌면 그 분위기를 느끼려고

그곳에 가곤 한다.

낯선 땅에서 낯선이들이 한가득 모여

하나의 공동체(commune)가 되는 기분.


나는 여전히 살게 없다.

유럽의 음식은 입에 맞지 않고,

미국의 옷은 몸에 맞지 않고,

너무나도 중국스러운 제품은

취향에 맞지 않다.

나는 외국에 살아도 여전히 촌스럽다.

그 중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은 중국식 조명.

밝기도 3단계 '터치'로 조절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건 나의 '예산'에 맞지 않는다.

예쁘고 비싼 조명.

상하이 패션 디자이너의 스트라이프 봄 셔츠 

하나를 건지고 뿌듯하게 나오는 길,

밖은 여전히 봄비가 한창이었다.


함께간 멤버와 낭만적인 커피 타임을 즐기기로 했다.

더군다나 그 길은,

프랑스 조계지 중에서도 매우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후난루湖南路'다.

이 길의 낭만에 한 몫 거드는 카페.

봄 햇살이 시작되면 

이 길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끝내 앉히고야 말 노천 테이블.

J와 함께 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오랫동안 비를 바라보았고,

요즘 쌓였던 불안과 긴장을 

내리는 비에 흘려보내기도 했고,

커피와 팬케이크로 

마음을 달게 만들기도 했다.


비오는 상하이에서 

레인부츠를 신고

기분 좋은 이와 

비오는 평지길을 

오래 걷는 기분을

나는 아마 늙어 죽을때까지

이야기 할 것이다.



3월 19일. Studio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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