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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Jan 26. 2019

상하이 'wework' 이곳저곳 일해보기

일주일간의 상하이 wework 투어

2년 전 wework에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몰랐다. 공유 오피스라는 것에 대해. 그저 다른 회사와 사무실을 공유하는 비즈니스라고만 생각했다. 공유 오피스의 가치 창출에 대해서는 그곳을 방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상하이 어딘가에 너무 멋진 공유 오피스 사무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경을 하러 갔었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2년 후 내가 여기서 일하게 될 줄은.


2년 전에는 위웍에 들어오는 대신, 여러 친구들과 모여 공동 작업실을 만들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 되었고, 1년 후 작업실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난 1년 다른 브랜드의 공유 오피스를 이용했고, 그 후 여러 가지 운이 겹쳐 마침내 위웍의 멤버가 되었다. 가장 큰 공은 역시 10년째 함께 사는 분.


'wework China'는 작년에 중국의 최대 공유 오피스 브랜드 'Naked Hub'를 인수해서 몸집을 더 크게 불렸다. 위웍의 지점은 더 많아졌고, 신규 지점들도 부쩍 늘어 상하이에는 약 35개의 위웍이 생겼다. 요즘 중국 경제는 주춤하고, 스타트업하는 이들도 이전보다는 부쩍 줄었지만 여전히 상하이는 비즈니스가 끓어 넘치는 도시인가 보다.



새해가 되어 새로운 기운을 받기 위해, (물론 내게 주어진 이달의 포인트가 곧 있을 한국 방문으로 소멸되는 것

이 아쉽기고 하고) 내가 소속된 지점 이외의 시내 곳곳에 있는, 새로운 위웍 지점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한국 가기 전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곳씩.


wework 앱으로 다른 지점에 부킹 할 때는 1포인트가 차감되고, 날짜를 지정해서 예약하면 확인 메일이 온다. 


월요일의 wework [Nanjing xi lu 南京西路]점

위웍의 로비층에서 예약 확인 메일과 ID카드를 보여주었다. 친절하게 시설을 안내해주는 직원분들, 들어서자마자 벽면 가득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웬만한 카페들보다 더 좋은 인테리어, 업무 능력은 모르겠고, 업무 의욕은 확실히 높아질 것 같다. 

  

볕 좋은 자리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분위기를 잠시 즐기다 바로 일을 시작했더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결국 다른 층은 가보지 못했다. 보통 위웍은 빌딩의 3~4개 층을 쓰는데 사무실이 많은 층이 있고, 공용공간이 넓은 로비층이 있다.

키친에는 생맥주와 상하이의 유명 카페 브랜드 'seesaw coffee'의 커피, 각종 차들이 마련되어 있고 모두 무료.
위웍에서는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를 쓴다고 하니 맛보다는 (맛도 기본은 하지만) 좋은 의미로 마시자!
1~4명이 '프라이빗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좌석. 저 자리에 앉고 싶지만 역시 좋은 자리는 얼리버드의 것.
난징시루 대로변의 풍경과 낮의 햇볕을 한가득 품은 창가. 데스크에 앉아있다가 가끔씩 멍 때리고 싶을 때 좋은 곳.
공용데스크의 내 자리. 위웍에 오면 너무 좋은 게(당연하게도) 콘센트가 모든 자리마다 넉넉하게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있는 지점의 화장실은 '남녀공용'인데, 헐리웃 스타일인지 '남녀공용' 화장실에서의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도 한다. (예전에 좋아했던 미드에서도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많은 재밌는 이야기가 생기곤 했다.) 하지만 나는 남녀가 유별한 스타일이라 할리우드 스타일이고 뭐고 '여자전용'이 좋다. 다행히 이 지점은 '여자 전용 화장실'


* 난징시루 지점의 총평: (공용 데스크만 쓸 수 있는 입장으로선) 로비층의 공용공간이 밝고 시원하고 여유롭다. 촘촘하게 다양한 기능의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지하철 2,12,13호선 바로 옆이라 교통이 좋고, 무엇보다도 '난징시루'라는 로케이션의 상징성이 있다. 



화요일의 wework [weihai lu 威海路]점

상하이 전통 건축물(스쿠먼 방식)에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접목하여 상하이의 전설적인 오피스가 되었다.

상하이 위웍 중에서 가장 유명한 지점이다. 올드 상하이의 건축 스타일과 유럽 인테리어 감성이 조화롭게 섞여있다. 2년 전 내가 방문했던 곳이고, 위웍에서 일하는 꿈을 가지게 된 곳이다. 태어나 직접 본 사무실 중에서 가장 예뻤다. 2년 전 방문자였던 내가 여기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일하고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게 될 줄이야.

공용 공간의 벽 쪽에는 다양한 사진과 그림이 전시 중이다
이곳 인테리어의 정점은 역시 계단
함께 간 친구의 '필름 앱'으로 분위기가 더 살았다
시그니처 계단 아래엔 웬만한 카페보다 예쁜 키친이 있다. 커피를 직접 내려마시는데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늘 하던 스터디인데도 여기서 하니까 왠지 설레고.
저녁 6시가 되자 지구촌 여행을 소개하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저녁이 되자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올드 상하이의 앤틱한 분위기로 바뀌어 보이는 매직.

스터디가 끝나고 친구가 떠난 자리에서 혼자 일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창으로 저녁이 이미 내려앉았다. 문득 방문자에서 회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너무 유명하고 예쁜 오피스인 게 문제랄까. 1층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투어 손님들이 있어 (나도 2년 전에는 그들 중 하나였다) 공용 데스크에서는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어느 지점이나 투어 손님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지점이 유난히 유명하여, 패키지 관광객처럼 단체 외부인들이 쉴 새 없이 들이닥쳤다. 어딘가 마음이 불안하고 어수선했다. 유명 관광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심정이 그런 걸까. 물론 공용 데스크가 아니고 사무실 회원이면 상관없다.


*웨이하이루 지점의 총평: 역시 전설은 전설이고 상하이 위웍의 대표 지점이다. 여기서 일한다는 상징성도 있을 테다. 하지만 역시 내가 좋은 건 남도 다 좋아서 관광지화 되어버린 것은 매우 아쉽다. 내 포인트를 써서 가끔씩만 방문한다면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요일의 wework [One ITC (huashan lu) 华山路]점


내가 살고 있는 쉬자회이徐家汇에 위치한 곳이다. 새로 오픈한 지점이기도 하고 집에서 걸어올 수 있는 거리라서 와봤다. 듣기론'사무실 임대'로는 가장 인기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 

이 동네에 새로운 쇼핑몰과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공사를 할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여기였다.

큰길에서부터 위웍으로 가는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에서 '지하철 게이트'같은 곳을 먼저 통과한다. 멤버십 카드를 지하철 게이트처럼 탭하고 입장. 엘리베이터도 카드를 대야 한다. 보안이 매우 좋다.


공용공간이 있는 9층을 제외하고는 6~8층의 공용공간은 매우 작다. 9층의 공용공간도 다른 지점에 비해서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지점에 비해서 보다 더 '회사'같다. 외부인이 적어서 그런지 안에서는 집중이 더 잘된다.

*모델 에이전시가 모여있어 멋진 언니 오빠들이 많이 드나드니 뜻밖의 눈호강. 

공용 공간이 아담해서 그런지 키친도 카페보다는 친구 집 예쁜 주방 같은 기분.

조용해서 집중이 잘 되다 보니 금세 저녁이 되었다. 6시가 되자 스텝들이 공용 데스크를 일사불란하게 정리했다. 어느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위웍에서는 거의 매일 회원들이 함께하는 액티비티가 있는데 그날엔 필라테스 수업이 있었다. 퇴근과 동시에 운동하는 모습, 낯설지만 한편 부러웠다. 


* 쉬자회이 지점 총평: 왜 이곳이 사무실 임대로 인기가 많은지 알겠다. 상하이 외곽 베드타운에 사는 직장인들이 지하철 1,9,11호선을 타고 올 수 있는 교통 요지에 보안이 좋은 새 건물로,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하지만 공용 데스크만 이용하는 회원이라면 테이블이 보다 많은, 다른 지점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목요일의 wework [China Overseas International Center 黄陂路]점

최근에 부쩍 핫해지고 있는 마당루(马当路)라는 동네에 들어섰다. 이 곳엔 최근에 큰 쇼핑몰이 오픈했고, 시내의 유명한 브런치 카페 분점들이 생겼고, 한국의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 [아우어 베이커리]가 상하이 첫 진출을 이 길에 했다. 아우어 베이커리 뒤편, 고층 오피스 빌딩도 함께 완공이 되었는데 위웍은 9,16,17,18층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17층의 로비. 공용 데스크는 없지만 편하게 쉴 수 있는 소파와 간단한 회의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공용 데스크가 있는 18층. 시원하게 뚫린 공간과 더불어 창밖으로 일대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끝쪽엔 동방명주까지.
새로 오픈하는 지점에선 일정 기간 동안 Seesaw Coffee의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만들어준다
점심시간, 외부에는 사람이 몰릴 것 같아서 넓은 테이블에 앉아 배달음식을 먹기로 했다
미국의 3대 버거라는 Habit Burger를 주문 배달했다. 1층에 배달 음식을 놓아두는 공간이 따로 있어 여러모로 합리적이다.  
친구들은 시소커피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준 라떼 한잔, 나는 '직접 내린' 아메리카노 두 잔 스트레이트로 두 잔.
각종 회의와 이벤트가 열리는 공용 회의실. 목요일엔 시내의 스파 브랜드와 콜라보한 네일아트 이벤트가 있었다

*마당루 지점의 총평: 역시 새로 생긴 지점들은 로케이션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마당루 지하철 9,13호선 바로 옆이다. 근처에도 최근에 오픈한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웍 내부의 시설이 좋다. 일하는 공간도, 쉬는 공간도 넉넉하다. 넓은 통창으로는 강 건너 동방명주와 상하이 센터도 눈에 잡힌다. 공용데스크 회원이어도, 프라이빗 사무실이어도 모두 만족할만하다. 



금요일의 wework [China Overseas International Center 黄陂路]점
_ 두 번째 방문

새로운 지점을 방문할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부킹 하려고 했던 다른 지점이 매우 작다는 이야기를 들은 데다, 마침 이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 손님을 이곳으로 모셨다. 


위웍 회원의 게스트는 특별한 부킹 없이 회원과 함께 들어와 자유롭게 미팅을 할 수 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친구를 데려와 스터디도 함께 한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부하던 (나 같은) 프리랜서들에게는 여러모로 유용한 곳이다.   

중국의 최대 명절, 춘지에春节가 임박해서 무척 한산했다. 공용 데스크 전부 내 차지.
얼리버드만 앉을 수 있다는 '나름 프라이빗 데스크'를 드디어 차지했다. 명절 전 주라서 가능했다.


한 주의 워킹데이 기간 동안 총 4개 지점의 위웍을 방문했다. 한 곳은 가장 유명한 지점이고, 3곳은 새로 오픈한 지점이라 네 군데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자주 다니던 지점은 생긴 지 오래된 곳이라, 매일 보는 사람들이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엣지 오브 투마로우'처럼 하루를 똑같이 반복한다. 서로 대화는 나누지 않지만 얼굴 면면은 익숙한 사람들, 영어와 중국어와 광동어와 상하이어가 익숙한 얼굴들 사이로 어지럽게 흘러 다니는 곳. 


낯익은 곳에서 매일 반복되는 장면으로 살다가, 일주일을 낯선 곳에서 일해보니 새롭게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중국인지 유럽인지 알 수 없이 외국인들로 가득한 지점, 스타트업을 하는 어린 중국인들이 젊음을 불태우는 지점, 나처럼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많은 지점에도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던 시절, 그 회사의 로비나 회의 테이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활기'. 


한 회사의 이름으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모두 다른 이름들이 제각각의 방향으로 달려가니 공간의 에너지가 사방으로 발산되는 기분이다. 어떤 이들은 아직 회사가 작고, 어떤 이들은 지금 막 창업을 했고, 어떤 이들은 해외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내가 하는 일과 네가 하는 일이 달라서 재미있는 '변종 비즈니스'가 태어날 수도, 자신의 비즈니스를 도울 파트너도 찾을 수도 있다. 서로의 에너지는 언제든 합체되어서 폭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글로벌 비즈니스가 끓어오르는 상하이에서 나름의 불꽃이 되기 위해.


새해에는 조금 더 태워보기로 결심한다. 해외생활에서 든든하고 안정적인 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작은 불꽃이라도 한 번쯤은 쏘아볼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이 활기에 전염되기라도 해 보자. 한 살은 더 먹었어도, 앞날의 일은 장담할 수 없어도, 조금은 더 젊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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