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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소녀 Jan 04. 2021

문장 맨 끝은 무조건 돼지 '돼'야

목막히는 맞춤법_[되/돼]

[인트로 - 목 막혀서 하는 소리]


직업병이다. 카톡 채팅창에, 인터넷 댓글에, TV 자막에 맞춤법 틀린 글자가 나오면 먼지를 캑 들이마신 목 마냥 불편하다. 목구멍 속에서 혼자 앓는 불편함이라 내뱉지는 못한다. 틀린 말을 지적하거나 교정하지도 못한다. 많은 경우는 틀린 줄도 모르고 쓰는 데다, 대화의 흐름을 끊기도 어렵고, 교정 한번 잘못했다가 '너 무서워서 뭔 말도 못 하겠다' 소리를 들을까 봐 지레 그런다. 


하지만 틀린 글자를 볼 때면 늘, 목구멍이 불편하고 간질간질하다. 그러다 결국 식구들에게 재채기를 한다. 엄마와의 문자 중에, 동생과의 채팅 중에, 혹은 TV 예능의 자막을 보다가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던 것이 터진다. 아, 그거 틀렸다고. 그게 아니라 저거라고. 아니, 어디 가서 그럴까 봐 그런다고요..


사실 나는 누구보다도 비속어, 유행어, 외래어, 신조어 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그것들을 많이 쓴다. 사실 카피라이터라고 해서 늘 띄어쓰기와 어법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도 아니다. '카피라이팅'도 온전히 맞춤법에 맞춰 쓸 수는 없다. 


소비자를 위한 '가독성'이라는 대전제 하에 띄어쓰기는 무시되는 일도 많다. 사람들이 따라 하기 쉽고 기억하기 쉽게 읽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법을 '몰라서' 틀린 말과 '창조적으로' 만들어낸 말은 다르다. TV광고 자막에 '감기 낳으세요!'는 절대 안 될 일이지만(누가 뭘 낳아), 유명한 캠페인인 '진심이 짓는다'는(누가 짓는다고?) 얼마든지 수용 가능한 것이다.




그게 되?


[온에어 직전에 구조된 '돼'님]


몇 년 전, 옆팀에서 만들던 모 브랜드의 티비 광고 헤드라인이었다. 아니 정말 그게 다 된다고?를 담은 함축적 한 마디였다. 그날은 다 만들어진 광고를 광고주에게 시사하는 날. 모두가 숨죽여 새로 나온 광고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작하자마자 큰 자막이 화면에 올랐다. 그게 되?


오잉. 

눈을 의심했지만 역시 '되'였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버린 카피였다. 사내 시사 후 조용히 옆 팀 팀장님에게 쪽지를 전했다. '저 '되'는 '돼'인데 오타가 난 것 같아요'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바쁜 편집과 시사 일정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수다. 대부분은 자막 편집 과정에서 오타는 바로잡히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오타가 살아온 것은 드문 경우였다. 정말 팀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어쩜 그럴 수가 있었냐면서 팀장님은 당혹해하셨다. 다행히 티비로 방송되기 직전, '돼'님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이나 채팅창에서는 종종 모르고 쓴 '되'도 많이 보인다. 목구멍이 텁텁해진다. 해서 하는 말,


그게 되?가 아니라 그게 돼?가 맞다. 문장 맨 끝에 오는 것은 다 돼지 '돼'다.

'되'는 단독으로 쓸 수 없다. 되니, 되어서, 되곤, 되도록, 되새겨 등등

그러니, 그게 되? 안되? 해도 되? 같은 건 다 개똥같은 소리다. 반면,

'돼'는 단독으로도, '되어'의 준말로도 쓸 수 있다.

그게 돼? 안돼? 해도 돼? 혹은 그렇게 돼서. 가도 돼요. 등


자, 앞으로 문장 맨 끝에 '되' 쓰면 돼, 안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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